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사태' 여파에 물가 4% 급등금리 시그널로 물가 상승 기대감 낮춰야금융당국과 전금법 개정 합의 여부 촉각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창용 신임 총재는 21일 서울 중구 부영태평빌딩에서 취임식을 갖고 4년의 임기를 시작했다.
청와대는 지난 20일 이창용 총재 임명안을 재가한 뒤 이날 임명장을 수여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19일 그에 대한 인사청문회 직후 경과 보고서를 채택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1960년생인 이 총재는 서울 인창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하버드대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받은 인물이다.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와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아시아개발은행(ADB) 수석이코노미니스트 등을 거쳐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까지 역임해 경제금융전문가로 평가받는다.
지난달 23일 내정 후 약 1개월 만에 청와대와 국회 검증 절차를 넘어선 이 총재는 한은의 새 수장으로서 통화신용정책 전반을 책임지게 됐다.
◇'물가 안정' 시급···"금리 시그널 줘야"=금융권에선 이 신임 총재의 최우선 과제로 '물가 안정'을 꼽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등과 맞물려 물가가 크게 오르면서 사회 전반에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3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4.1% 급등했다.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한 영향인데, 4%대 상승률을 보인 것은 2011년 12월의 4.2% 이후 10년 3개월 만이다.
동시에 향후 1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 값인 '기대인플레이션율'도 한 달 사이 0.2%p 올라 2.9%에 도달했다. 2014년 4월(2.9%) 이후 7년 1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이에 이 총재도 물가를 잡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물가 상승 국면이 1~2년 계속될 것"이라며 "물가 기대심리를 안정시키려면 인기가 없더라도 한은이 금리 시그널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 총재는 0.25%p를 웃도는 기준금리 인상, 이른바 '빅 스텝'의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물가가 오른 뒤 금리를 빠른 속도로 올리면 취약계층에 부담이 생길 수 있으니 앞으로의 물가 추이를 보고 결정하겠다는 게 그의 복안이다.
◇'1862조 가계부채' 어떻게?=코로나19 국면을 거치며 역대 최대 규모로 불어난 가계부채를 잡는 것도 신임 한은 총재의 숙제로 지목된다.
한은이 발표한 '2021년 4분기 가계신용' 통계를 보면 작년 12월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전년 대비 7.8%(134조1000억원) 증가한 1862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2016년 증가폭 139조4000억원 이후 5년 만에 최대치다. 2002년 통계 작성 이후 두 번째로 높은 증가세를 보인 것이기도 하다.
앞서 이 총재는 국회 서면질의에서 "부채 증가 등에 따른 금융 불균형은 대내외 충격 발생 시 금융·경제 안정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경기·물가 상황에 따라 완화적 정책을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청문회에서도 그는 "지금 막지 못하고 가계부채가 계속 증가하면, 나중에 더 큰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기준금리 인상'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과 맞물려 가계대출이 줄어드는 모습을 보인 것처럼 금리가 올라가면 가계부채 상승률이 꺾일 것이란 진단에서다.
물론 금리인상을 서둘러야 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이 총재는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불안해진 경기가 타격을 받을 수 있으니 추이를 지켜보며 조율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따라서 이 총재와 금통위는 지금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성장률 추이에 따라 그 속도를 조절할 것으로 점쳐진다.
이 총재는 "가계부채 문제는 부동산과 관련돼 있어 한은의 금리정책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며 "범정부 TF(태스크포스)를 만들어 구조·재정·취약계층 문제 등을 고려해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한은-금융당국, '전금법 개정' 합의 여부 촉각=이밖에 새 총재의 취임으로 한은과 금융당국이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개정의 절충안을 찾을지 여부도 관심사다. '머지 포인트' 등 일련의 사태를 거치며 법안 개정에 대한 요구가 커졌지만 양측의 의견 충돌에 처리가 지연되고 있어서다.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전 정무위원장)이 발의한 전금법 개정안은 금융업에 진출하는 빅테크와 핀테크를 규제 테두리 안에 들임으로써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고자 마련된 법안이다. 지급지시전달업(마이페이먼트)과 종합지급결제사업자 라이선스 도입, 대금결제업자 후불결제업무(소액) 허용, 빅테크 관리감독체계 마련 등을 골자로 한다. 빅테크가 소비자와 금융 거래를 할 때 외부 청산기관인 금융결제원을 거치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그러나 한은은 빅테크 거래 내역을 금융결제원에 의무적으로 제공하고 금융위가 결제원을 감독한다는 조항으로 인해 법안 처리를 반대해왔다.
다만 이 총재 역시 전금법 개정엔 부정적인 것으로 감지된다. 그는 인사청문 답변 자료에서 "지급결제 업무는 중앙은행의 태생적 고유업무이며 지급결제 제도의 안전성, 효율성 제고는 중앙은행의 핵심 책무 중 하나"라며 "지급결제 제도에 대한 한은의 역할과 책임을 보다 명확히 하고 관련 정책 수단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한은법이 개정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한 바 있다.
이 총재는 취임식에서 "긴 안목에서 보면 지금 한국 경제는 대전환의 기로에 있다"면서 "경제정책의 프레임을 과감히 바꾸고 민간 주도로 보다 창의적이고 질적인 성장을 도모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양극화 문제는 사회적 갈등을 심화해 성장 잠재력을 훼손하고 부채 확대는 거품 붕괴로 이어질 경우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할 것"이라며 "구조개혁 과정에서 반드시 나타날 소득 불평등과 양극화 심화 문제와 가계·정부 부채 급증 문제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밖에 이 총재는 임직원을 향해선 "통화신용정책의 주체일 뿐만 아니라 우리 경제를 가장 잘 아는 '국내 최고의 싱크탱크'로서 한국은행의 면모가 더욱 굳건해질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주문했다.
뉴스웨이 이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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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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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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