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는 9일 발간한 '6월 경제동향'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글로벌 공급망 교란과 원자재 가격의 급등으로 경기 회복세가 약화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KDI가 우리 경제를 분석하며 '경기 회복세 약화'라는 표현을 쓴 것은 올해 들어 처음이다.
KDI는 지난 2월까지만 해도 완만한 경기 회복세가 유지되고 있다고 분석했으나, 3월 들어서는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대외 불확실성 확대를 언급했다.
4∼5월에는 우크라이나 사태와 중국의 도시 봉쇄 조치로 경기 하방 위험이 확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지난달에는 경기 하방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하방 위험'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이번 달에는 수출 증가세가 둔화하고 제조업 생산이 위축되는 등 경기 회복세 약화가 실제 지표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최근 수출은 중국 봉쇄 조치의 영향이 반영되며 증가세가 꺾이는 모습이다.
일평균 수출액 증가율은 3월 24.0%에서 4월 15.3%, 5월 10.7%로 낮아졌고, 수출물량지수 증가율도 3월 5.9%에서 4월 1.9%로 하락했다.
제조업을 비롯한 4월 광공업생산은 반도체(-3.5%), 자동차(-0.8%), 1차금속 (-4.5%), 금속가공(-4.9%), 식료품(-5.4%), 전기장비(-1.5%) 등 대부분 업종에서 부진하면서 계절조정 전월 대비로 3.3% 감소했다.
4월 제조업 생산능력지수는 105.0(2015년=100)으로 전월 대비 0.4% 줄어 코로나19 2차 대유행이 있었던 2020년 8월(104.6) 이후 1년 8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제조업 생산능력지수는 정상적인 조업 환경에서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생산량을 나타내는 지표인데, 그만큼 우리 제조업의 성장 동력이 뒷걸음치고 있다는 의미로 분석된다.
설비투자도 기계류와 운송장비를 중심으로 감소했으며, 글로벌 공급망 교란의 영향으로 자동차 등 내구재 소비 감소세도 확대됐다.
4월 생산·소비·투자는 2020년 2월 이후 26개월 만에 '트리플 감소'를 기록했다.
물가 또한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5월 소비자물가는 석유류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축산물과 전기·수도 ·가스 가격 상승 폭이 확대되며 근 14년 만에 가장 높은 5.4% 상승률을 보였다.
KDI는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높은 물가 상승세로 인해 가계와 기업의 구매력이 저하되고, 대내외 금리가 인상되면서 경기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기 하방 우려는 관련 지표로도 나타나고 있다.
향후 경기를 예측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4월 기준으로 10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현재 경기를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3월부터 두 달 연속 하락을 기록했다.
다만 KDI는 경기 국면이 완전히 전환된 건 아니라고 분석했다.
KDI 정규철 실장은 "이번 달에 처음으로 경기 회복세 약화를 판단했기 때문에 당장 국면이 전환됐다고까지 보진 않는다"며 "중국 봉쇄 조치 해제 등의 영향을 기다려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주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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