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CB 주식전환에 주가 급락···소액주주 주권운동 본격화해진공도 6000억 영구채 주식전환 가능성···내년 이자 두 배산은의 지분취득 과정과 블랙록 1조 투자거부도 문제 제기
HMM(구 현대상선) 주주동호회 카페의 운영자인 홍이표 씨는 지난 27일부터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정무위원회 소속 강민국, 안병길 의원에게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 관련 자료를 전달한 홍 씨는 다음달 국정감사일까지 1인 시위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뉴스웨이 취재진과 만난 홍 씨는 “주식 수를 모으면 대주주 요건을 갖게되는 HMM 주주연대는 적극적인 주권운동을 통해 주주가치를 지킬 것”이라며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는 단계적 매각계획을 철회하고 191회차 영구채를 현금으로 상환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은행이 가진 HMM 지분은 28.4%이며, 해양진흥공사는 3.44%의 지분을 갖고 있다. 반면 17만명에 달하는 HMM의 소액주주 지분은 50%가 넘는다. 본격적인 주권운동이 시작된 후 주주동호회 카페 가입자 수는 빠르게 늘어 6000명을 돌파한 상태다.
HMM 주주들이 산업은행에 단단히 뿔이 난 이유는 주가 하락에 영향을 미친 190회차 전환사채 때문이다. 홍 씨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지난 2016년 발행한 3000억원 규모의 190회차 전환사채(6000만주)를 올해 6월 28일 주당 전환가 5000원에 주식으로 전환했다. 산업은행은 HMM에 3000억원을 투자해 1조8000억원을 이익을 올린 셈이다.
홍 씨는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6월 전환사채 주식전환 포기는 배임이라고 했는데, 산업은행은 정부의 자금으로 기업을 정상화하는 국책은행이지 영리 추구가 목적인 사기업이 아니다”라며 “산업은행의 주식전환으로 인해 HMM은 사상 최고 실적에도 주가가 횡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HMM의 주가는 지난 5월 27일 5만600원에서 9월 17일 3만8550원까지 급락한 바 있다. 연일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는 HMM은 29일에도 전 거래일 대비 3.54% 떨어진 3만6800원에 마감했다.
홍 씨는 “막대한 현금을 보유한 HMM은 전환사채를 전액 상환해도 되지만 산업은행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주식전환을 강행했고, 이는 소액주주들의 손해로 돌아왔다”며 “전액 현금상환을 받거나 일부만 주식으로 전환하고 현금으로 상환받았다면 모범적인 사례로 남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HMM 주주들은 산업은행의 사례를 감안할 때 해양진흥공사도 6000억원에 달하는 191회차 영구채를 주식전환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해양수산부 산하의 해양진흥공사는 국적선사의 경영정상화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설립된 공공기관이다.
홍 씨는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는 거액의 이익 창출을 위해 영구채를 현금상환이 아닌 주식전환으로 획책하고 있다”며 “특히 2017년에 발행한 191회차 영구채는 5년째 되는 날인 내년 3월 22일부터 금리가 3%에 6%로 상향된다”고 지적했다. 주식전환을 통해 막대한 이익을 가져가는 것도 모자라 고금리 장사를 하는 건 국책은행과 공공기관 설립 취지에 위배되는 행위라는 주장이다.
또 홍 씨는 산업은행이 HMM의 대주주 자격을 얻게 된 과정도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유동성 위기로 어려움을 겪던 현대상선은 지난 2016년 7대1의 감자를 단행했는데, 주가가 떨어지자 산업은행은 보유채권을 주식으로 출자전환해 13.68%의 확보한 바 있다.
홍 씨는 “산업은행은 회사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국가의 자금을 지원하는 역할인데, 현대상선의 대주주 자격을 갖추게 된 과정을 살펴보면 납득하기 어렵다”며 “현대상선의 경영정상화를 생각했다면 먼저 채권을 출자전환하고 감자에 함께 참여했어야지 순서에 맞다”고 꼬집었다.
이와 더불어 홍 씨는 2017년 유상증자 직전 산업은행이 블랙록의 1조원 투자 제안을 거부한 것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당시 블랙록의 제안을 산업은행이 거절한 구체적인 배경을 국정감사 때 밝혀야 한다는 게 홍 씨의 주장이다. 당시 블랙록은 부산과 인천항터미널 지분을 담보로 요구했지만 산업은행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홍 씨는 “2017년 8월 블랙록은 현대상선에 1조원을 투자하겠다는 제안을 했는데, 당시 주가보다 20%를 더 쳐주는 조건이었다”며 “하지만 산업은행은 이를 거절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주주를 대상으로 유상증자를 단행했다”고 비판했다. 거액의 외부투자를 받을 수 있었는데도 소액주주들에게 부담을 전가했다는 이야기다.
끝으로 홍 씨는 “산업은행의 역할은 자금을 지원한 회사의 정상화가 최우선이어야 하고, 전환사채 주식전환은 소액주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쪽으로 진행됐어야 마땅하다”며 “이동걸 회장의 독단적인 결정이 아니라 임시주총 의결권 행사 등을 통해 주주들의 의견을 충분히 청취했어야 맞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HMM을 통해 막대한 이익을 올린 산업은행이 성과급 잔치를 벌이고 이 회장은 1200%의 성과급을 받는다는 소문이 파다하다”며 “산업은행이 HMM에 대한 전횡을 멈추고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 준다면 소액주주들도 더이상 문제 삼지 않고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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