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연대, 이달 12일 지분 3% 확보···상법상 회계장부 열람 가능법원에 청구권 행사 전망···DB하이텍, 거부하려면 주주들 '악의적 목적' 입증해야이미 한차례 주주명부 열람 불발···연대 "종이로 11만명 어떻게 확인하냐"한 달간 이어진 물적분할로 시끌···사측 "고려는 하고 있으나 정해진 건 없어"설계와 생산으로 나뉘는 시스템반도체···"동시에 하면 팹리스 정보 유출 우려"
DB하이텍은 시스템반도체 시장의 특성으로 분할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팹리스(설계) 기업의 정보 유출 우려로 파운드리(위탁생산)의 성장이 제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소액주주 측에서는 물적분할로 기업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물적분할 '시끌'···"법원 가자" =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DB하이텍 물적분할을 두고 주주들과 기업간 전면전 양상이 형성되고 있다. DB하이텍 주주들의 모임인 소액주주연대가 지난 12일 전체 주식 중 회계장부 열람이 가능한 지분 3%(133만1957주) 이상을 확보한 것이다. 연대가 법원에 청구권 소송을 예고하고 있어 DB하이텍과 주주들 사이의 갈등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상법 제466조(주주의 회계장부열람권)에 따르면 발행주식 총수의 100분의 3 이상에 해당하는 주식을 가진 주주는 이유를 붙인 서면으로 회계의 장부와 서류의 열람 또는 등사를 청구할 수 있다. 지분이 3% 모이면 회계장부 열람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DB하이텍이 주주들의 장부 열람을 거부하려면 주주의 청구가 부당하다는 걸 증명해야 한다.
3% 지분이 모이면서 DB하이텍 소액주주연대는 법원에 '회계장부열람청구권'을 행사할 예정이다. 법원은 소액주주연대가 악의적 목적으로 청구권을 청구하지 않았다고 판단하면 회계장부 열람을 허락할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DB하이텍이 '경영권 개입' 및 '정보 악용' 등의 논리를 내세우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 회계장부 열람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소송은 주주명부 열람이 불발되면서 시작됐다. 소액주주연대에 따르면 사측은 지난 10일 11만명의 주주명부를 종이 문서로 보냈다. 하지만 연대는 주주들의 진위 확인이 어렵다고 판단해 이를 반송처리 했다. 상법상 주주들은 주주명부의 열람 또는 등사를 청구할 수 있는데 연대는 지금까지 엑셀로 된 등사를 요구했으나 사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DB하이텍 관계자는 "주주명부를 파일로 제공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며 "다만, 소액주주 측에서 직접 회사로 찾아와 주주임을 증명하고 여러 과정을 거치게 되면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법상 제공할 수 있는 주주명부 내용은 주주들의 이름과 주식 수 등으로 알고 있는데 당사는 주민번호 앞자리까지 제공했다"며 "엑셀로 전달하게 되면 편집도 가능하고 데이터 왜곡이 가능해 개인정보 관리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가치 하락 우려···다음 목표는 지분율 5% = 소액주주연대가 지분을 모으고 있는 배경엔 DB하이텍의 물적분할 소식이 들려왔기 때문이다. 7월12일 관련 보도가 나오자 사측은 공시를 통해 "파운드리 사업부와 설계(팹리스)를 담당하는 브랜드 사업부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분사를 포함해 다양한 전략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DB하이텍이 사업 분할을 고려하고 있는 이유는 설계와 생산으로 나뉘는 시스템 반도체 업계 특성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팹리스가 반도체 설계를 하면 파운드리가 이를 대신 생산해 주기 때문에 팹리스와 파운드리 사업부를 동시에 운영하는 기업은 정보 유출 우려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파운드리 세계 1위 기업인 TSMC의 경우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다'는 사훈을 바탕으로 팹리스 사업은 진행하지 않고 있다.
DB하이텍 관계자는 "파운드리는 고객사인 팹리스의 설계를 주문 받아 운영된다"며 "회사 내에 설계 사업부가 있는데 고객사의 설계 도면이 들어오면 유출 우려가 생길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부문은 기존 고객들이 실제 우려한 바 있다"며 "사업 분할을 고려하고 있는 것은 갑작스러운 상황이 아니"라고 말했다.
DB하이텍은 구체적으로 정해진 건 아무것도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주주들은 물적분할이 언급됐던 만큼 회사 가치 하락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 물적분할 소식에 회사 주가가 크게 출렁거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11일 DB하이텍 주가는 4만8400원이었지만 12일에는 15% 이상 줄어든 4만8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매도물량은 1960억원으로 하루 만에 1680억원 증가했다.
물적 분할은 존속법인이 신설법인의 지분을 100% 보유하는 구조다. 신설법인의 주식을 기존 지분율대로 분배하는 인적분할과 다르기 때문에 기존 주주는 신설법인의 기업가치를 누리기 어렵다. 지난 2020년 LG에너지솔루션을 물적분할한 LG화학에 주주들이 거세게 반발했던 이유다. 주주들의 실망감은 주식시장으로 옮겨져 LG화학 주가가 올해 반토막 나기도 했다.
소액주주연대의 압박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DB하이텍 대주주의 지분율이 높지 않아 지분을 끌어모으면 영향권 행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올해 2분기 기준, 최대주주인 DB아이엔씨를 비롯한 특수관계인의 DB하이텍 지분율은 17.84%에 불과하다. LG화학 분할에 반대표를 행사했던 국민연금 지분율은 9.35%이며 소액주주 지분은 69.27%에 달한다.
소액주주연대의 다음 목표는 지분율 5% 확보다. 5% 지분이 모이면 5영업일 이내에 공시가 이뤄져야 하며 보유 목적도 단순투자와 일반투자, 경영참가 등으로 변경해야 한다. 또 주주제안권, 주주총회소집 청구권 등 회사에 직접적인 영향력 행사도 가능하다. 이럴 경우 연대는 보유 지분 목적을 경영참가 목적으로 보고해야 한다.
뉴스웨이 김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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