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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은행권 반발에 중심 못 잡는 금융당국···대환대출 플랫폼 난항

금융 은행

은행권 반발에 중심 못 잡는 금융당국···대환대출 플랫폼 난항

등록 2021.08.24 16:52

임정혁

  기자

10월 금융당국 플랫폼·12월 은행 플랫폼 ‘경쟁구도’ 가닥금융당국 “중금리로 제한하자는 은행 요구는 수용 못해”일부 은행과 핀테크는 “어느 플랫폼 참여해야 하나” 고심“소비자는 이미 대출비교 중···지나친 경쟁은 독” 지적도

은행권 반발에 중심 못 잡는 금융당국···대환대출 플랫폼 난항 기사의 사진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대환대출 플랫폼이 은행권의 반발로 갈지자 행보를 하며 오는 10월 출시를 앞두고 난항을 겪고 있다.

은행들은 이 플랫폼에 참여할 경우 대환대출 건당 수수료 발생을 이유로 ‘빅테크 종속’이 심화될 것이라고 주장하며 금융당국에 여러 차례 수정안을 요구하다가 자체 플랫폼 출시로 가닥을 잡았다.

그 과정에서 금융위가 은행들의 요구 대다수를 수용하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은행들이 지나치게 ‘몽니’를 부린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흘러나왔다.

반대로 금융당국을 두고는 어떻게든 플랫폼 출시만 달성하면 빅테크·핀테크접근성을 무기로 소비자 선택이 금융당국 주도 플랫폼에 갈 것을 예상한다는 관측도 고개를 들고 있다.

‘우선 출시’에 방점을 찍어 은행을 달래면서도 가장 중요한 금융 소비자 이용층 확대라는 지점을 놓지 않으면 경쟁 구도에서 끝내는 금융당국이 이길 것이란 계산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KB·농협 “빅테크 플랫폼엔 참여 안 한다”···시중은행들도 암묵적 ‘동의’ = 금융당국 추진 플랫폼에 가장 먼저 반대 의사를 내비친 곳은 KB국민은행과 NH농협은행이 꼽힌다.

이들은 지난달 6일 금융위가 시중은행 관계자를 모아 대환대출 인프라 구축 관련 간담회를 연 자리에서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위 주도로 모인 자리에서 대다수 시중 은행은 대놓고 참여하지 않겠다는 말을 못한 것으로 안다”며 “말 그대로 못한 것이지 핀테크 업체만 유리한 이런 움직임에 시중은행들이 적극적으로 환영할 이유가 없다”고 귀띔했다.

사실상 대다수 시중은행이 KB국민은행이나 NH농협은행과 같은 입장을 보였다는 설명이다. 시중은행은 이 플랫폼에 참여해봤자 금리 경쟁만 치열해지고 결국 수수료와 접속자 증가로 플랫폼 운영 IT 기업 배만 불려주는 꼴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결국 시중은행들은 ‘은행연합회 회원 금융기관 금리비교·대환대출 플랫폼 구축’ 을 논의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기 시작했다. 이르면 오는 12월 출시가 예상된다.

핀테크 플랫폼에 기대지 않고 은행들이 따로 대환대출 플랫폼을 만들어 낮은 수수료를 축으로 대환대출 서비스를 소비자에 직접 제공하겠다는 뜻이다.

그러자 금융위도 “은행의 자율적인 결정을 금융위가 반대할 이유는 없다”며 “은행 독자적 플랫폼과는 별도로 10월 출시를 목표로 추진한 플랫은 그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경쟁 구도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금융당국 주도 대환대출 플랫폼 계획. 사진=금융위원회 제공금융당국 주도 대환대출 플랫폼 계획. 사진=금융위원회 제공

◇두 번째 간담회 후 은행들 “플랫폼 운영은 업무시간에만” = 지난달 중순 금융위와 은행들의 두 번째 간담회 이후에는 플랫폼 운영 시간을 놓고 은행권의 요구가 금융당국을 압박하는 모양새로 비쳐 잡음이 일었다.

당시 금융위는 빅테크·핀테크 업체와 은행 부행장들을 잇달아 만났는데 이 자리에서 은행들은 24시간 운영이 아닌 은행 업무시간에만 플랫폼 이용이 가능하도록 제한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는 ‘소비자 편익’을 강조하며 언제 어디서든 플랫폼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자고 강조했지만 은행들은 핀테크 기업과 연계 등 업무 절차를 이유로 여기에 난색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결과적으로 금융위는 해당 플랫폼을 은행 업무 시간으로 제한해 운영하는 쪽으로 은행의 요구를 수용했다. 이때부터 은행권의 요구를 반영하고 시스템 안정을 고려한 결정이라는 호평도 나왔지만 반대로 소비자 편익과 접근성은 퇴색해 원래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커졌다.

