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주요 교통수단 '철도'···국내 기업 활성화 안정화 필요스페인 기업 탈고, 국내 고속차량 입찰 공고 참여 예정외국기업 진출로 토종기술 경쟁력 악화 우려 제기 철도 부품사들 "국내 산업 보호 위한 근본적 대책 필요"
우리나라 철도는 1960년대에는 충북선, 울산선 등 산업선 건설을 통해 화물수송의 80%, 여객수송의 40% 이상을 담당하면서 경제성장과 지역 발전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이러한 다양한 선진제도를 도입 운용하면 국내 기업의 활성화를 위해 중소기업과 함께 다품종 철도부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해야 한다.
또한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철도산업의 산·학·연·관 중심의 복합체제의 운영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하지만 국가 주요 교통수단인 철도를 입찰 공고를 통해 해외 철도 제작사가 국내 진출이 점쳐지면서 국내 철도 산업계는 냉가슴을 앓고 있다.
31일 철도 업계 등에 따르면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이르면 내달 오송선 'EMU-320' 고속차량 120량 등 총 136량의 동력분산식 고속차량 입찰 공고를 할 예정이다. 스페인 철도차량 제작사인 '탈고'는 국내 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이번 코레일 입찰에 참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탈고가 입찰에 참여하면 2005년 이후 17년 만에 '안방'에서 국내 업체와 해외 업체가 고속철 수주를 위한 경쟁을 하게 된다. 현대로템은 2005년 코레일이 발주한 고속차량 사업에서 프랑스 철도차량 제작사인 알스톰을 제치고 최종 낙찰자로 선정된 바 있다.
스페인 마드리드에 본사를 둔 탈고는 고속차량을 수출한 실적이 있지만, 동력분산식 고속차량을 제작·납품한 실적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현대로템은 국가 정책지원을 바탕으로 동력분산식 KTX-이음을 제작·납품한 바 있다.
고속차량은 동력집중식과 동력분산식으로 나뉜다. 동력분산식은 동력 장치가 차량마다 아래쪽에 분산 배치돼 가·감속 성능이 뛰어나고 수송력과 유지보수 용이성 등에서 동력집중식보다 비교우위에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탈고는 동력집중식 고속열차 전문 업체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코레일의 입찰 참가 자격 제한이 없어졌기 때문에 이번 동력분산식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 코레일은 2020년까지 고속차량 발주 시 시속 250∼300㎞ 이상 최고 속력을 내는 고속차량 제작·납품 실적이 있는 업체만 입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제한했지만, 지난해부터 해당 규정을 삭제했다.
코레일은 기술 평가 이후 낮은 가격을 제시한 업체를 최종 사업자로 선정한다는 계획이다. 코레일은 입찰 경쟁이 이뤄지면 더 낮은 가격으로 고속열차를 구매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탈고의 진출을 계기로 국내 철도 산업이 외국 기업에 '안방'을 내주면 국내 철도 산업 생태계가 붕괴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코로나 영향과 세계 경제 악화로 글로벌 철도 시장이 본격적인 둔화 기조에 접어든 가운데 외국 기업에 국내 철도 시장까지 내주면 경쟁력은 물론 순수 국내 기술이 '사장(死藏)'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1996년 국가 선도기술개발사업협의회에서 처음으로 고속차량이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했다. 현재 최고 시속 350㎞급 고속차량 동력 시스템 등 총 71개 고속철 관련 기술이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돼 있다. 초기 기술 확보 단계부터 한국형 동력분산식 고속차량 개발과 안정화 단계에 투입된 민관 투자액은 총 2조7000억원에 달한다.
철도차량 부품사들은 이날 코레일에 철도 산업 생태계 보호를 위해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달라며 호소문을 제출했다. 부품사들은 해외 업체에 발주가 이뤄지면 국내 철도산업 경쟁력이 약화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더불어 중국산 저가 부품을 사용해 단가를 낮춰 입찰 경쟁에 나서는 업체들이 생기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교통연구원 한 관계자는 "철도의 지속적인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이루어져야 할 제도, 즉 법률의 개선을 검토해야 한다"며 "국내 철도 산업계가 상생발전 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발전을 위한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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