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윤석열, 공정위 고유 권한 폐지에 한목소리역대 대통령 수차례 법안 발의에도 국회 통과 실패공정위·재계, 무분별한 고발 행위에 대한 우려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폐지에 동의하고 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이 전속고발권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워 관련 법 개정을 추진했으나, 지난해 국회에서 불발된 바 있다. 실제 전속고발권 폐지는 대선 때마다 등장하는 단골 공약 중 하나다. 공정거래법 등 6개 법률에 대한 독점적 고발권을 가진 공정위가 고발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기업 봐주기’ 논란이 지속됐기 때문이다.
이 후보는 단일 후보에 오르기 이전부터 공정위 개혁의 일환으로 전속고발권 폐지를 주장해왔다. 이 후보는 지난 6월 “대선후보가 된다면 당의 협조를 얻어 정기국회에서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을 폐지하고 싶다”며 “공정위가 인력이 너무 적어서 각종 사건 처리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지방정부가 불공정거래를 조사하고, 고발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만약 지방자치단체장 출신인 이 후보가 정권을 잡을 경우 공정위 권한이 지자체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이 후보는 경기도지사 시절 지자체가 가맹점이나 하도급업체를 상대로 이뤄지는 갑질 문제 등 공정거래 사건을 다룰 권한을 일부 위임받겠다며 관련 연구 용역을 진행한 바 있다. 대표적으로 카카오모빌리티의 ‘가맹택시 콜 몰아주기’ 의혹과 관련해 자체 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윤 후보 역시 과거 검찰총장 후보자 시절 전속고발권 폐지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특히 윤 후보는 전속고발권 폐지를 둘러싸고 공정위와 신경전을 벌여온 ‘검찰’ 출신이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윤 후보는 “공정한 경제질서 달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전속고발권을 둘러싼 공정위와 검찰의 신경전은 꽤 오래전부터 이어져왔다. 공정위 내부에서는 검찰 조직이 검사들의 퇴임 후를 대비하기 위해 공정위 사건을 넘보려 한다는 시선이 지배적이었다. 또 검찰은 공정위가 전속고발권 권한을 기회로 잡아 기업과 유착 관계를 형성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 때문에 공정위가 전속고발권을 소극적으로 행사해 이 제도가 기업의 방패막 역할을 하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폐지론이 불거졌다.
여야 두 후보 모두 전속고발권 폐지에 동의하고 있는 만큼 공정위는 물론, 기업들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가장 우려되는 부작용 역시 기업에 대한 ‘고발 남용’이다. 전속고발권이 폐지될 경우 누구나 공정위를 거치지 않고 검찰에 기업을 직접 고발할 수 있게 된다. 특히 해당기업이 가격이나 생산량, M&A, 입찰 등에 사적인 불만을 갖게된 경우 ‘담합 고발’ 형태가 문제될 수도 있다.
또 경제단체들은 공정위와 검찰이 같은 사안에 대해 중복조사가 가능하기 때문에 공권력이 낭비될 뿐만 아니라 기업도 이중으로 대응해야 하는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 등 법적 대응 능력이 미흡한 중소기업에게 더 위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공정위 출신 관료들은 전속고발권 폐지에 우려를 내비쳤다. 지난 2018년 1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공정위 부위원장을 지낸 지철호 전 공정위 부위원장은 최근 ‘전속고발 수난시대’라는 제목의 책을 내고 “전속고발권을 폐지해서는 안 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지 부위원장은 검찰이 전속고발권 폐지를 압박하기 위해 지난 2018년 공정위 퇴직 간부들의 불법 재취업 혐의에 대한 수사를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공정위를 압박해 전속고발권 폐지라는 궁극의 목적을 이루려는 것이 의도였다”며 “전속고발권이 폐지되면 검찰이 기업을 직접 수사할 수 있게 돼 법조계의 역할이 막중해진다”고 말했다.
전속고발권 폐지를 두고 정치권과 경쟁당국의 이견이 팽팽한 가운데 재계에서도 우려를 표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국회에서 상당수 논의를 통해 전속고발권 유지가 결정됐는데 또다시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검토하는 건 재계에서도 피로도가 쌓일 수밖에 없다”며 “전속고발권 폐지를 언급하기 이전에 공정거래 사안에 대해 고발이 아닌 행정 제재 등 다양한 제도를 통해 불공정거래를 바로잡는 게 우선이다”고 꼬집었다.
뉴스웨이 변상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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