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 정기선, 자율운항·수소·로봇 지휘한화 김동관, 반도체·항공우주 사업 탐색LS家 구동휘, E1 수소에너지 전환 중책'SK 3세' 최성환, 블록체인 등 신사업 추진
LG그룹은 2017년 갓 마흔을 넘긴 구광모 회장이 취임하면서 '4세 경영'의 닻을 올렸다. LG뿐 아니라 주요 대기업은 3·4세 경영이 자리잡으면서 최고경영자(CEO) 자리도 세대 교체가 빠르게 진행 중이다. 재벌가에선 1980년대 태어난 후계자들이 본격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정기선·김동관, 미래 먹거리 진두지휘 = 1980년대생 젊은 경영인 중 재계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인물은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사장과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이 거론된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 23일 창립 50주년을 맞아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인 1982년생 정기선 사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정기선 사장은 그룹 중간지주회사인 한국조선해양의 사내이사로 선임됐으며, 오는 28일 주주총회가 열리는 현대중공업지주에서도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린다. 그룹 핵심 계열사 2곳에서 정기선 사장이 등기임원이 된 것은 사실상 현대중공업그룹이 '정기선 체제'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정기선 사장은 앞으로 펼치는 신사업 성과를 통해 경영 능력을 평가받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사장 승진 후 'CES 2022'에서 글로벌 데뷔 무대를 갖고 신고식을 치렀다. CES에선 자율운항·친환경 선박, 수소가치사슬, 지능형 로보틱스·솔루션 기술 등 미래 사업을 먹거리로 펼친다는 비전을 공개했다.
정 사장은 현대중공업그룹 새로운 50년을 맞이할 준비에 한창이다. 지향점은 세계 1위의 '쉽 빌더'(Shipbuilder)를 뛰어넘는 '퓨처 빌더'(Future Builder)다. 미래 조선·해양과 에너지, 기계 등 3대 핵심사업을 혁신적으로 이끌어 나가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정 사장은 기존 조선사업에서 자율운항기술을 기반으로 한 해양 모빌리티 산업 리더를 꿈꾼다. 그룹 내 자율주행 기술 개발 스타트업 '아비커스'의 자율주행 기술을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기반으로 궁극적으로는 완전 자율항해로 가장 안전하고 지능적인 선박을 만들겠다는 비전을 세우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기존 조선, 건설, 기계 사업은 각 부회장 체제로 조직이 움직인다"며 "정기선 사장은 경영지원실장을 맡아 그동안 신사업 부문을 챙겼고 앞으로도 신사업을 이끌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은 1983년생으로 그룹 신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김 사장 영향력이 직접적으로 미치는 계열사는 실질 지주사 ㈜한화와 화학부문 중간지주사 한화솔루션, 방산부문 중간지주사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또 다른 지주사인 한화에너지다.
김 사장은 ㈜한화와 한화솔루션의 전략부문을 이끌고 있다. 지난 23일 열린 한화솔루션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연임에 성공한 김 사장은 오는 29일 ㈜한화 사내이사에도 오르며 경영보폭을 한층 넓히게 된다. 전략부문은 미래 비전과 투자 전략 등 중장기 계획을 세우는 매우 중요한 조직이다.
김 사장은 ㈜한화 이사회에 합류해 항공우주 등 미래사업을 본격적으로 이행한다는 전략이다. 우주사업은 ㈜한화는 물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쎄트렉아이 등 관련 계열사들이 모두 진출해 있다. 김 사장은 이들 계열사간 핵심 인력들로 꾸려진 우주사업 컨트롤타워인 '스페이스 허브'를 총괄하고 있다.
한화솔루션에서는 수소와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강화하고 반도체 등 고부가소재 사업 확장에도 주력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화솔루션은 현재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수전해기술을 개발 중이며 2024년부터 상업화한다는 구상을 세우고 있다. 풍력 등 발전개발 사업을 위해 1조원을 들여 RES프랑스를 인수했고, 전력 판매와 관리 등 연계사업도 추진 중이다.
반도체 사업을 위해서는 케미칼부문 소속이던 NxMD실을 100% 자회사 '한화NxMD'로 독립시켰다. 한화NxMD는 삼성전기에서 인수한 와이파이 통신 모듈사업을 맡게 된다. 김 사장이 최대주주인 한화에너지는 오너3세 개인회사로, 종합에너지사업을 주력으로 한다. 주목할 회사는 자회사인 한화임팩트다. 한화종합화학에서 사명을 바꾼 한화임팩트는 기존 PTA사업과 함께 투자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한화임팩트는 신경망처리장치(NPU) 태스크포스(TF)팀을 '뉴블라'라는 스타트업으로 출범시켰고, 비(非)메모리 반도체인 시스템 반도체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이외에도 김 사장은 친환경 에너지와 차세대 모빌리티, 바이오와 IT 기술 융합, 차세대 데이터 저장기술, 미래 혁신기술 등에 대한 투자도 전개할 예정이다.
◇차기 CEO 예정된 구동휘·최성환 = LS그룹 후계자 구동휘 E1 최고운영책임자(COO) 대표이사와 SK 오너 일가의 최성환 SK네트웍스 사업총괄은 모두 경영자 수업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LS그룹 회장을 지낸 구자열 무역협회 회장의 장남인 구동휘 E1 운영담당 대표이사는 1982년생으로 LS 신사업을 이끌어 가는 차기 후계자로 꼽힌다. 구 대표의 LS 지분율은 2.99%로 총수인 구자은 LS 회장(3.63%)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지난해 E1과 LS네트웍스 사내이사에 선임, 현재 E1 COO 겸 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E1은 수소,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구동휘 대표가 이끌고, 기존의 LPG 사업은 구 대표의 숙부인 구자용 회장이 맡는 식의 이원화 방향으로 가고 있다. 구동휘 대표는 에너지 전환기를 맞아 E1이 보유한 LPG 충전소를 LPG를 포함해 수소·전기충전소 등 복합충전소 사업을 안착시켜 경영 능력을 평가받아야 한다. E1은 미래형 복합충전소 브랜드 'E1 Orange Plus'를 지난해 말 론칭하며 사업 확장에 나섰다.
최신원 전 SK네트웍스 회장 장남인 최성환 SK네트웍스 사업총괄은 오는 29일 열리는 정기 주총에서 사내이사에 선임될 예정이다. 1981년생인 최 사업총괄은 SKC 전략기획팀, SK(주) 사업지원담당 및 글로벌사업개발실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쳐왔다. 특히 경영 전반에 대한 폭넓은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사업 포트폴리오 강화와 신성장 사업 육성 등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SK네트웍스가 최근 공격적으로 스타트업에 지분 투자를 단행한 것도 최 사업총괄이 주도했다. 최 사업총괄은 SK네트웍스의 정체성을 '사업형 투자회사'로 전환하기 위해 성장성이 높은 신사업을 찾고 있다. 블록체인 전문 솔루션 기업인 블록오디세이에 108억원을 투자하고, 전기차 충전기업 에버온 2대주주에 오른 것도 같은 맥락이다. SK네트웍스는 최 사업총괄의 이사회 합류로 신사업 투자 행보에 더욱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젊은 대표들은 차세대 경영자니깐 신속한 의사결정은 물론, MZ세대답게 스마트한 업무 방식을 선호할 것"이라며 "신사업 부문에서 경영 능력에 대한 검증도 받아야 해 부담도 큰 자리가 되지 않겠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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