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외교부, '통상 기능' 두고 밥그릇 싸움 치열외교부 "경제 안보" vs 산업부 "통상-산업 불가분"통상 이관 '상공부→외교부→산업부' 정권마다 각각
외교부는 지난 29일 밤늦게 기자들에게 배포한 메시지에서 "사실에 반하는 내용을 소위 타국 정부 입장으로 왜곡해 국내 정부 조직 개편 관련 논리로 활용하려는 국내 부처의 행태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전날 미국 정부 고위 관료가 이달 중순 산업부가 가진 통상 기능을 외교부로 이관하는 데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한국 정부에 전달했다는 한국경제 보도와 관련, 산업부를 겨냥해 강한 유감을 표명한 것이다. 전날 산업부도 한국경제 보도에 대해서는 설명자료를 내고 "기사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한 바 있다.
통상 기능의 이관을 둘러싼 두 부처의 신경전이 과열되는 양상을 보이자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양측의 비난전을 공개 경고하고 나서기도 했다. 원일희 인수위 수석부대변인은 30일 오후 서울 통의동 인수위 브리핑에서 외교부와 산업부 사이의 마찰과 관련해 "표명할 입장이 없다"면서도 "큰 틀에서 인수위가 검토하는 이 상황에서 개별 부처에서 공개적인 발언이 나오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정부 출범 이래 통상 기능은 외교부와 산업부가 번갈아 맡아 왔다. 통상 기능의 유지·이관 문제가 관심 대상이 되는 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과거 통상 기능은 상공부와 외무부, 경제기획원 등에 분산돼 있었다. 그나마 현재 산업통상자원부의 전신인 상공부가 통상진흥국, 통상협력국 등의 조직을 갖추고 통상의 핵심기능이라 할 수 있는 무역진흥, 통상협력 업부를 수행했다.
여러 부서에 흩어져 있던 정부의 통상 조직은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세계무역기구(WTO) 출범 등으로 전문 통상 조직의 필요성이 생기면서 한 부처로 통합됐다. 1994년 12월 상공부가 통상산업부로 개편되면서 통상 기능이 한 부처에 모였다.
김대중 정부 출범과 함께 통상기능이 외교부로 이관된다. 외교통상부로 넘어가면서 통상교섭본부가 신설되며 본격적인 다자, 양자 FTA(자유무역협정)이 추진된다. 특히 노무현 정부 시절 추진된 한미FAT 협상은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무역강국으로 도약하게 된 발판이 됐다.
박근혜 정부 출범으로 통상 기능은 산업부로 다시 이관됐다. '산업통상자원부'를 신설하고, 통상차관보와 통상교섭실이 새로 생겼다. 문재인 현 정부 초기에 외교부로의 이관 계획이 거론됐으나 무산됐다. 오히려 통상교섭본부를 대외 장관급으로 격상하며 위상이 높아졌다.
통상 기능의 유지냐, 이관이냐를 놓고 두 부처가 가진 논리 대결이 현재 치열한 상황이다. 외교부와 산업부는 지난 24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대한 업무보고 자리를 가졌다. 산업부에선 통상과 산업은 불가분의 관계가 됐으며 현 조직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반면 외교부에선 통상과 외교가 접착제로 붙어 있어 분리가 안 된다며 기능이 이관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산업부는 5대 추진 전략을 보고하면서 산업정책과 일체화된 통상 전략을 내세웠다. 통상 기능 유지를 위해 통상과 실물 경제 간의 연관성을 강조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 중국, 독일 등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갖고 있고 무역 규모가 큰 국가들은 주로 통상 기능을 산업부처가 관할한다.
외교부는 경제 안보를 거론했다.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미·중 경쟁 등 정치·안보적 이해관계가 통상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29일 '익명 조건'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통상 기능이 외교부에 속하지 않은 기간은 단 9년뿐"이라고 반박했다. 통상교섭본부를 산업부에 둔 박근혜·문재인 정부 9년을 빼곤 외교부가 통상 업무를 해왔다는 것을 강조했다.
뉴스웨이 주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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