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오는 20일 ‘DLF 행정소송’ 1심 선고 금감원 중징계 당위성 둘러싼 판단이 관건 孫 승소시 ‘라임’ CEO 징계도 경감 불가피 고승범·정은보, ‘시장친화적 정책’ 한목소리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강우찬 부장판사)는 오는 20일 금감원과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의 행정소송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을 연다.
손 회장은 2020년 ‘DLF 불완전판매’로 금감원으로부터 중징계에 해당하는 ‘문책경고’를 받자 그 효력을 멈춰달라는 가처분신청과 징계의 부당함을 주장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이에 재판부는 선고 공판에서 금감원 측 중징계 처분의 타당성 여부에 대한 판단을 공개할 예정이다.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금융회사지배구조법에 담긴 ‘내부통제 규정 마련 의무’ 위반의 책임을 금융사 CEO에게 물을 수 있는지, 금감원장이 이에 대한 중징계 권한을 갖고 있는지 등이다.
지배구조법 제24조 1항엔 ‘금융회사는 법령을 준수하고 경영을 건전하게 하며, 주주·이해관계자 등을 보호하기 위해 금융사 임직원이 직무를 수행할 때 준수할 기준·절차(내부통제기준)를 마련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금감원과 손태승 회장 측은 지난 1년여 간의 공판에서 이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금감원은 CEO가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하지 못한 게 문제로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반면 손 회장 측은 우리은행이 충분한 내부통제 체계를 갖췄고, 해당 조항을 CEO 징계의 근거로 보기 어렵다며 맞섰다.
법원도 재판 과정에서 지배구조법과 시행령, 감독규정 등을 들여다봤다. 또 6월25일 마지막 변론에선 금감원 측에 ‘실효성’을 판단할 구체적 기준을 제출해달라고 요구했다. ‘실효성’이란 표현이 추상적이니 금감원 차원에서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라는 얘기다.
외부에선 법원이 세부 근거를 요청한 이유가 승패를 가를 것으로 보고 있다. 징계의 당위성을 찾으려는 목적이라면 금감원 측이 승리하겠지만, 변론이 부족했다고 판단한 것이라면 손 회장이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일단 금감원은 미국 회계단체가 작성한 내부통제시스템 보고서를 서면 자료로 제출했다.
업계가 재판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법원 판결이 다른 금융사 CEO의 거취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라임펀드 사태에 연루된 금융사 경영진 제재 시점을 손 회장의 행정소송 1심 이후로 미루겠다고 선언했다. 금감원 중징계 처분에 대한 금융권의 불만을 감안해 법원 판결을 지켜본 뒤 결정하겠다는 의미다.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임원을 제재할 때 경징계인 주의와 주의적경고는 금감원장이, 해임권고·직무정지·문책경고 등 중징계는 금융위가 각각 결정권을 쥐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해말 제재심에서 나재철 전 대신증권 대표(현 금융투자협회장)와 김형진 전 신한금융투자 대표, 윤경은 전 KB증권 대표에겐 ‘직무정지’를, 박정림 KB증권 대표에겐 ‘문책경고’를 부과한 바 있다. 손 회장도 같은 이유로 문책경고 처분을 받았다.
이 가운데 손 회장이 금감원과의 소송에서 승리를 거두면 금융당국은 이들 CEO에 대한 징계 수위를 낮출 것으로 점쳐진다. 법원과 입장을 달리하면 거센 후폭풍에 직면할 수 있어서다. 물론 이 경우 손 회장도 지금의 경영체제를 공고히 할 수 있게 된다.
금융위와 금감원이 수장 교체와 맞물려 분위기 전환을 시도하는 것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싣는다.
특히 정은보 신임 금감원장은 취임사에서 “금융감독의 본분은 규제가 아닌 지원에 있다”면서 “사후 제재에만 의존해서는 금융권 협력을 이끌어 내기 어렵고, 소비자 보호에도 취약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27일 인사청문회를 앞둔 고승범 금융위원회 내정자는 “금융회사의 창의성과 자율성이 최대한 발휘되도록 시장 친화적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위해 금융회사 CEO 등과 자주 소통하고 협력하겠다”는 메시지를 내놓기도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전임 금감원장의 강경 기조에 금융사의 불만이 컸던 만큼, 법원이 징계가 부당하다는 판결을 내린다면 당국도 방향을 바꿀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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