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엔솔, 북미 공장 재검토···하이닉스, 청주 공장 투자 보류최태원 "금리 부담, 전략·전술적 형태로 투자 지연 고려"블룸버그 "삼성전자, 반도체 투자 축소·공급 조절 검토"
'3고 현상'이 이어지면서 기업들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실적은 둔화되고 미래 상황도 녹록지 않아 투자 여건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정부의 지원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LG·SK, 신공장 건설 '스톱' = 1조7000억원을 들여 미국 애리조나에 배터리 공장을 세우기로 한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투자 계획이 전면 재검토됐다. 사측은 지난달 29일 신규 투자와 관련해 "글로벌 경제환경 악화에 따른 투자비 급등으로 투자 시점 및 규모, 내역 등에 대해 면밀하게 재검토 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3월 총 11GWh 규모의 원통형 배터리 신규 공장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방한에 맞춘 '선물 보따리'다. 북미 시장에 원통형 배터리 전용 독자 생산공장을 건설하겠다고 밝힌 건 국내 배터리 업체 중 LG에너지솔루션이 처음이다.
SK하이닉스는 낸드플래시 생산 공장이 위치한 청주 테크노폴리스 산업단지의 투자를 보류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당초 회사는 2019년 분양 받은 청주 43만3000여㎡ 부지에 약 4조3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었다. 공장 증설 등과 관련해 SK하이닉스 관계자는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또 SK하이닉스는 내년 투자 계획도 크게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블룸버그통신은 복수 관계자 말을 인용해 "SK하이닉스가 전자기기 수요 둔화로 2023년 자본 지출을 기존 계획에서 4분의 1 수준으로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공장 증설이 연기된 배경에는 불투명한 반도체 업황도 한몫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3분기 D램 가격은 최대 13%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트렌드포스는 모바일 D램의 가격 하락폭을 당초 3~8%로 내다봤지만 이를 8~13% 수정했다. 또 8%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측된 PC용 D램은 5~10%, 서버용 D램은 5%에서 10%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최태원 SK 회장도 투자 위축을 시사하기도 했다. 최 회장은 이달 14일 제주도에서 개최된 '제45회 대한상의 제주포럼'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작년에 세웠던 것은 당연히 어느 정도 바뀔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자가 계속 올라가는 만큼 전략적이고 전술적인 형태로 투자를 지연하는 정도쯤은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의 투자 축소 가능성도 거론된다. 블룸버그는 "삼성전자도 반도체 투자를 축소하고 공급을 조절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투자 확대를 자제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팬트업(억눌린) 효과가 커지면서 반도체 수요가 늘었지만 최근 재고량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 5월 산업활동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재고량은 전년 동기 대비 53.4% 증가했다. 이는 2018년 3월(54.1%) 이후 가장 높은 상승 폭이다. 반면 출하량은 8.9% 늘어나는데 그쳤다.
◆하반기 투자 불투명···"정부 지원 절실"=이처럼 주요 대기업의 투자 위축은 설문조사를 통해서도 확인 된 바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가 여론조사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매출액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2022년 하반기 국내 투자계획'(100개사 응답)을 조사한 결과 올해 상반기 대비 투자규모를 축소하겠다는 답변은 28.0%에 달했다. 이는 확대 응답(16.0%)보다 12%포인트 높은 수치다.
전경련에 따르면 기업들은 ▲국제원자재 가격 상승 등 국내외 경제 불안정(43.3%) ▲금융권 자금조달 환경 악화(19.0%)를 투자 축소의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전경련은 "일부 대기업들은 미래 산업에서의 경쟁우위 확보, 새정부의 민간활력 제고 기대감 등으로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나 대외환경이 매우 불투명해 대기업 전체로는 투자 축소 전망이 우세했다"고 설명했다.
기업들은 경제 활동의 리스크로 지목되는 고물가, 글로벌 통화긴축, 공급망 훼손 심화 등을 투자활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으로 꼽았다. 향후 투자 계획 질문에 대기업 과반은 2023년으로 응답했다. 반면, 하반기로 답변한 기업 비중은 13.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3고 시대'에 접어들면서 정부에 지원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국무역협회는 전국 중소·중견 무역업체 CEO 342명의 의견을 담은 '새 정부에 바라는 수출현장의 목소리'라는 보고서를 통해 "원부자재 수급 차질과 물류난 등으로 수출환경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공급망·물류·마케팅·경영환경·탄소중립 대응에 있어 정부의 발 빠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뉴스웨이 김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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