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흥 “대우 직원과 물리적 합병 없다”···그룹사 계열사로 편입조직 장악력이 과제? 연봉·복지 등 그대로 승계 가능성 농후그룹해체 이후에도 유지됐던 사명이지만 “합쳐지면 사라져”결국 비사업부 매각·구조조정 등 서서히 진행될 것이란 우려
대우건설의 새 주인이 될 중흥그룹은 호남에서 성장 기반을 닦은 회사로, 그룹 내 시공능력평가 15위인 중흥토건과 35위 중흥건설 등 30여개 주택·건설·토목업체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중흥그룹이 대우건설 인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 계열사 시공능력 평가액 총액이 건설업계 3위 정도로 늘어나게 된다.
물론 인수 이후에는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임금 등 처우부터 시작해 고강도 구조조정까지 등을 우려해 대우건설 직원들 사이에서는 조심스럽게 이직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건설업계 안팎에서도 중흥그룹의 대우건설 직원에 대한 조직 장악력이 가장 큰 과제라고 언급하고 있다. 과거 금호그룹이 대우건설 인수 이후 조직 장악에 있어 쩔쩔맸다는 일화는 건설업계 내에서 유명하기 때문이다.
중흥그룹도 이미 업계 안팎으로 나오는 우려감에 대해 의식하는 분위기다. 중흥그룹은 대우건설 임직원들의 고용 안정과 경영 자율성도 약속했다. 중흥건설 관계자는 “대우건설 인수 절차가 마무리되면 중흥그룹의 또 하나의 계열사로 편입될 것”이라며 “대우건설 조직이 우리(중흥그룹)보다 더 크고 시스템도 다르다. 직원들끼리 합치는 물리적인 합병은 없을 듯”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우건설의 직원 수, 사업부 등 모든 것들이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존처럼 중흥건설과 대우건설 경영을 따로 하는 ‘각자 도생’ 시스템으로 간다는 얘기다.
가장 우려했던 부분은 브랜드 통합설이었다. 중흥건설 관계자는 “대우건설 브랜드보고 회사를 매입한 건데 브랜드를 합친다는 것 자체가 애당초 미련한 생각”이라며 “모든 건설업계가 그렇듯이 브랜드 하나 키우는 것 자체가 많은 시간과 비용 등이 든다. 그만큼 힘들 뿐더러 그럴 생각 조차하는 게 상식 밖의 일”이라고 강하게 부인했다. 이렇듯 중흥그룹은 ‘중흥 푸르지오’라는 브랜드 통합설과 관련해서도 당장에 부인했지만 주요 정비시장에서는 당분간 ‘푸르지오’ 브랜드 선호도마저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어찌됐든 중흥그룹은 대우건설 직원들이 우려했던 부분들에 대해서 불식시키려는 듯 하지만 정작 대우건설 내부에서는 걱정하는 분위기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물론 두 개의 회사를 하나로 당장 합치기는 힘들 것”이라며 “그래도 언젠간 대우 그룹 계열사들 대부분 그렇듯이 ‘대우’라는 사명은 떼어지고 서서히 새 회사로 흡수 합병될 것이다. 한 마디로 이전의 대우건설이 아니라는 얘기”라고 언급했다. 대우엔지니어링→포스코엔지니어링, 대우인터내셔널→포스코인터내셔널, 대우증권→미래에셋대우→미래에셋증권, 대우캐피탈→아주캐피탈, 대우정밀→S&T모티브 등이 그 예다.
지난 1999년 대우그룹이 해체 된 이후 대우그룹의 41개의 계열사들은 매각되거나 자생하면서 새로운 길을 모색해갔다. 그룹 해체 이후에도 계열사들은 사명에 ‘대우’를 유지하면서 역사를 증명했지만 이제 그 이름도 조금씩 사라져가는 모습이다.
최근의 사례인 포스코인터내셔널만 봐도 앞으로의 대우건설 운명을 엿볼 수 있다. 지난 2010년 포스코는 대우인터내셔널을 인수했지만 포스코가 대우를 완벽하게 품기에는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대우인터내셔널이 포스코그룹에 편입됐지만 내부 분위기 자체가 ‘포스코맨’보다 ‘대우맨’이라는 인식이 강했던 탓이었다. 즉 포스코는 대우의 저력을 믿고 인수했지만 ‘대우 DNA’가 너무 강력했던 것이다. 일단 포스코는 인수한 후 2016년 3월 ‘포스코대우’로 사명을 바꾸며 ‘대우’라는 흔적은 남겨놨다. 업계에서 대우 브랜드가 가진 글로벌 인지도를 고려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포스코는 양사의 화합을 이끌어내기 위해 인수한 지 딱 10년차 만에 ‘대우’ 이름표를 떼고 포스코인터내셔널로 사명을 바꾸었다. 그래야만 ‘대우DNA’를 희석시킬 수 있기 때문이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당시에도 대우인터내셔널은 포스코 그룹 계열사로 편입됐지만 결국 서서히 새 회사로 흡수되는 절차를 밟았다”라며 “중흥그룹도 당장에 대우건설 직원들 달래주기 위해 경영 자율성 보장해 준다고는 하지만 결국 ‘대우’라는 사명은 역사의 뒤안길로 걷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이로 인해 내부 직원들 모두가 우려하는 비사업부 매각, 구조조정 등에 대해서도 여전히 걱정하고 있다”라고 “실제 회사 내 몇몇 동료 직원들도 이직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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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김소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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