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례상장 절반은 만성적자···느슨한 잣대에 좀비기업 양산돈 부족할 때마다 주주에 손 벌리고 엉뚱한 사업으로 연명신약판매 허가확률 10% 수준···‘옥석 가리기’ 필요한 때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고 했던가. 코로나19 확산 이후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바이오기업들은 황금 같은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부지런히 자금을 끌어오는 모양새다.
신약 출시 전까지 매출이 없는 바이오기업들은 ‘성장성 특례상장’을 추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례상장은 실적이 부진하지만 성장성이 큰 기업의 상장 문턱을 낮춰 주는 제도로, 후보물질이 상용화되면 급성장이 가능한 바이오기업들이 주로 이용해왔다.
특례상장된 기업들은 매출보다 ‘성장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상장폐지 압박에서 자유로운 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 기업의 관리종목 지정과 상장폐지 요건은 4년 연속 영업적자, 50% 이상 자본잠식, 법인세비용 차감전 계속사업손실, 감사의견 비적정 등이다. 하지만 특례상장 기업들은 상장 5년 뒤 연 매출 30억원 미만이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2년 연속일 경우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이 된다.
이 같은 특례상장 제도는 혁신기업에 대한 자본조달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지만 어두운 그림자도 있다. 뚜렷한 성장 모멘텀을 확보하지 못한 바이오기업들이 상장 후 ‘좀비기업’으로 전락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서다.
업계에 따르면 120곳이 넘는 전체 특례상장기업 가운데 절반 이상은 4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하지만 특례상장이 도입된 2005년 이후 지난 2016년 이후 관리종목에 지정된 기업은 신라젠과 캔서롭(이상 바이오기업), 샘코 등 3곳이 전부다. 특히 국내 특례상장 1호인 헬릭스미스는 상장 이후 현재까지 만성적자에 시달리고 있지만 증시 퇴출은 면했다.
통상 임상시험 약물이 의약품으로 최종 허가받을 확률은 통계적으로 약 10% 수준에 불과하다. 본업에서 매출을 내기 힘들다 보니 유상증자를 통해 주주들에게 손을 벌리는 경우가 일반적이고, 생뚱맞은 사업으로 연명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예를 들어 현재 거래정지 중인 캔서롭은 사후검체 사업을 명목으로 제천명지 장례식장을 위탁운영 중이다. 캔서롭의 경쟁사인 EDGC도 본업인 유전체 분석사업을 비롯해 부동산 임대, 음식점, 빵·과자류 판매, 경영컨설팅 등의 29개의 사업을 영위 중이다. 신약개발사인 크리스탈지노믹스도 자회사인 즐거운쇼핑을 통해 ‘핫팩’을 만들어 팔고 있다.
반면 꾸준히 기술료 수익을 내며 외형을 성장시키는 바이오 기업들도 많다. 올해 상반기 기술수출 소식을 전한 레코켐바이오, 알테오젠, 제넥신 등이 대표적이다. 실적이 전무했던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도 2019년 기술수출에 성공하며 600억원에 가까운 매출을 달성한 바 있다.
올해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가 사상 처음으로 반기 기준 10조원이 넘는 기술수출 실적을 달성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하지만 부실 특례상장기업의 ‘좀비화’는 결국 개인투자자들의 피해로 직결될 수밖에 없다. 바이오기업들의 무분별한 특례상장 과정에서 이익을 얻는 주체는 개인이 아닌 증권사들이다.
최근 들어 강화되긴 했지만 특례상장기업에 대한 잣대는 여전히 느슨해 보인다. 특례상장 전 기술가치를 측정할 수 있는 객관적인 지표 도입과 부실 상장사는 과감히 퇴출시키는 결단이 필요한 때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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