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은행 이전하려면 '법 개정'이 필수 정치권·은행과 소통해 공감대 끌어내야 '청년 1억 통장'은 막대한 재원 변수로
대부분 현 정부 아래 논의가 이뤄진 내용이라 공론화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지 않겠지만,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데다 시장·국민의 여론 또한 무시할 수 없어 실현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산은·수은 지방 이전 현실화?···국회부터 넘어야=현재 금융권을 뜨겁게 달군 화두는 단연 국책은행 본점의 지방이전 공약이다. 선거 과정 중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약속한 당선인이 수출입은행까지 그 대상으로 거론하면서 이른바 정책금융기관의 대이동이 현실화하는 분위기여서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회는 이르면 다음주부터 국책은행의 지방 이전 방안을 점검한다. 만일 위원회가 공약 이행을 밀어붙이면 각 기관의 지방이전 추진 작업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예고대로 산업은행이 부산으로 가면, 수출입은행은 전북으로 옮기지 않겠냐는 관측도 흘러나온다.
사실 이는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여러 정부에 걸쳐 검토된 사안이다. 2004년 참여정부가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을 제정하면서 국책은행 본점의 이동 가능성을 처음으로 거론했고, 지난 몇 년 사이에도 자신의 지역구에 이들 은행을 유치하려는 국회의원의 시도가 이어졌다.
하지만 국책은행의 지방 이전은 정부의 의지만으로 풀어낼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성사 가능성은 미지수란 게 전반적인 시선이다.
국회 문턱을 넘어야 한다는 게 그 첫 번째 이유다.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둔다'고 정한 각 은행법부터 개정해야 하는 탓이다. 더불어민주당이 키를 쥐고 있을뿐더러, 지난 몇 년간 거듭된 논의 속에도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사안이어서 이번에도 쉽지 않은 여정이 될 것으로 외부에선 예상하고 있다.
지방으로 옮겨야 하는 명분도 불분명하다. 해외 정부·투자자 등과의 협업, 기업 구조조정, 벤처기업 육성 등 역할을 감안했을 때 각 기관을 서울에 둬야 한다고 다수의 전문가들은 제언한다.
옮겨간 공공기관이 반드시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하진 않는다는 통계도 있다. 일례로 부산시는 한국거래소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등 29개 금융기관을 유치했지만 뚜렷한 효과를 보지 못했다. 금융업의 지역 내 총부가가치율은 2018년 7.1%에서 2019년 6.9%로 줄었고. 국제금융센터지수(GFCI) 순위 역시 2015년 27위에서 지난해 33위로 떨어졌다.
따라서 새 정부가 어떤 논리를 들고 나와 국회와 당사자들을 설득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은행 반발에도 '예대금리차 공시 의무화' 눈앞=윤 당선인이 "과도한 금리 격차를 해소하겠다"며 내건 예대금리차 공시 공약은 업권의 반발 속에도 속도가 붙었다. 최근 예대금리차가 더욱 벌어지면서 공시 필요성이 더욱 힘을 얻는 모습이다.
금융감독원은 은행 금리산정 체계 점검 결과를 지난달 인수위에 보고했다. 인수위는 필요할 경우 가산금리 적절성을 검토하고 담합 요소를 점검하는 방안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의 반발에도 예대금리차 공시제도 신설이 가속화하는 것은 금리 인상기를 맞아 은행이 대출금리는 빠르게 인상하고 예금금리는 천천히 올려 과도한 마진을 챙긴다는 지적이 있어서다.
지난달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가 4%에 바싹 다가서며 8년 11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한 가운데 예금은행 신규 취급액 기준 대출 금리와 저축성 수신 금리의 차이, 즉 예대마진은 1.86%포인트로 1월(1.80%)보다 0.06%포인트 높아졌다.
