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 대우조선 인수 무산 위기③]현대중공업그룹, M&A 불발 후폭풍 미미1.5조 신사업으로···정기선 경영성과와 직결대우조선 재무악화 우려, 부채율 300% 육박수주 호실적 불구 실적 반영에 3년가량 소요재매각시 포스코·한화 등 시너지 대기업 거론
하지만 현대중공업그룹과 대우조선해양이 갈 길은 ‘꽃길’과 ‘가시밭길’로 나뉘게 된다. 조단위의 여유자금이 생긴 현대중공업그룹은 공격적인 신사업 투자가 가능해진 반면, 대우조선해양은 자금 지원이 무산되면서 막대한 부채에 허덕일 수밖에 없다.
13일 조선업계 등에 따르면 유럽연합(EU)는 오는 20일 현대중공업그룹 조선부문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인수합병(M&A)을 불허할 계획이다.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액화천연가스(LNG)선 점유율이 60%가 넘는 만큼, 반독점이 불가피하다는 이유다.
두 조선사의 합병 선결조건은 6개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승인이다. 만약 한 곳에서라도 합병을 반대하면, M&A는 최종 무산된다.
인수주체인 현대중공업그룹이 받을 타격은 미비하다. 이미 글로벌 1위의 시장 경쟁력과 점유율을 확보한 만큼, ‘규모의 경제’ 효과에 목을 맬 필요가 없다.
당초 한국조선해양은 각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심사가 마무리되면, 본격적인 실무작업에 돌입할 계획이었다. 과정은 다소 복잡하다. 한국조선해양은 산업은행이 보유한 대우조선해양 지분 55.7%를 모두 현물로 출자받고, 그 대가로 1조2500억원 규모의 한국조선해양 상환전환우선주와 보통주 약 7%를 넘긴다.
한국조선해양은 이후 대우조선해양이 단행하는 1조500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자회사로 편입시킬 계획이었다. 필요할 경우 추가 자금 1조원도 넣기로 했다. 이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한국조선해양이 모기업 현대중공업지주를 상대로 1조25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선행해야 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현금과 지분 거래는 이뤄지지 않게 됐다. 현대중공업지주는 두산인프라코어(현 현대두산인프라코어) 인수와 현대제뉴인 유상증자 참여 등으로 보유 현금 대부분 소진했다. 지난 3분기 말 기준 현대중공업지주의 별도기준 현금및현금성자산은 1300억원에 그친다.
한국조선해양의 현금및현금성자산은 1조2686억원, 당장 현금화가 가능한 금융자산은 2505억원이다. 동원 가능한 현금만 1조5000억원에 이르는데, 사실상 이 돈을 굳히게 된 셈이다.
업계에서는 현대중공업그룹의 여유자금이 3대 신사업인 자율운항기술과 액화수소 운반과 추진시스템, 지능형 로보틱스로 적극 유입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 5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IT 전시회 ‘CES 2022’에 참석해 이 같은 미래 비전을 제시한 바 있다.
현대중공업그룹 신사업은 궁극적으로 정 사장의 경영승계와 맞닿아 있다. 그룹의 미래 핵심 신사업 성과는 정 사장의 경영능력을 입증할 시험대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배구조 이슈도 해소됐다. 현대중공업그룹은 2017년 현대중공업지주와 현대중공업, 현대건설기계, 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현대일렉트림)으로 쪼개지며 지주사 체제로 전환했다.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결정한 이후에는 한국조선해양을 새로 만들고 자회사로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등 조선3사를 배치했다.
건설기계 부문 중간지주사인 현대제뉴인도 신설했다. 경영 효율성을 높이면서도, 지주사에서 계열사로 지배력이 뻗어나갈 수 있는 그림을 만든 것. 다시 말해, 정 사장은 현대중공업지주 지분율 확대만으로 그룹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국조선해양의 12일 종가는 10만500원으로, 전일 대비 0.6% 상승했다. 관련 기업인 현대중공업지주와 현대중공업은 각각 1.68%, 1.40%씩 올랐다.
황어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EU의 기업결과 심사는 LNG선 독과점 문제로 통과될 가능성이 낮다”면서도 “12월달부터 조정 받은 주가로 판단할 때, 기업결합 심사 무산 등 관련 악재는 선반영 됐다”고 말했다.
유승우 SK증권 연구원도 “EU 기업결합 심사 결과가 무엇이든 악재는 아니다”며 “1조5000억원 증자 계획이 철회되는 것은 오히려 주가에 긍정적 이슈”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은 상황이 다르다. 생존자금 수혈을 받지 못하게 되면서 재무구조는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지난 3분기 말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297%에 달하는데, 부채 분류시 692%로 3배 가까이 상승한다. 여기에 전환사채까지 포함하면 4085%까지 치솟는다.
조선업 호황에 힘입어 지난해 수주 목표 달성률은 140%로, 달성액도 목표치 77억달러를 40% 가량 초과한 108억달러를 기록했다. 하지만 수주 후 실제 매출에 반영되기까지는 통상 3년 가량 소요되기 때문에 대우조선해양의 재무건전성이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결국 대우조선해양은 M&A 시장에 다시 매물로 나올 수밖에 없다. 산은은 20년이 넘는 시간동안 대우조선해양 정상화를 위해 10조원이 넘는 공적자금을 투입해온 만큼, 추가 지원이 부담스럽다.
과거 2008년 진행된 대우조선해양 매각전에는 다수의 대기업이 관심을 보였다. 치열한 눈치싸움과 합종연횡 끝에 한화그룹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하지만 경영악화와 자금난 등을 이유로 인수를 포기했다.
수직적 사업 시너지를 고려한다면, 철강과 건설, 정유, 해운, 친환경에너지 사업 등과 큰 틀에서 연결지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포스코그룹과 한화그룹, SK그룹, GS그룹, 효성그룹, SM그룹을 잠재적 인수 후보로 꼽고 있다. 산은이 새 주인을 찾기 위해 외국 자본 유입을 허용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대우조선해양 주가는 기업결합 불발 이슈가 반영되고 있다. 12일 종가는 2만4950원으로, 전일 대비 0.80% 하락했다. 장중 3% 넘게 떨어지기도 했지만, 약보합세를 보였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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