◇은행 “대출비교는 중금리로 제한해야”···이번엔 금융당국 ‘거절’ = 대환대출 플랫폼을 둘러싸고 금융당국이 은행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했지만 ‘중금리 제한 서비스’를 두고는 거절 입장을 분명히하며 ‘소비자 확대’에선 물러서지 않고 플랫폼 강행을 예고했다.

지난 23일 금융위가 5대 시중은행, 인터넷전문은행, 지방은행 등 은행권과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일부 은행들은 “중저신용등급부터 대환대출 플랫폼이 정착됐으면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금융위는 “소비자들의 수요가 높은 신용대출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원안대로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며 사실상 ‘수용 거부’ 의사를 못 박았다.

앞서 5대 금융지주 회장들이 지난 10일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만난 자리에서도 은행 관계자들의 이런 건의안이 나왔는데 금융위가 여기엔 명확히 선을 그은 셈이다.

특히 은행들은 소비자의 기존 신용대출 금리가 ‘신용정보’에 해당하므로 법적 근거없이 이를 공유할 수 없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신용정보법에 따라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허가를 받은 전자금융업자와 금융회사만 자기 신용정보를 공유하겠다고 동의한 소비자에 한해 금리 정보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마이데이터 허가를 받지 않은 금융사나 빅테크·핀테크가 금융소비자 동의 없이 금리 정보를 받으면 법에 어긋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지난달 기준 마이데이터 본허가와 예비허가를 받은 곳은 53개사에 이른다. 대형 시중은행뿐만 아니라 네이버파이낸셜, 민앤지, 보맵, 비바리퍼블리카, 뱅크샐러드, SK플래닛, 카카오페이 등 대다수 핀테크·빅테크사가 본허가를 받은 상태여서 이런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시스템 구축 비용은 어떻게?···지나친 경쟁구도엔 “불필요” 지적도 = 결국 오는 10월 금융당국 주도의 대환대출 플랫폼 출시와 이르면 12월 예상되는 은행 독자노선의 플랫폼 출범을 눈앞에 두면서 일부 은행과 빅테크·핀테크 사이에선 두 플랫폼 중 어느 곳에 참여할지를 두고 고심에 빠졌다.

금융당국 눈치를 보면서도 실익을 따져보자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와 관련 전성인 홍익대(경제학) 교수는 “결국 시스템 구축비용과 수수료가 문제의 핵심일 것”이라며 “사실 소비자 입장에선 이미 대출을 받기 전에 여기저기 기본적으로 물어보는 게 요즘은 기본인 만큼 이미 플랫폼이 기대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고 꼬집었다.

금융당국과 은행들 사이 플랫폼 경쟁 구도가 지나칠 수 있다고 해석되는 지적이다.

다만 여기서 언급한 ‘시스템 구축비용’은 금융당국 주도 플랫폼과 은행 독자 플래폼 사이에 차이가 있다.

금융당국 주도 플랫폼에선 민간에 있는 금리 비교 대출 플랫폼과 금융결제원에서 만들고 있는 대출 이동시스템을 연결하는 작업 특성을 봐야 한다. 여기서 발생하는 비용은 금융결제원 대출을 이용하는 플랫폼이 건당 수수료를 부담하는 식으로 이어지는데 은행들이 줄곧 “빅테크·핀테크에 수수료를 내면서 배만 불려주는 꼴”이라고 반발하는 이유도 이 대목에서 나온다.

통상 제1금융권은 0.2~0.6%를 대출 중개수수료로 내고 있는데 일부 빅테크는 금융당국 주도 플랫폼에서도 비슷한 수준의 수수료를 받길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대로 은행연합회 주도 플랫폼은 협회 회원사 간 소정의 시스템 구축비용이 별도로 발생할 전망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연합회 통한 플랫폼 운영 전산비용은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나오지 않았다”며 “협회에서 하는 만큼 회원사 비용은 최소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종합하면 금융당국 주도 플랫폼에는 은행들이 초기 시스템 구축비용을 낼 일은 없지만 대환대출 시행 건당 빅테크·핀테크에 수수료를 내야 하는 셈이다. 이와 반대로 은행연합회를 통한 독자노선 플랫폼엔 소정의 시스템 구축 비용만 발생할 뿐 은행들의 또 다른 비용 부담은 사실상 없을 전망이다.

전 교수는 “결국 금융당국이 은행과 더 많은 소통을 하는 수밖에 없어 보인다”고 진단했다.

뉴스웨이 임정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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