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주주명부 열람 및 등사 가처분 소송 1차 심문기일"주주명부 엑셀 파일로 내놔" vs "개인정보 유출 우려"法, '경영권 개입' 및 '정보 악용' 우려 없으면 가처분 인용할 듯물적분할 놓고 시끌···"인적분할이나 팹리스 매각이 낫다"
23일 DB하이텍 소액주주연대에 따르면 전날 오후 4시경,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에서 주주명부 열람 및 등사 가처분 소송 1차 심문기일이 열렸다. 소액주주연대 측 관계자 약 40여명은 법원에 직접 나와 주주명부 등사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이번 심문은 10여분간 진행됐고 회사와 소액주주 측은 별다른 충돌 없이 당일 일정을 마무리했다.
법적 공방이 벌어진 이유는 주주명부 때문이다. 소액주주 측은 지난달, DB하이텍으로부터 '종이 문서'로 된 주주명부를 받았다. 하지만 11만명에 달하는 주주들을 일일이 확인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회사에 '엑셀 파일'을 요청했으나 회사 측은 개인정보 유출을 우려해 이를 보내지 않았다.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주주들은 8월23일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지난달 29일, DB하이텍은 경영권 분쟁 소송을 공시하며 소액주주 측이 "채무자(DB하이텍 외 1인)는 사진 촬영, PDF 및 엑셀 파일 복사 등을 허용해야 한다"는 내용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채무자는 이행완료일까지 1일당 각 1000만원을 지급하고 소송비용도 부담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DB하이텍은 법적 절차에 따라 대응하기로 했다.
상법 제466조(주주의 회계장부열람권)에 따르면 발행주식 총수의 100분의 3, 즉 3% 지분이 모이면 회사의 회계장부와 서류의 열람 또는 등사를 청구할 수 있다. 현재 소액주주연대가 확보한 지분은 약 4.9%(217만5530주)다. 1차 심문을 마무리한 법원은 10월27일, 2차 심문을 열고 향후 주주명부 등사 관련 판결을 내릴 전망이다.
법원은 주주명부 열람이 회사의 '경영권 개입' 및 '정보 악용' 등의 우려가 없다고 판단할 경우 소액주주연대 측의 가처분 신청을 인용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소액주주 측은 가처분 판결보다 물적분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며 이를 예의 주시 하고 있는 상황이다.
소액주주연대 관계자는 "현재 정부나 정치권 쪽에서 물적분할 사태를 심각하게 느끼고 있는 것 같다"며 "이와 관련한 입법, 아이디어 등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물적분할을 시도하려는 기업들 입장에선 발등의 불이 떨어진 상황"이라며 "DB하이텍이 이달 말, 물적분할을 의결시키기 위한 임시 주주총회를 열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DB하이텍과 주주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진 근본적인 이유는 물적분할이다. 물적분할은 모회사가 성장 가능성이 높은 사업부를 떼어내고 새롭게 세워진 신설법인의 지분을 100% 보유하는 방식이다. 기존의 모회사 주주는 신설법인 효과를 누리기 어려워 대게 물적분할에 반대하는 경향이 크다. 지난 2020년 LG에너지솔루션을 물적분할한 LG화학 사태가 대표적인 사례다.
현재 DB하이텍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또는 팹리스(반도체 설계)를 담당하는 브랜드 사업부를 쪼개는 방안을 포함해 다양한 전략 방안을 고려 중이다. 각 사업부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논의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방법과 시기 등은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
메모리 시장과 달리 시스템 반도체는 크게 팹리스와 파운드리로 나뉜다. 팹리스가 설계한 반도체를 파운드리가 주문받아 대신 생산 해주는 식이다. 문제는 사업을 동시에 진행하다 보면 정보 유출 우려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에 글로벌 파운드리 1위 기업인 대만의 TSMC는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다'는 사훈을 바탕으로 팹리스 사업은 진행하지 않고 있다.
소액주주연대 관계자는 "물적분할 이후 재상장 하지 못하면 모회사는 자회사의 지분을 100% 보유해야 하는데 팹리스가 100% 자회사인 기업에게 일감을 맡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회사 측이 이를 걱정해 분할 하려면 인적분할이 훨씬 좋은 선택"이라며 "또 팹리스가 사업의 문제점이라면 이를 매각하면 될 일"이라고 설명했다.
뉴스웨이 김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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