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 후임 사외이사 인선 논의 지지부진 노조가 노동·법조·학계 인사 3명 제시했지만 결정권 쥔 금융당국은 1개월 넘게 '묵묵부답' 靑-인수위 연이은 '인사 충돌'에 눈치 보는듯
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 신충식·김세직 사외이사의 임기가 지난달 26일 만료됐지만 후임 인선이 지지부진한 양상을 띠고 있다. 기업은행 노조가 최근 노동계·법조계·학계 인사를 중심으로 총 3명의 사외이사 후보를 추려 사측과 금융위에 각각 전달했지만 아직 답을 듣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기업은행은 물론 금융위까지도 판단을 유보하고 있기 때문이란 게 전반적인 시선이다. 기업은행 사외이사는 행장의 제청을 거쳐 금융위원장이 임명한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은행 측이 최종 후보군을 확정해 금융위로 제출하는 이른바 제청 절차도 이뤄지지 않았다.
일단 기업은행은 새로운 사외이사가 선임될 때까지 신충식 이사의 임기를 연장하고, 한화생명으로 자리를 옮긴 김세직 이사의 자리만 공석으로 둔 상태다.
업계에선 인수위의 태도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이 노조의 경영참여를 탐탁지 않아 하는 것은 물론, 현 정부가 공공기관 사외이사를 임명하는 것을 놓고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어서다. 즉, 고승범 위원장이 이를 감안해 움직이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과거 당선인 측은 선거 과정에서 금융회사 노동이사제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당선 이후 꾸려진 인수위의 반대를 시작으로 공약의 폐기 수순을 밟는 게 아니냐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앞서 인수위 측은 노동이사제에 대해 필요할 때 공공기관 개혁을 하지 못할 수 있고, 민간기업으로 확산하면 우려가 더 크다는 견해를 내비쳤다.
여기에 인수위는 금융위에 사실상 유관기관의 인사를 중단해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도 감지되고 있다. 산업은행이 최근 박두선 대우조선해양 최고운영책임자(CSO)를 대표이사로 임명하자 인수위 측이 강하게 반발한 게 이를 방증한다. 인수위 측은 "금융위에서 산업은행에 인선을 중단해달라고 2월부터 요청한 것으로 보고받았다"면서 "이런 요청이 지켜지지 않은 게 문제"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따라서 노조 추천 이사 선임을 포함한 기업은행 사외이사 인사도 장기화할 공산이 커졌다. 새 행정부 출범 이후로 미뤄지는 것은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그간의 관례대로 친정부 성향 인사가 발탁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외부의 중론이다.
다만 기업은행 노조 측 반응은 냉랭하다.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에 관한 법률의 국회 통과로 분위기가 무르익었고 현 정부와 여당도 구두로 재차 확약한 만큼 반드시 노조 측 추천 인사를 이사로 선임해야 한다고 이들은 주장한다.
'노조 추천 이사제'는 노조가 사외이사를 추천하는 제도다. 의사결정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구성원 모두 성과를 책임지는 문화를 만들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이사로 선임된 사람은 정관에서 정한대로 사업계획·예산·정관개정·재산처분 등 경영 현안에 대한 발언권과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금융권 내 노조 추천으로 이사회에 참여하는 인물은 수출입은행의 이재민 사외이사뿐이다.
윤종원 행장은 2020년 취임 당시 노조 측과 '노조 추천 이사제' 도입에 힘쓰기로 합의했고, 지난해에도 노조 측이 추천한 3명 중 한 명을 최종 후보에 포함시킨 바 있다.
김형선 기업은행 노조위원장은 "금융위의 인사 작업이 멈췄기 때문에 지금 단계에선 어찌할 방법이 없다"면서 "일단 정부의 움직임을 지켜본 뒤 대응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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