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그룹 총수 청와대 만찬···재계 ‘이재용 사면’ 촉각‘대미 외교’ 광폭 행보한 최태원 회장···“명분 충분해”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맡고 있는 최 회장은 지난달 26일 경제5단체장 명의로 청와대에 제출한 이 부회장 사면 건의서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31일 재계 목소리를 종합하면 문 대통령이 4대 그룹 총수를 초청해 갖는 오찬에는 최태원 회장을 포함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이 포함됐다. 삼성전자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을 대신해 김기남 부회장이 자리할 가능성이 크다.
‘재계 맏형’으로 불리는 최 회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 만남이나 다양한 정치권 인사를 만난 자리에서 허심탄회하게 경제계 안건에 목소리를 높여왔다.
특히 이번 문 대통령 초청 오찬은 지난 22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전후해 4대그룹이 총 44조원의 미국 투자 보따리를 푼 것에 대한 감사와 격려 차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은 최 회장 개인의 일정이나 입장은 알 수 없다고 하고 있지만 재계에서는 한미 정상회담 성과를 내는 데 이들 대기업이 적지 않은 역할을 했으므로 최 회장 정도의 입지라면 이재용 부회장 사면 건의 정도는 할 수 있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청와대의 미묘한 입장 변화도 재계에서는 최 회장의 입을 주목하는 이유다.
지난 1월 이 부회장 사면 여론이 일었을 때 문 대통령은 “말할 때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지난 10일 취임 4주년 기자회견에서는 “국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서 판단하겠다”면서 “지금 반도체 경쟁이 세계적으로 격화되고 있어 우리도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더욱더 높여 나갈 필요가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한발 더 나아가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25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별도 고려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별개로 최 회장은 한미 정상회담을 전후해 광폭 행보를 하며 정부에 힘을 실었다.
최 회장은 한미 정상회담 기간 미국 내 현지 인사 네트워크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미국 유력 경제단체와 싱크탱크 리더를 만나고 지나 러만도 미국 상무부 장관을 만나는 등 한국 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모색하는 데 주력했다. 한국전 참전용사 추모비를 찾고 아시아 소상공인 지원과 인재 육성 프로그램을 추진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미국 조지아주에 있는 SK이노베이션 전기차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을 방문했을 때엔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이날 김진영 SK배터리생산기술본부장이 “K배터리가 활기차게 날개를 펼 수 있겠다”고 했는데 문 대통령은 “(성장세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라고 놀라워했다. 그러자 최 회장은 “의욕치가 좀 들어간 것”이라며 웃어 보였다.
재계 관계자는 “최 회장이 SK그룹 회장일 뿐만 아니라 대한상의 회장으로 정부와 국회의 파트너 역할을 하고 있다”며 “보폭이 넓어지고 최근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경제인을 대표해 큰 역할을 했으므로 이 부회장 사면 건의를 하는 것엔 큰 무리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임정혁 기자
dori@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