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대법원 상고로 가닥···법무부와 조율 중 '부실펀드 판매' CEO 징계, 내년으로 미뤄질 듯'실세 금감원장' 강경한 행보에 금융위는 속앓이 내부선 "징계 감경 등 판단 서둘러야" 목소리도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손태승 회장의 'DLF 행정소송'과 관련해 사실상 대법원에 상고하기로 가닥을 잡고 법무부와 의견을 조율하고 있다. 시한(12일)이 이틀 앞으로 다가온 만큼 회신을 받으면 서둘러 후속조치에 나설 전망이다. 국가소송법에 따라 행정소송을 수행할 때 행정청의 장은 법무부 장관의 지휘를 받아야 한다.
금감원은 손 회장과의 행정소송에서 연이어 패소했지만, 2심에선 우리은행의 책임을 일부 인정하는 유의미한 판결을 받아들면서 상고하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DLF는 금리·환율·신용등급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결합증권(DLS)에 투자하는 펀드다. 2019년 하반기 세계적으로 채권금리가 급락하면서 미국·영국·독일 채권금리를 기초자산으로 삼은 DLS와 DLF에 대규모 원금 손실이 발생했다.
손 회장은 2020년 'DLF 불완전판매'로 인해 금감원으로부터 중징계에 해당하는 문책경고를 받자 그 효력을 멈춰달라는 가처분신청과 함께 징계의 부당함을 주장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이어 금융회사지배구조법에 담긴 '내부통제 규정 마련 의무' 위반의 책임을 금융사 CEO에게 물을 수 있는지, 금감원장이 이에 대한 중징계 권한을 갖고 있는지 등을 놓고 지난 2년간 공방을 벌여왔다.
그 결과 1·2심 모두 손 회장의 승리로 끝을 맺었지만, 판결은 미묘하게 엇갈렸다. 1심 재판부는 우리은행이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할 의무를 지녔으나 이를 준수하지 않았다고 제제할 수 없다고 본 반면, 2심 재판부는 우리은행이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하고 준수할 의무까지 있다는 판결을 내놨다. 내부통제 기준 마련의 '실효성'까지 포괄적으로 해석한 셈이다.
따라서 금감원도 감독과 제재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마지막까지 다퉈보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금감원으로서는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과도 비슷한 소송을 진행 중이어서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달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판례를 직접 읽고 있다"며 "승소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언급했다.
다만 금융위에선 근심 섞인 시선도 감지된다. 양측의 분쟁이 장기화하면서 라임펀드를 비롯한 다른 부실펀드 사태에 대한 의사결정 역시 미뤄지게 됐기 때문이다.
작년 10월 금융위는 라임판매 증권사·은행, 디스커버리와 옵티머스 판매사 등 부실펀드 판매 금융회사의 제재조치안을 쟁점별로 분리하기로 했다. '자본시장법'과 '금융회사지배구조법' 위반사항을 나누고 쟁점이 좁혀진 자본시장법 위반 건부터 처리하는 게 골자다. 지배구조법 위반에 따른 CEO 징계와 관련해선 'DLF 행정소송' 결과를 본 뒤 법원과 뜻을 같이하겠다는 복안이었다. 궁극적으로 법원이 금융회사의 손을 들어주면 금융위가 징계수위를 낮출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금감원은 지배구조법 위반 혐의를 부여해 나재철 전 대신증권 대표(현 금융투자협회장)와 김형진 전 신한금융투자 대표, 윤경은 전 KB증권 대표에겐 '직무정지'를, 박정림 KB증권 대표에겐 문책경고 조치를 내렸다. 3~5년간 금융권 재취업을 제한하는 중징계다. 그러나 금감원이 손 회장과의 행정소송을 이어가면서 이들에 대한 판단은 또 다시 해를 넘길 공산이 커졌다.
이는 김주현 금융위원장에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 수장에 내정된 이래 줄곧 규제 완화와 감독·제재·검사 행정 개선을 천명했지만 현 정부 실세로 통하는 금감원장의 강경한 행보에 약속 이행이 요원해진 탓이다. 무엇보다 금융권에 취약계층 지원을 주문한 당국이 각 기업의 불확실성을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렇다보니 금융위 내부에선 서둘러 징계 건을 매듭지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흘러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손 회장 행정소송 2심 결과가 나오자 안건소위도 각 CEO의 징계 수위를 조율하는 등의 여러 시나리오를 검토했다는 전언이다.
이와 관련 금융위 관계자는 "사모펀드 징계와 관련해선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금감원이 상고할 경우 대법원 판결이 나올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sia0413@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