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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대우조선 안풀리네”···속타는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아시아나·대우조선 안풀리네”···속타는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등록 2022.01.05 18:54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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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항공사 통합 ‘조건부 승인’ 방침에 현대중공업·대우조선 합병 ‘불허’ 가능성도EU 등 ‘해외 경쟁당국’ 반대 때문이라지만“산업 외면한 공정위 보수적 행보 아쉬워”

사진=산업은행 제공사진=산업은행 제공

연초부터 항공·조선 등 구조조정 기업의 합병전선에 이상신호가 감지되자 산업은행 측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작년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결합에 대해 ‘조건부 승인’ 방침을 공개한 공정거래위원회가 올해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을 ‘불허’할 것이란 관측이 흘러나오면서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기업결합심사를 놓고 불거진 공정위발(發) 악재에 초조함을 감추지 못하며 향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날 일부 매체는 공정위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의 합병을 승인하지 않기로 가닥을 잡았다고 보도했다. 오는 20일 심사결과 발표를 앞둔 EU가 합병에 반대할 것으로 점쳐지자 공정위도 이 같이 결정했다는 전언이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양대 항공사 통합에 이어 대형 조선소 합병 건으로도 산업은행의 발목을 잡은 셈이 됐다. 지난해 12월 공정위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일부 슬롯(시간당 가능한 비행기 이착륙 횟수) 반납, 운수권 재배분 등을 이행하는 조건으로 양사의 기업 결합을 승인하기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두 회사 결합 시 일부 여객 노선에 독과점이 발생할 것이란 진단에서 이뤄진 결정이다.

공식 입장을 내놓진 않았지만 산업은행 내부에선 아쉬워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공정위의 심사 방향이 당초 바람을 크게 벗어났기 때문이다.

산업은행 측은 산업계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이들 기업의 통합이 매끄럽게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래야만 한국 경제가 기업 구조조정에서 비롯된 과거의 리스크에서 벗어나 새로운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는 논리였다.

사실 공정위가 항공사 통합을 조건부로 승인하는 것을 놓고는 산업은행 뿐 아니라 산업계 전반에서도 뒷말이 무성하다. 운수권 축소와 슬롯 회수 등 조치가 이뤄지면 양사가 통합 시너지를 내지 못할 뿐 아니라 항공사 운영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은행이 고용유지를 담보로 하는 투자합의서를 받아냈다고 하나, 조건부 승인으로 운항이 줄어드는 가운데 고용을 유지하긴 쉽지 않을 것으로 점쳐지는 탓이다.

이를 우려한 듯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회사의 미래 경쟁력을 훼손할 정도의 과도한 운수권 축소와 슬롯 회수 등 조치가 취해지면 사업량 유지를 전제로 한 인력운영, 통합 시너지 창출 계획에 차질이 발생할 것”이라며 “항공업 종사자의 일자리를 보장하고 국내 항공산업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취지에 걸맞은 기업결합승인 결과를 기대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무엇보다 아쉬운 대목은 결과적으로 우리나라 경쟁당국이 해외 당국보다 먼저 한국 기업 합병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 됐다는 점이다. EU 등에서의 공식 발표가 아직 나오지 않았음에도 공정위가 이를 고려해 지나치게 보수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얘기다.

이는 산업은행 측이 끊임없이 경계했던 부분이기도 하다. 이동걸 회장은 “우리 경쟁당국이 산업적 측면과 부실기업의 도태 시 생기는 파장을 고려해 전향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면서 “다른 나라의 움직임을 보고 결정하자는 분위기여서 섭섭하고 유감스럽다”는 속내를 내비쳤다.

이어 이동걸 회장은 “가령 EU 경쟁당국이 아마존·구글 등 빅테크를 규제하려 들면 미국 경쟁당국이 이들을 보호하지 않나”라며 공정위의 신중한 판단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공정위는 조심스런 행보를 이어가는 모양새라 항공·조선 기업결합심사 결과 발표를 앞두고 이해관계자의 신경전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아직 공식적으로 결과가 나오지 않은 만큼 은행으로서는 지켜볼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며 “각 기업이 끝까지 협의하겠다고 한 만큼 합병이 순조롭게 이뤄지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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