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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외교부, '최고조' 치달은 '통상' 쟁탈전

官心집중

산업부-외교부, '최고조' 치달은 '통상' 쟁탈전

등록 2022.03.30 14:18

수정 2022.03.30 14:22

주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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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고위당국자, '통상 기능 복원' 필요성 브리핑"외국 등에 업고 조직개편 이기려 해" 산업부 비난산업부, '산업정책과 일체화된 통상전략' 논리 고수

사진=연합뉴스사진=연합뉴스

새 정부의 조직개편 과정에서 통상 업무 이관을 둘러싸고 벌이는 외교부와 산업통상자원부의 신경전이 고조되고 있다. 통상교섭권을 둘러싼 두 부처의 경쟁이 논리 대결을 넘어 갈수록 이전투구로 비화하는 모습으로, 부처 간 노골적인 비방전은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교부는 지난 29일 고위당국자가 이례적으로 예정에 없던 백브리핑(익명 전제 브리핑)을 자청해 통상 기능을 되찾아와야 하는 이유를 적극적으로 설명하는 한편 산업부의 통상교섭 기능 유지 논리를 반박했다. 특히 최근 산업부의 통상 업무 유지 필요성을 담은 기사들에 대해 "상당수가 근거 없거나 잘못된 사실에 기초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고위당국자는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이 한 경제지 기고를 통해 '정부 수립 후 75년 동안 통상기능이 외교부에 속한 기간은 15년뿐'이라며 산업부 존치를 주장한 데 대해 "통상기능이 외교부에 속하지 않은 기간은 단 9년뿐"이라고 반박했다. 박근혜·문재인 정부를 제외하고 계속 통상 업무를 해왔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 9년간 통상업무가 없어 보니까 너무 힘들다. 저희는 되게 절실하다"면서 "정부조직법에 통상 및 통상교섭 업무가 (산업부로) 넘어가면서 저희가 할 수 없는 업무가 너무 많고 팔과 다리가 묶인 상황에서 경주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통상과 외교가 접착제로 붙어 있어서 분리가 안 된다. 늘 업무영역을 가지고 다투게 되는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을 바로잡기 위해서라도 이번 기회에 정리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통상교섭 기능 이관을 둘러싼 논란이 부처 간 '밥그릇 싸움'이 아니냐는 지적에는 "저희와 경쟁하는 세종시에 있는 부처에서는 이게 밥그릇 싸움이라고 볼 수도 있다"고 산업부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이어 "그런데 저희는 그런 조직을 당겨오기 위해 협상하는 게 아니다"며 "실장 몇 개, 국장 몇 개, 사무관 몇 명 문제가 아니고 관심도 없다"고 주장했다.

외교부는 이날 산업부가 새 정부의 조직 개편에서 통상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외국 정부의 입장까지 왜곡했다며 강한 유감을 표현하기도 했다. 외교부는 이날 밤 11시 10분께 기자들에게 배포한 메시지에서 "우리 국익과 국격에 대한 일말의 고려 없이 사실에 반하는 내용을 소위 타국 정부 '입장'으로 왜곡하여 국내 정부 조직 개편 관련 논리로 활용하려는 국내부처의 행태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날 일부 언론 매체는 미국 정부 고위 관료가 이달 중순 산업부가 가진 통상 기능을 외교부로 이관하는 데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한국 정부에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기사는 "미국의 한국 담당 고위급 외교 인사가 한국의 통상교섭 기능의 외교부 이관에 우려한다는 뜻을 구두로 전달했다"는 정부 고위 관계자 발언을 인용했다.

산업부-외교부, '최고조' 치달은 '통상' 쟁탈전 기사의 사진

산업부는 외교부 입장이 나오기 전 이런 보도에 대해 설명자료를 내고 "기사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산업부는 "3월 15일 한미 FTA 발효 10주년을 맞아 한국의 정부·국회 대표단이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했을 때 미국 정부 관계자가 우리 정부 관계자에게 우리 새 정부의 통상조직 관련 의견을 전달한 바 없다"고 밝혔다.

산업부는 공식 입장 표명을 자제하면서도 시대 변화로 인해 통상과 산업은 불가분의 관계가 됐으며, 따라서 현 조직 형태로 유지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은 고수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전 세계적으로 공급망 교란이 심화되고 있고, 세계 각국이 자국 중심으로 공급망을 재편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상황이어서 그 어느 때보다 통상과 산업의 긴밀한 협업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이 산업부의 논리다.

산업부는 최근 인수위 업무보고에서 '산업정책과 일체화된 통상전략'을 강조했다. 우리나라가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갖고 있다는 점도 산업과 통상 간 공조가 필요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 중국, 독일 등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갖고 있고 무역 규모가 큰 국가들은 주로 통상 기능을 산업부처가 관할한다.

산업부는 30일 전문가들을 불러 통상 업무 관할의 당위성을 강조하며 여론전을 펼치기도 했다. 이날 서울 모처에서 열린 '제2차 FTA 전략포럼'은 산업부가 지난 2월 국제통상학회와 함께 출범시킨 FTA 전략포럼의 2차 토론회로, 미·중 패권 경쟁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등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현황을 진단하고 이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신통상정책 및 통상 거버넌스에 대한 전문가 의견을 듣기 위해 마련됐다.

하지만 산업부와 외교부가 통상 기능 이관을 두고 신경전을 펼치는 최근 분위기를 반영한 듯 참석자들은 통상 관련 의견을 쏟아냈다. 전문가들은 반복되는 통상조직 개편 논의가 우리의 통상역량 강화를 저해하고 있다고 우려하면서 통상환경의 급격한 변화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서 우리의 통상조직도 실물경제와 호흡을 더 긴밀히 할 필요가 크다는 데 공감을 표했다.

전윤종 산업부 통상교섭실장은 모두발언에서 "세계적 공급망 위기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산업계와 긴밀하게 소통하며 우리 핵심전략산업의 공급망 안정을 확보하는 통상정책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면서 "공급망, 기술경쟁, 디지털, 탈탄소 등 신통상 이슈가 부각되는 상황에서 산업정책과 통상정책을 유기적으로 연계하며 국가 경쟁력을 키워갈 수 있는 거버넌스를 조성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주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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