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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중공업, '부업' 건설사업으로 수익 안정화에 인력 재배치까지

삼성중공업, '부업' 건설사업으로 수익 안정화에 인력 재배치까지

등록 2022.04.20 16:41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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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건설부문 매출 180억, 전체 0.3% 수준한때 매출 1조 돌파도, 조선부문과 '양대축'업황침체·출혈경쟁, 2017년부터 신규수주없어삼성전자 평택 반도체공장 수주금액 5천억 전망'일감고갈' 해양플랜트 설계인력, 효율적 전환도

삼성중공업, '부업' 건설사업으로 수익 안정화에 인력 재배치까지 기사의 사진

삼성중공업이 건설부문을 본격적으로 확장한다. 조선부문에 대한 절대적인 의존도를 낮춰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다진다는 전략이다. 일감 보릿고개를 겪는 해양플랜트 사업의 전문인력을 재배치하는 효과도 볼 수 있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지난 18일 삼성전자로부터 1901억원 규모의 공사를 수주했다고 공시했다. 이번 공사는 경기도 평택의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일부(P3L Ph2 FAB동 마감공사)를 건설하는 것으로, 공사 기간은 오는 12월30일까지다.

삼성전자의 평택 반도체 공장은 393만m2(약 120만평) 부지에 2030년까지 단계별로 반도체 생산라인 6개동(P1L~P6L)과 부속동을 구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삼성중공업은 선박과 해양플랜트 건조로 축적된 자동용접, 모듈공법(대형화) 역량을 활용해 2020년부터 공장 건설에 참여해 왔다.

이번 계약은 올해 1월14일 최초 체결, 현재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당시 삼성중공업의 수주 금액은 '공시' 기준금액에 못 미쳤지만, 1차 변경계약으로 계약금이 늘어나면서 공시됐다.

삼성중공업의 현재 주력사업이 조선·해양부문이라는 점에서 이번 건설부문 수주가 가지는 의미는 적지 않다. 지난해 연결기준 조선·해양부문 매출은 6조6040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99.7%를 기록했다. 토목건축(토건)부문의 연간 매출은 나머지 0.3%인 180억원에 불과했다.

삼성중공업 건설부문은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조선부문과 함께 양대 축을 이뤄왔다. 2002년 기준 건설부문은 매출 1조원을 돌파하며 당시 전체 실적의 26.3%를 기록했다. 도로와 지하철 등 사회간접자본(SOC) 시공사업으로 안정적인 매출 기반을 다졌고, 업계 최초로 아파트 브랜드 '쉐르빌'을 운영하며 국내 12위(시장 점유율 기준)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의 투자재정 부족과 부동산 규제 정책 등의 여파로 국내 건설시장이 정체되기 시작했고, 턴키(설계·시공 일괄입찰) 시장에서의 경쟁과열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되기 시작했다. 2007년 건설부문 매출은 5년 전과 비교할 때 절반 수준인 5866억원으로 감소했고, 매출 비중도 한 자릿수(7%)로 하락했다.

삼성중공업은 건설부문을 재정비하며 반등을 노렸다. 2008년 고급 타운하우스 브랜드 '라폴리움'을 론칭했고, 이듬해 중동 현지법인을 설립해 해외로도 진출했다. 2011년에 매출 1조원을 재돌파했지만, 호실적은 오래가지 않았다. 업황 침체와 출혈경쟁이 심화되면서 실적은 날로 악화됐다.

기존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밀린 삼성중공업은 건설부문 비중을 점차 낮췄고, 건설부문 직원을 에버랜드 등 다른 계열사로 이동시켰다. 자체 브랜드 사업에서 철수한 것도 이 시기다. 2016년 매출 규모는 1000억원대를 밑도는 수준으로 위축됐고, 순위도 80위권 밖으로 주저앉았다. 2017년부터는 신규 수주 없이 기존 수주 물량을 맞추는데 집중했다.

이번 공사 수주는 삼성중공업 건설사업의 재도약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로부터 수주한 공사 규모는 이미 전년 건설부문 매출의 10배가 넘고, 지난해 총 매출의 2.9%에 해당하는 규모다. 업계에서는 삼성중공업의 평택 반도체 공장 수주 금액이 최대 5000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는데, 이 경우 매출 비중은 약 8%에 달하게 된다.

해양플랜트 인력을 건설부문으로 돌려 인력 유출을 막는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해양플랜트 최강자'로 꼽히는 삼성중공업은 가장 독보적인 기술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삼성중공업의 해양플랜트는 호황기에 전체 수주(조선 포함) 물량의 70%를 차지할 만큼 핵심 사업이었다. 해양플랜트 설계인력도 경쟁사 대비 2배 이상 많은 규모를 유지했다.

하지만 2015년 '해양플랜트 부실사태'와 불경기가 맞물리면서 전세계적으로 해양플랜트 수주가 급감하자, 고인력 낭비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삼성중공업은 평택 공장 사업이 공식화된 지난해 해당 인력 대부분을 건설부문으로 전환시켰다. 2020년 말 31명이던 건설부문 직원수가 지난해 말 273명으로 약 9배 증가한 반면, 9855명이던 조선부문 직원수는 9006명으로 축소됐다.

업계 관계자는 "평택 반도체 공장이 완공될때까지 안정적으로 일감을 수주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외부에서도 추가 수주가 가능하다"며 "고유가 기조에 따라 해양플랜트 수주 기대감이 높아지는 만큼, 건설부문으로 이동한 인력 활용도 역시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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