손태승·진옥동, 라임 제재 수위 경감···소비자 보호 노력 고려DLF 관련 중징계 받은 손태승·함영주 소송에도 긍정적 영향하나·우리은행, DLF 징계 사후 피해자 구제 노력 지속하기도 라임 사태 ‘내부통제 미흡’ 경감···DLF 소송서 참고 가능성 열려
금감원은 지난 22일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위)를 열고 라임 펀드 불완전판매와 관련 진옥동 신한은행장에 대해 ‘주의적 경고’를 결정했다. 앞서 금감원 제재심위는 우리은행에 대한 3차 회의에서 펀드 판매 당시 우리은행장이었던 손 회장에게 ‘문책경고’를 결정한 바 있다.
두 사람 모두 금감원이 당초 사전 통보했던 징계 수위보다 한 단계 경감됐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모두 소비자 피해구제노력이 감경 사유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5월 ‘금융기관 검사 및 제재에 관한 규정’ 개정으로 금융당국은 금융사 제재수위를 결정할 때 사후수습 노력을 반영할 수 있게 됐다.
여기서 눈여겨 볼 것은 소비자 피해 회복 노력을 받아들였다는 점이다. 지난해 대규모 원금손실을 부른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관련한 제재심의에서 손 회장과 함 부회장에게 사전 통보한 중징계가 제재심에서 그대로 확정됐다. 당시 금융기관 검사 및 제재에 관한 규정이 개정되기 전이다.
하지만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꾸준히 DLF 피해자 구제를 위해 배상을 진행해왔다. 하나은행은 자체 조직한 ‘DLF 배상위원회’를 열고 금감원의 손해배상기준안에 따라 배상비율을 결정했고, 우리은행도 DLF 금융분쟁조정 관련 합리적인 합의 기준 수립과 원활한 고객 합의를 위해 ‘DLF 합의조정협의회’를 조직한 바 있다.
이처럼 피해자 구제 움직임은 현재 DLF사태 징계 취소 청구소송을 진행중인 손 회장과 함 부회장에게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이 소비자보호 노력 여부를 제재 시 참작 사유로 삼은만큼 법원 역시 어느정도 참고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진옥동 행장의 경감 역시 향후 손 회장과 함 부회장의 행정소송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존재한다. DLF 사태 당시 제재 근거가 모호하다는 이유로 논란이 있었던 지배구조법 위반(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을 라임사태 제재에서 징계수위를 한 단계 낮췄다.
그동안 신한은행 제재심에서 쟁점이 된 것은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가 미흡했다는 점을 들어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징계가 가능했냐는 점이다. 금감원은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과 시행령을 근거로 경영진에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봤다. 반면 신한은행은 해당 조항은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하라’는 의미일 뿐 경영진에 제재를 내릴 수 있는 근거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DLF 제재 당시도 상황은 비슷하다. 금감원 조사부서는 DLF의 불완전판매가 내부통제 부실에 따른 것이라서 경영진을 징계해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은행들은 내부통제 부실에 따른 책임으로 경영진까지 제재하는 것은 법적 근거가 미약하다고 맞섰다. 그러나 결국 경영진의 징계 수위가 중징계로 결론 나면서 은행들의 방어가 성공하지 못했다.
손 회장이 제기한 중징계 취소소송 첫 변론기일에서 재판부는 “양쪽이 규범을 바라보는 ‘눈높이’가 다른 것 같다”며 “금융기관의 자율성과 금감원의 감독권이 고민해야할 부분”이라고 전했다. 또 “금감원이 불완전판매를 감독해야하는데 한계상 어디까지 할 것인지 선례도 없고 해서 고민이 많다”고 밝혔다.
하나은행측 대리인 역시 1차 변론기일에서 “피고 측은 원고 측이 자본시장법상 적합성 원칙과 설명 의무를 어겼다고 하는데 견해 차이가 있다"며 "원고 측이 금융사지배구조법의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는 피고 측 주장은 근거 조항과 규범적 내용이 특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광수 은행연합회장이 작심 비판한 것도 이 때문이다. 김 회장은 지난달 초 기자간담회에서 “금번 징계는 법제처와 법원의 기본 입장인 명확성 원칙과는 비교적 거리가 있어보인다”며 “대표이사를 감독자로 징계하는 사례는 모든 임직원 행위를 감독하기 어려운 현실을 감안하면 사실상 결과 책임을 요구하는 것이라는 부정적인 의견도 강하게 제기된다”고 주장했다.
뉴스웨이 주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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