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때도 인력감축 없던 롯데, 마트부문 벌써 2번째 구조조정점포 폐점·자산유동화 지속 인건비·임대료 부담 덩달아 커져화학 사업 집중하는 사이 유통업계 온라인 변화도 포착 못해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롯데마트는 전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기로 했다. 희망퇴직 대상은 사원에서 부장까지 정규직 중 현 직급에서 8년 차 이상 근무한 직원이다. 희망 퇴직자에게는 퇴직위로금으로 근속연수별 최대 기본급 30개월분을 준다. 여기에 재취업 지원금 2000만원을 일괄 지급하는 조건도 내걸었다.
롯데마트가 올해 들어서만 두 번째 희망퇴직을 단행한 데는 그간 진행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부족했던 탓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12개 점포를 폐점하고 올해 2월에 현 직급 10년 차 이상을 대상으로 한 차례 희망퇴직을 단행한 것으론 실적 개선이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이에 이번에는 8년 차 이상으로 대상을 더 넓혔다.
롯데마트가 일 년에 두 번이나 희망퇴직을 받는 상황은 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금까지 롯데는 경쟁사보다 연봉이 소폭 낮고 승진이 느린 편이지만, 정년을 보장하는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외환위기(IMF)나 글로벌 금융위기에 수많은 기업이 구조조정을 단행할 때도 롯데만큼은 인위적인 인력감축을 하지 않았다. 모두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이 ‘사람을 뽑으면 끝까지 책임진다’는 신조로 회사를 운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트 부문에서만 두 차례 이뤄지는 희망퇴직은 이런 이미지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이처럼 롯데마트가 고강도 구조조정이 필요해진 이유는 인건비와 임대료 부담이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롯데마트는 일찌감치 마트 점포를 세일앤리스백(매각 후 재임대) 형태로 전환해왔다. 2018년에는 용인신갈점과 아산점을 KB부동산신탁이 만든 리츠에 매각했고 2019년에는 부평점과 인천점도 처분했다. 지난해 말에는 계양점·춘천점을, 올해는 경기양평점을 롯데리츠에 넘겼다. 이와 함께 폐점에도 속도를 내며 수익성 개선에 나섰다. 지난해만 12개 점포가 문을 닫았다. 2019년 말 124개였던 롯데마트 점포 수는 올해 2분기 기준 112개로 줄었다. 올해 폐점 점포는 구리점 한 곳이다.
세일앤리스백은 점포 매각을 통해 재무 구조를 개선하고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들이 선호하는 방식이다. 임대를 조건으로 판매하겠다는 것이라, 매각하더라도 점포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그러나 단기적으로 임대료 부담이 미미할 수 있어도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매각자산의 수익성이 떨어지면 수익 대비 임대료 지출이 필요 이상으로 커져 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롯데마트가 실적 부진에 빠진 상황에서 임대료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폐점을 지속해온 롯데마트 입장에서는 계산원 등 무기계약직을 제외하더라도 수백 명에 달하는 인력을 계속 끌어안는 것도 역부족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롯데마트는 2017년 이후 지난해까지 줄곧 실적 내리막을 걸었다. 특히 국내 법인은 2018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적자를 지속해왔다. 연간 매출액도 2016년 8조2007억원에서 지난해 6조390억원까지 쪼그라들었다. 올해 상반기 또한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4.8% 줄어든 1조4240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손실도 25억원을 내면서 수익성 개선은 더뎌지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올해 롯데마트의 연간 매출액이 5조원대 후반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게다가 롯데가 화학 사업 키우기에 집중하면서 유통업계의 변화를 포착하지 못한 것도 마트 사업 입지를 흔들리게 했다. 신동빈 회장은 ‘뉴 롯데’를 선언하면서 석유화학사업의 성장을 바탕으로 그룹 전체의 규모를 키우겠다는 구상이었다. 신동빈 회장이 집행유예 판결이 난 직후부터 롯데는 석유화학사업에 공을 들였고 배터리, 수소 등 소재사업으로 확장을 타진해왔다.
문제는 그사이에 롯데를 지탱하는 중심축인 유통 부문이 완전히 무너졌다는 데 있다. 롯데는 2016년부터 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THAAD·사드) 배치로 중국으로부터 경제 보복을 당했고, 한일 관계 악화로 일본 불매 운동까지 겹쳤다. 지난해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타격으로 사상 최악의 위기를 겪었다.
오프라인 유통이 흔들리는 가운데 경쟁사인 이마트는 발 빠르게 온라인 전환으로 대응했지만, 롯데는 이마저도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했다. 석유화학 사업이 성장하는 동안 든든한 버팀목이 될 줄 알았던 유통업까지 주저앉으며 결국 여러 차례의 희망퇴직을 진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이번 희망퇴직은 인력 적체를 해소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유통업계 트렌드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며 “할인점 사업을 더욱 성장시키고 잘할 수 있는 방향의 인력 구조 개편”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김민지 기자
kmj@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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