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 196억 탕감, 대출 1900억 출자전환 요구에 산업은행 구조조정실 중심으로 대응책 마련 고심일각선 "거래 기업에 부정적 신호 줄 것" 우려도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쌍용차 노동조합 측으로부터 전달받은 사항을 놓고 내부적으로 검토를 이어가고 있다. 아직 이렇다 할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쌍용차 노조와 협력업체로 구성된 상거래 채권단은 지난 17일 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집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서한을 은행 구조조정실에 제출했다. 쌍용차는 그간 산업은행으로부터 총 1900억원을 대출받았는데 4월 회생절차 진입 후 5.14%의 연체이자율이 붙으면서 약 196억원의 지연이자를 내야하는 처지가 됐다. 따라서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이자를 포기하고 원금도 주식으로 전환해달라는 게 이들의 요구다.
궁극적으로는 쌍용차 회생계획안을 표결에 부칠 관계인집회를 일주일 앞두고 변제율을 높임으로써 우군을 끌어모으려는 행보로도 읽힌다. 오는 26일 집회에서 ▲회생담보권자의 4분의 3 ▲회생채권자의 3분의 2 ▲주주의 2분의 1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법원으로부터 회생계획안을 인가받을 수 있는데, 상거래 채권단이 반대하면 상황이 복잡해지기 때문이다.
쌍용차가 서울회생법원에 낸 회생계획안을 보면 총 변제 대상 채권은 8186억원에 이른다. 그 중 회생 담보권 2370억원과 조세채권 약 515억원은 관련법에 따라 전액 변제하지만, 회생채권 3938억원에 대해서는 일부만 변제한다. 계획안에 명시된 회생채권자 현금 변제율은 6.79%, 실질 변제율은 36.39%다.
하지만 무담보 채권의 80%를 들고 있는 상거래 채권단은 그 수치가 지나치게 낮다며 반발했다. 이에 쌍용차를 인수하는 KG그룹이 300억원을 추가 투입하기로 하면서 현금 변제율을 13.95%, 실질 변제율을 41.2%로 높였지만, 노조는 여전히 산업은행까지 거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KG그룹이 인수대금 3655억원 대부분을 산업은행의 담보권 변제에 사용하는 탓에 실질 변제율이 높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산업은행 측은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수년간 경영난에 시달려온 굴지의 자동차 기업이 인수자의 등장으로 전환점을 맞은 데다, 협력업체를 포함해 수만명의 일자리 문제도 고려해야 하는 탓에 조심스러워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외부에서는 산업은행이 이번 제안을 받아들이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사실상 원금과 이자를 모두 포기하라는 요구인 것은 물론, 은행 측이 못 박은 지원 조건과도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그간 산업은행은 쌍용차가 새 투자자를 확보하고 신사업과 구조조정으로 수익성 개선 가능성을 증명해야만 대출 등을 검토할 수 있다는 뜻을 고수해왔다. 이 가운데 산업은행이 쌍용차 노조 측 목소리에 응한다면 구조조정 원칙이 흔들리는 동시에 은행과 거래하는 9000여 개 기업에도 부정적인 신호를 줄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게다가 산업은행은 쌍용차의 주채권은행일 뿐 지분을 들고 있진 않다. 앞서 주요 주주로서 자금을 지원한 한국GM이나 대우조선해양 등의 사례와 다른 시각으로 봐야 한다는 얘기다. KG그룹보다 먼저 쌍용차 인수를 추진한 에디슨모터스가 비슷한 부탁을 했을 당시에도 산업은행은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출자전환 건도 마찬가지다. 구조조정 기능을 덜어내고 신산업 육성에 주력하고자 하는 산업은행으로서는 달갑지 않을 것이란 인식이 짙다. 산업은행은 과거부터 대출금을 출자전환하는 방식으로 부실기업을 조력했다. 그러나 구조조정 기업이 흔들릴 때마다 추가 자금 부담을 짊어졌고, 정상화 후에도 지분매각에 난항을 빚으면서 책임론에 시달리기도 했다. 덧붙여 쌍용차 노조가 출자전환을 원하는 대출금 1900억원은 인수대금의 절반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쌍용차 노조의 제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 방향을 잡지 못했다"면서 "우선 26일 열리는 관계인집회가 원만하게 마무리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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