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재정이 투입되면 사업을 중단하기 어려운 복지사업은 가급적 시범사업을 진행해 예타 착수 여부를 검토한다.
사회간접자본(SOC)과 연구개발(R&D) 사업은 경제 규모 확대를 고려해 예타 기준금액을 총사업비 5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상향한다.
정부는 13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의 예타 개편방안을 확정했다.
정부는 우선 예타 면제 요건을 구체화해 최대한 엄격하게 적용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예타 면제는 이명박 정부 90건(61조1천억원), 박근혜 정부 94건(25조원)에서 문재인 정부 149건(120조1000억원)으로 많이 늘어났다.
현행 예타 면제 대상인 '문화재 복원사업'은 복원 외 관련 도로 정비 등 주변 정비사업이 전체 사업의 절반 이상일 경우에는 예타를 면제하지 못하도록 한다.
'국방 관련 사업'도 민간과 경합하는 사업 등 전력(戰力)과 관계없는 사업은 면제 대상에서 제외한다.
'남북교류협력 사업'은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 의결을 받지 못했다면 예타를 면제하지 않고 '국가 간 협약·조약에 따른 사업'도 대통령 재가나 국회 동의를 받은 사업만 면제 대상에 넣는다.
'재난복구 지원, 시설 안전성 확보, 보건·식품 안전 문제 등으로 시급한 추진이 필요한 사업'은 안전 점검과 정밀안전진단 등을 통해 안전 문제가 실제로 확인된 시설물, 식품안전기본법상 긴급대응 방안에 포함된 사업에만 예타 면제를 적용한다.
'지역균형발전 등을 위해 국가 정책적 추진이 필요한 사업'은 사업 규모·사업비 등 세부 산출 근거가 있고 재원 조달, 정책효과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예타를 면제받도록 한다.
예타 면제 이후 사업계획 적정성을 검토하는 사업 대상도 늘린다.
대규모 복지사업은 시범사업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되면 반드시 시범사업을 시행하고, 이후 성과를 평가해 예타에 착수할지를 결정한다.
복지사업의 경우 사업계획 보완을 조건으로 예타를 통과시켜주는 '조건부 추진'이 대부분이라는 점을 고려해 조건부 추진을 위한 점수 구간은 좁히고 '전면 재기획'에 해당하는 점수 구간은 늘린다.
'조건부 추진' 결정이 난 사업은 시행 2∼3년 후 심층 평가를 거치도록 한다.
또 복지사업 예타는 경제·사회환경 분석과 비용·효과성(각 90점)보다 사업설계의 적정성(120점)에 더 무게를 두고 평가한다.
정부는 예타 제도 자체의 신속성과 유연성은 높이는 방안도 제시했다.
1999년 도입해 23년째 유지되고 있는 예타 대상 기준인 '총사업비 500억원, 국비 300억원'은 SOC와 R&D 사업에 한해 '총사업비 1000억원, 국비 500억원'으로 상향 조정한다.
다만 이로 인해 예타 대상에서 빠지게 되는 총사업비 500억∼1000억원 구간 사업은 예타 지침을 준용해 사업 부처가 사전타당성조사 등 자체 검증을 시행하도록 한다.
평균 1년 넘게 걸리는 예타 절차가 사업 추진을 더디게 한다는 지적에 대상 선정 1개월, 조사 기간 3개월 등 총 4개월을 단축하는 신속예타절차를 도입한다.
신속한 예타가 필요한 이유가 있고 구체적 사업계획이 이미 수립돼있으며 재정사업평가위원회 의결을 거친 사업은 신속예타절차를 밟을 수 있다.
일반 예타 사업도 총 조사기간이 최대 1년 6개월, 철도는 2년을 초과하지 않도록 제한한다.
경제성(B/C) 분석에 반영하는 편익은 늘린다. 도로·철도는 통행 쾌적성과 수질오염개선, 의료시설은 대규모 감염병 관리효과 등을 편익으로 보는 식이다.
지역균형발전 분석은 사업별·지역별 특성이 반영되도록 개선한다. 특히 해당 사업이 지역낙후도를 얼마나 개선할 수 있는지를 평가에 반영한다.
국민이 관심 있는 지역·사업 예타 진행 상황은 지도 형태로 제공한다.
정부는 예타 개편을 위한 법령·지침 개정을 연내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다.
뉴스웨이 주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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