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유전자 세포 치료제 '인보사' 개발2017년 IPO 당시 증거금만 6조원대 몰려주성분 변경 논란에 2년 8개월째 거래정지지난해 말 美 임상 3상 재개에 한줄기 희망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의 꿈과 뚝심이 묻어있는 코오롱티슈진은 6만명이 넘는 소액주주의 이해관계도 얽혀 있어서 상장폐지가 확정될 경우 상당한 파장이 일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최근 이 회사가 부활할 수 있는 희망의 빛도 보여 앞날이 주목된다.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위원회는 지난 7일 코오롱티슈진에 대한 상장폐지 여부를 판단하는 회의를 열었으나 판단 보류 결정(심의 속개)을 내렸다. 코오롱티슈진은 거래소에 추가 개선계획을 내야 하고 거래소는 이 자료를 바탕으로 상장폐지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17년 뚝심으로 만든 '기적의 신약'···2년 만에 좌초
코오롱티슈진의 역사는 코오롱그룹의 바이오 사업 역사와 궤가 같다. 28년 전인 1994년 이웅열 당시 코오롱그룹 부회장은 절친한 친구였던 이관희 인하대학교 의과대학 교수와 만나 바이오 사업에 대한 의견을 듣게 된다. 서울 신일고등학교 동기동창 사이인 두 사람은 고교 재학 시절 운동장에서 같이 축구를 하며 지냈을 정도로 막역했다.
이 과정에서 이 교수는 이 부회장에게 관절연골 재생 유전자 치료 방식을 소개했고 이 부회장은 코오롱 중앙기술원 바이오메디컬연구소에 연구를 지시한다. 이후 연구소는 퇴행성 관절염 치료를 위한 세포 물질을 발견했다. 이것이 '티슈진 신화'의 머릿돌이라고 볼 수 있다. 훗날 이 교수는 티슈진의 대표 자리에 오른다.
이웅열 부회장은 아버지인 고 이동찬 코오롱그룹 회장이 명예회장으로 물러난 1995년 그룹 회장직을 이어받았고 이후부터 바이오 사업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게 된다.
당시 코오롱은 외환위기에 따른 난국을 타개하고자 이동통신업(신세기통신)까지 포기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난국 속에도 바이오 사업에 대한 끈만큼은 놓지 않았다. 1999년 9월 코오롱은 '티슈진'이라는 이름의 치료물질 개발에 성공했고 이 물질의 이름을 딴 개발회사를 미국에 차렸다.
이 부회장의 열정이 오롯이 담긴 티슈진은 2006년 7월과 12월부터 미국 연방식품의약국(FDA)과 대한민국 식품의약품안전청(현 식품의약품안전처)이 주관하는 임상 시험을 시작했다. 최초 개발 이후 17년, 임상 1상 승인 후 11년이 지난 2017년 7월 12일 우리나라 식약처로부터 허가를 먼저 받았다.
당시 재계에서는 이웅열 회장이 주도한 '17년 뚝심의 드라마'가 빛을 봤다며 국내 최초 유전자 세포 기반 치료 신약 '인보사'의 탄생을 칭송했다. 1년에 한 번 맞는 주사로 골관절염을 수술 없이 치료할 수 있는 인보사는 '기적의 블록버스터 신약'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인보사는 2017년 11월부터 공식 판매를 시작했고 국내는 물론 세계 전역에서 인보사 투약을 희망하는 환자가 줄을 이었다. 애초에 국내보다 해외 시장을 염두에 뒀던 제품이기에 해외 시장에서의 기대감이 더 컸다.
인보사 공식 판매가 임박했던 2017년 티슈진은 코스닥 상장을 준비한다. 그해 10월 일반투자자들로부터 2025억원을 조달했는데 증거금으로만 6조원 이상의 뭉칫돈이 쏟아지며 2017년 IPO 최대어였던 넷마블게임즈, 스튜디오드래곤에 이은 최고의 공모 흥행을 기록했다.
그러나 인보사의 영광은 2년을 채 가지 못했다. 2019년 3월 29일 코오롱생명과학은 식약처에 1액과 2액으로 나뉜 인보사의 주성분 중 1액에만 연골세포가 들어있고 2액에는 형질전환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유래세포가 들어있다고 자진해서 확인 발표했다.
결국 식약처는 4월 15일 인보사의 국내 판매와 제조 중지를 명령했고 5월 28일 품목 허가도 취소했다. 그날부터 코오롱티슈진의 주식거래도 멈췄다. 그해 7월 한국거래소는 코오롱티슈진을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으로 결정했고 현재까지 상폐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美서 임상 재개···실낱 희망에도 현실은 암담
'인보사 사태'는 희대의 상장 사기 사건으로 비화되며 바이오업계 전반에 큰 충격을 줬다. 이 여파로 코오롱생명과학 임원들이 줄줄이 검찰과 법원 문을 들락거려야 했고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는 물론 이웅열 회장까지 구속의 위기를 겪어야 했다.
그런데 2020년부터 국면이 조금씩 달라졌다. 애초에 인보사의 판매 시장으로 낙점됐던 미국에서 인보사의 성분을 다시 살펴보자는 요구가 나왔기 때문이다. 미국 FDA는 임상 보류 이후 11개월 만인 2020년 4월 임상 3상 재개를 승인했다.
미국 FDA는 기존 임상 데이터 중 신장세포 기반 치료 기록도 유효하다는 점을 주목했고 지난해 12월 말 캘리포니아의 소스 헬스케어 병원에서 투약 치료를 재개했다. 코오롱티슈진은 오는 2023년까지 1000여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그 사이 한국거래소가 부여한 두 번의 개선 기간이 흘렀고 올해 초 다시 상폐 갈림길에 섰다. 그러나 거래소는 추가 자료가 필요하다면서 판단을 보류했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임상 재개가 코오롱티슈진의 극적 부활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상폐 여부를 판단하는 거래소 인사 중에 전문 기술을 이해하는 전문가가 없어서 미국의 임상 재개도 반전 요소가 되지 못할 것이라는 시각도 공존한다.
코오롱티슈진에 대한 결론이 미뤄지는 사이 이 회사에 투자한 소액주주들은 연일 불면의 밤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상장 전에 불거진 경영진의 비리 이슈 때문에 상장폐지 의결이 된 신라젠의 사례로 개미들의 불안감은 더 커진 상황이다.
2020년 말 기준으로 코오롱티슈진의 소액주주는 6만4332명으로 전체 주식의 34.5%가 소액주주들의 몫이다. 6만여 개미는 오로지 거래소의 결단만을 바라보고 있다.
물론 극적으로 이 회사가 상폐 위기에서 탈출한다고 해도 당장 거래가 재개되는 것은 아니다. 전직 경영진의 횡령과 배임 혐의로 인해 또 다른 개선 기간을 부여받았기 때문이다. 이 개선 기간은 오는 8월 31일 끝난다.
뉴스웨이 정백현 기자
andrew.j@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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