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칩4 동맹' 가입 불가피···美 반도체 원천기술 무시 못해"중국도 삼성·SK 말곤 대체제 없어···큰 타격 없을 것""반도체 외 산업 영향은 무시할 수 없어···경제제재 우려"
국내 반도체 제조사들은 미국의 반도체 기술을 활용해 반도체를 제조하고 있는 만큼 미국과의 협조가 필수이나 거대 고객인 중국의 반발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이 주도하는 반도체 공급망 동맹인 '칩4'는 한국과 미국, 일본, 대만 4개국이 참여 대상이다.
◇"美 반도체 기술 없이 제조 불가능···칩4 동맹은 필수" =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바이든 행정부는 한국에 3월부터 추진해온 칩4 동맹 참여 여부를 8월 말까지 알려달라고 요청했다.
아직까지 칩4 동맹의 역할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으나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견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해석되고 있다. 반도체가 첨단무기 개발 및 사이버 안보 등에 중요한 부품인 만큼 중국 정부는 반도체 독립을 적극 추진하고 있으며 미국은 국가안보 문제 등을 이유로 이를 철저하게 견제 중이다.
업계에서는 칩4 동맹의 가입은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은 다수의 반도체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자국 기술 통제로 외국의 반도체 생산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미국의 핵심기술이 없으면 우리나라도 반도체를 만들 수 없는 상황인 만큼 '칩4 동맹'은 긍정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우리나라가 빠진 채 미국과 일본, 대만이 손을 잡고 차세대 반도체를 만든다면 우리나라는 주력산업인 반도체 산업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산업연구원은 최근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 움직임과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일본 반도체 산업이 1980년대 중반 미국의 조치로 쇠퇴하기 시작한 뒤 여전히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점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1985년 6월 미국 반도체산업협회는 무역대표부(UTSR)에 일본 정부가 민간 기업을 지원한 반도체산업정책이 불공정하다며 제소했고 이어 미국 마이크론이 일본 NEC, 히타치, 미쓰비시, 도시바 등을 반덤핑 협의로 제소했다. 이후 플라자합의로 일본 기업의 반도체 가격 경쟁력이 악화됐고 잇단 미국의 무역보복에 반도체 산업이 쇠퇴하기 시작했다.
단 주요 고객인 중국의 반응을 살펴야 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아직 '칩4 동맹'이 결정된 상황이 아닌 만큼 향후 대응방안 등을 이야기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칩4 동맹 가입이 확정된다면 비즈니스 영향은 일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만 문제가 아니다···경제 보복 우려" = 우리나라 반도체산업 구조상 미국과 중국 둘 중 한 방향으로 노선을 정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나 업계에서는 '칩4 동맹' 가입이 갑작스러운 중국 사업 위축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중국 공장에서 메모리 생산이 줄어든다면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중국 기업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한다면 남은 메모리 업체는 미국 마이크론과 대만 업체들 뿐인데 중국 입장에서 어느 나라에서도 반도체를 받아올 수 없는 상황"이라며 "중국도 한국에 제재를 가하며 '칩4 동맹' 가입을 무조건 반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조치 때에도 중국에 진출해 있는 삼성과 SK하이닉스 공장을 멈추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상징성이 있다고 본다"며 "그만큼 반도체는 중국에게도 필요한 산업이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단 반도체 외에 다른 방향으로 경제보복이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은 우려된다. 반도체의 경우 대체제가 없지만 사드 배치 당시처럼 게임, 화장품 등 다른 방향으로 경제 보복이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미국 의회가 미국 반도체 산업에 520억 달러(약 65조원) 규모의 보조금과 인센티브 등을 제공하는 내용의 '반도체 산업 육성법안'을 처리할 것으로 알려지며 국내 반도체 업체들의 위치는 더욱 애매해졌다.
이 법안은 미국 정부로부터 지원금을 받을 경우 10년간 중국이나 우려 국가에서 반도체 생산 능력을 물리적으로 확장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항을 담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최근 열린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중국시장은 가능한 우호적으로 잘 끌고 가는 게 좋다. 아직도 좋든 싫든 상당히 큰 시장인 것은 사실"이라며 "중국 시장을 포기한다고 생각하면 대한민국이 갖고 있는 상당히 큰 시장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지숙 기자
jisuk618@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