신규 취급 기준이 아닌 잔액 기준으로는 총수신 금리(0.93%)가 0.05%포인트, 총대출 금리(3.20%)도 0.08%포인트 올랐다. 이에 따라 예대마진(2.27%포인트)이 0.03%포인트 확대됐다. 2019년 6월(2.28%포인트) 이후 2년 8개월 만의 최대폭이다.
현재도 각 은행 사업보고서를 통해 예대금리차를 확인할 수 있긴 하지만, 사업보고서가 매 분기 공시된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또 금감원에서 매달 공개하는 각 은행 신용등급별 평균·기준·가산금리 공시를 통해서는 소비자가 한번에 예대금리차를 알기 힘들다.
이런 문제를 종합해 예대금리 공시는 월별, 금감원이나 은행연합회 사이트를 통해 조회 가능해질 전망이다. 한국은행 통계표의 기초 자료인 신규 취급액 기준 여·수신 가중 평균금리를 토대로 은행별, 월별로 공개하는 방식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소비자가 예대금리를 '줄 세우기' 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은행 입장에서는 예대금리차를 공시하는 데 있어 기술적인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은행이 과도한 예대금리차를 이용해 '이자 장사'를 한다는 프레임은 위험하다는 주장이다. 중저신용자 대출이 많거나 저원가성 요구불예금 비중이 높은 경우라면 예대금리차는 커질 수밖에 없는데 단순 금리차 비교는 이러한 구체적인 상황들이 배제돼 있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시중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예대금리차가 더욱 벌어지자 은행들은 스스로 금리 속도 조절에 들어갔다. 일각에서는 과도한 예대금리차를 지적한 윤 당선인의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KB국민은행은 지난달 7일부터 오는 6일까지 한시적으로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0.1∼0.2%포인트 내린 데 이어 다음달 1일까지 주택담보대출금리를 최대 0.45%포인트 인하했다. NH농협은행도 8일부터 신규 주담대 금리를 0.3%포인트 인하한다. 지난 1월과 2월에도 주담대 금리를 각각 0.2%포인트, 0.1%포인트씩 내린 바 있다.
국민은행에 농협은행까지 주담대 금리를 잇따라 낮추면서 대출 영업에 나서야 하는 다른 시중은행도 주담대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보인다.
◇1억 마련 돕는 '청년도약계좌', 재원 확보 숙제=이밖에 당선인이 제시한 '청년도약계좌' 공약의 향방도 관심사다. 젊은층의 자산 형성을 돕는다는 기본 취지에도 불구하고 여기에 들어갈 막대한 재원이 걸림돌로 여겨지고 있어서다.
새 정부가 구상하는 '청년도약계좌'는 근로·사업소득을 보유한 만 19~34세 청년을 대상으로 하는 상품이다. 매달 30만~60만원을 저축하면 정부가 가입자 소득에 따라 월 10만~40만원씩 보태 10년 만기 때 1억원을 만들어주는 구조를 띤다.
앞서 출시된 '청년희망적금'에 '총급여 3600만원(종합소득금액 2600만원) 이하'라는 조건이 붙은 것과 달리, '청년도약계좌'는 소득이 있다면 누구나 가입 가능한 것도 특징이다. 주택 구입이나 휴직 등 사유가 있다면 중도 인출도 가능하다.
다만 짚고 넘어갈 부분은 정부가 이 상품을 운영하려면 상당한 규모의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는 점이다. 실제 청년희망적금의 경우 당초 예상한 38만명의 약 8배인 290만명이 몰렸다. 이에 정부는 사업 예산을 456억원에서 1조원 수준으로 끌어올리면서 논란에 시달린 바 있다. 따라서 더 나은 혜택을 담은 청년도약계좌도 전철을 밟을 것이란 게 전반적인 견해다.
당선인 측도 고민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이에 청년희망적금 가입자를 청년도약계좌로 갈아타도록 하는 등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sia0413@newsway.co.kr
뉴스웨이 한재희 기자
han324@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