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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개미 향한 李·尹 러브콜에도 표심 굳게 닫힌 이유

[Why]동학개미 향한 李·尹 러브콜에도 표심 굳게 닫힌 이유

등록 2022.01.04 14:22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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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당 대선후보, 새해 첫 증시 거래일에 거래소 방문자본시장 공약 구체성 떨어져···“선언성 구호 그쳐”개인 양도세 철회 원하는데 뜬금없는 ‘거래세 폐지’불법 공매도 실시간 적발 오리무중···“공약보완 필요”전문가 “핵심 사안별로 대선후보 간 토론 추진해야”

동학개미 향한 李·尹 러브콜에도 표심 굳게 닫힌 이유 기사의 사진

제20대 대통령선거가 2개월여 앞둔 가운데 대선에 출마한 여야 양당 후보인 이재명‧윤석열 후보가 자본시장 관련 공약을 들고 나왔다. 그러나 이들의 러브콜에도 동학개미들의 표심은 차갑게 얼어붙은 모습이다.

각 후보의 공약에서 개인투자자들이 줄기차게 요구했던 주식양도소득세 철회와 근본적인 공매도 제도개선안이 빠졌기 때문이다. 개인 주식투자자의 수가 이미 1000만 명을 넘어선 만큼 향후 공약보완 여부가 대선 판도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지난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서울사무소에서 열린 2022년 증시 개장식에 나란히 참석했다. 유력 대선후보들이 새해 증시 개장일에 나란히 한국거래소를 찾은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는 ‘동학개미운동’ 이후 힘이 세진 국내 개인투자자들의 표심을 얻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두 후보는 이날 주가 상승을 뜻하는 빨간색 계열의 넥타이를 매고 나타나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이날 이재명 후보는 “주가 조작과 같은 불공정행위를 매우 엄단해 시장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게 매우 중요하고 투명성도 확보해야 한다”며 “코스피 4000포인트 시대를 넘어 5000포인트 시대를 향해 가는 원대한 대장정이 현실화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함께 참석한 윤석열 후보도 “해외투자자 입장에서는 투자 과정에서 외환거래 불편, 투자자 등록 의무화, 공매도 활용 어려움 등 선진시장에 투자할 때와 비교해서 고려해야 할 요소들을 많이 가지고 있다”며 “기업실적에 비해 뒤떨어진 정치·경제시스템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원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정작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이 같은 대선후보들의 행보에 대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두 후보 모두 개인 주식양도소득세 폐지와 공매도 제도개선 등 개인투자자들이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지 못해서다.

이 후보는 자본시장 관련 공약으로 ▲불공정행위 근절을 위한 사전감시 및 사후처벌 강화 ▲주식 장기 보유시 우대세율 적용 ▲공매도 관련 불공정거래 강력 제재 ▲금융감독원의 특별사법경찰 제도 강화 ▲증권집단소송제를 활성화 및 금융피해자 손실 구제 ▲분할·합병 등에 대한 대주주 의결권 제한 등을 내걸었다.

이에 맞서 윤 후보는 ▲증권거래세 완전 폐지, 장기투자시 주식양도소득세 우대세율 적용 ▲신산업 분할 상장 시 투자자 보호 강화 ▲내부자의 무제한 지분 매도 제한 ▲공매도 개인 담보비율 조정 및 서킷브레이커 도입 ▲회계 공시 투명성 제고 및 증권범죄 수사·처벌 강화 등을 약속했다.

하지만 이 같은 공약들은 구체성이 떨어져 선언성 구호에 가깝다는 것이 동학개미들의 생각이다. 국내 자본시장의 문제점을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한 후보들이 표심을 얻기 위해 공약을 급조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뉴스웨이와의 통화에서 “과거엔 대선후보들이 자본시장 관련 공약을 제대로 내놓은 적이 없었기 때문에 일단 진일보했다고 본다”면서도 “하지만 이 공약들이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 의문이고, 불공정한 제도와 법을 고치기엔 아직 많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두 후보 모두 개인 주식양도소득세를 시행하는 것을 전제로 깔고 있는데, 양도세가 도입되면 이 후보가 언급한 코스피 5000시대는 어렵다”며 “국내 시장에 매력을 느끼지 못한 개인 큰손들이 미국 등으로 빠져나가면 박스피에 머물 수 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공약대로 공매도 상환기간과 담보비율을 조정하는 건 옳은 일”이라면서도 “오리무중 상태인 무차입공매도 적발시스템과 선진국 수준의 징벌적 손해배상도 반드시 입법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전문가들은 대선후보들이 동학개미들의 표심을 얻으려면 공약이 보다 구체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자본시장 관련 사안별로 두 후보가 토론하는 자리가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왔다. 기존의 선언성 공약만으론 자본시장에 대한 대선후보들의 생각을 자세히 들여다보기 힘들어서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대선후보들이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구체적인 공약을 구성하지 않고 생각나는 대로 급조하다보니 개인투자자들에게 와닿지 않는 것”이라며 “공매도 제도 개선, 주식시장 활성화 방안 등에 대해 더 구체적인 보완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코스피 5000 등 자본시장에 거시적으로 접근한 이 후보는 구체성이 떨어지는 반면 윤 후보는 큰 그림을 그리는 데 어려워하는 것 같다”며 “5가지 정도의 주제를 만들어서 서로 토론한다면 두 후보의 자본시장에 대한 인식을 확실히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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