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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부총리의 ‘천일동안’

홍남기 부총리의 ‘천일동안’

등록 2021.09.06 07:40

주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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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2월 11일 취임...9월5일 1000일 번번이 소신 꺾여···‘홍두사미’라는 오명4차례 해임론 돌파...文대통령 신임 ‘끈끈’강원도지사 출마 여부가 ‘순장조’에 변수

홍남기 부총리의 ‘천일동안’ 기사의 사진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5일 재임 1000일을 맞았다. 올해 4월 1일 최장수 기재부 장관(842일)을 기록한 데 이어 ‘기재부 최초 1000일 장관’이라는 타이틀도 거머쥐었다. 홍 부총리의 천일은 여느 경제수장보다 다사다난했다. 야당과 잇단 충돌로 4차례의 해임론을 겪었지만 그 때마다 그는 ‘불사조’처럼 살아 남았다.

홍 부총리는 2018년 12월 10일 공식 취임했다.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갈등을 빚은 김동연 전 부총리 후임으로 홍 부총리가 임명되자 당시 관가에선 의외라는 반응이 많았다. 기재부 관료 시절 핵심 보직 경험이 없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초창기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무총리를 지낼 당시 국무조정실장으로 손발을 맞췄고, 이낙연 총리 추천으로 현 정부 두 번째 경제사령탑에 오를 수 있었다.

홍 부총리의 재임 기간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본예산만 3차례, 추가경정예산은 7차례 등 예산만 10차례 편성했다. 홍 부총리는 당정 논의 과정에서 소신을 끝까지 관철하지 못하고 번번이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면서 ‘홍백기’ ‘홍두사미’라는 오명을 얻었다. 1차 재난지원금 지급 당시 선별 지급을 주장하다 결국 전 국민 지급을 수용하고, 2차 재난지원금에 대해서도 당초 ‘찬성하지 않는다’고 했다가 지급으로 돌아섰다.

그린벨트 해제를 두고 공개적으로 국토교통부와 이견차를 보인 데 이어 서울시와도 공공재건축에서 ‘엇박자’를 내기도 했다. 여당 안에서도 홍 부총리 의견에 반기를 드는 목소리가 나왔고, 문재인 대통령이 나서 그린벨트 해제는 없다고 못을 박기에 이르렀다. 지난해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 강화 관련 논란이 일었을 때도 홍 부총리는 정치권에 밀려 뜻을 굽혀야 했다.

그러나 재정 건전성을 끊임없이 강조하며 ‘곳간지기’로서의 역할에 충실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홍 부총리는 4차 재난지원금 지급 방식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전 국민 보편 지원과 맞춤형 선별 지원을 병행해야 한다는 여당에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며 제동을 걸었다. 이후 지급 방식이 선별 지원으로 일단락되면서 소신을 관철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홍 부총리는 정세균 국무총리가 자리에서 물러난 2021년 4월16일부터 김부겸 총리가 취임한 5월14일까지 약 한 달여 동안 총리 직무를 대행하기도 했다. 홍 부총리가 총리 직무대행을 맡은 이 기간은 코로나19 방역과 백신접종이 진행되는 중요한 시점으로 방역의 총책임자 역할까지 떠맡아야 했다. 그는 국토부와 함께 대규모의 공급대책 등 잇단 부동산 정책도 앞장 서 내놓았다. 일본이 반도체소재 수출규제에 나서자 우리 정부 대응을 전두지휘하기도 했다.

여당 일각에서 홍 부총리가 교체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꾸준히 해왔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그에게 변함없는 신임을 보였다. 홍 부총리는 대주주 기준을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낮추는 방안을 예정대로 시행하지 못한 데 대해 책임을 지겠다며 사의를 표명했으나 문 대통령은 이를 반려했다. 특히 올해 초 기재부 1·2차관이 동시에 교체되면서 홍 부총리의 교체설에 무게가 크게 실리기도 했지만 유임됐다. 지난 달 청와대 정책실장, 경제수석, 금융위원장, 금감원장까지 경제팀 전면이 교체됐지만 홍 부총리만는 자리에 머물렀다.

홍 부총리는 끈질긴 생명력으로 사상 최초의 1000일 재임 기간을 넘긴 기재부 장관이 됐다. 최장수였던 이명박정부 당시 윤증현 기재부 장관의 기록은 842일이다. 재임 1000일을 넘긴 경제수장은 과거 재무부, 경제기획원, 재정경제원, 재정경제부, 기획재정부 등을 통들어 4명 뿐이다. 홍 부총리는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부총리로 남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마지막 변수는 홍 부총리의 강원지사 출마 여부다. 출마를 위해서는 내년 6일, 선거일 90일 전까지 공직을 사퇴해야 한다. 만약 올 연말 또는 내년 초에 홍 부총리가 사퇴할 경우 ‘6개월짜리’ 후임자를 물색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지난 4월 21일 국회 본회의 대정부질문 과정에서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은 홍 부총리에게 ‘내년에 강원도지사 출마한다더니 그게 사실이냐’고 물었고, 홍 부총리는 즉답을 피했다.

관가 안팎에선 홍 부총리가 문재인 정부 임기 말까지 자리를 지킬 수도 있다는 관측이 크다. 그는 코로나19가 촉발한 위기 국면에서 유례없는 정책 대응을 통해 우리나라 경제를 이끌어왔다. 정부 관계자는 “대통령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고 코로나19 상황에서 경제부총리를 교체할 경우 남은 경제정책에 속도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며 “책임감이 강한 부총리 성향 상 문 정부와 끝까지 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뉴스웨이 주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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