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중국에서 반도체 생산 공장을 운영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해서는 사실상 예외를 허용한 것이어서 당장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이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개별심사 등 절차적 부담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번 미국 정부의 발표에 대해 별도의 공식 입장을 내지는 않았지만 향후 파장 등을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미국은 이번 조치로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장비의 중국 판매를 사실상 전면 제한하면서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처럼 중국 내 반도체 생산시설을 소유한 외국 기업의 경우 개별 심사를 거쳐 판단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현재 중국 시안과 쑤저우에서 각각 낸드플래시 생산 공장과 반도체 후공정(패키징) 공장을 운영 중이다.
이미 로이터 등 외신에서는 중국에 공장을 둔 외국 기업에 대한 수출은 별도 심사를 거칠 예정이며 이는 허가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된 바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도 당장은 큰 차질이 없을 것으로 보고, 우리 정부와 긴밀하게 협의해 대응해 나간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삼성전자 DS부문장인 경계현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 9월 미국이 주도하는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 '칩4'에 대해 "정부가 할 일 기업이 할 일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며 "미중 갈등 속에서도 서로 윈윈하는 솔루션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진만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부 부사장도 5일 미국에서 열린 '삼성 테크 데이' 미디어 브리핑에서 "(칩4 동맹은) 정부 간 논의 사안"이라며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SK하이닉스는 이날 공식 입장을 내고 "정부와 긴밀히 협력해 미국으로부터 개별 허가(라이선스)를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절차와 서류 준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우시 D램 공장, 충칭 후공정 공장, 인텔로부터 인수한 다롄 낸드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정부와 보조를 맞춰 국제 질서를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중국 공장을 문제없이 운영할 수 있도록 노력해 국내 반도체 산업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힘쓰겠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새로운 통제 조치는 미국 기업이 ▲ 18nm(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D램 ▲ 128단 이상 낸드 플래시 ▲ 핀펫(FinFET) 기술 등을 사용한 로직칩(16nm 내지 14nm) 등을 초과한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장비·기술을 중국에 판매할 경우 별도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중국 반도체 기업을 현재 기술 수준에서 다 묶어버리는 조치"라고 말했다.
특히 중국 내 생산시설이 중국 기업 소유인 경우에는 이른바 '거부 추정 원칙'이 적용돼 수출이 사실상 전면 금지된다. 외국 기업이 소유한 경우에는 개별 심사로 결정한다는 것이 미국 정부의 입장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해서는 실질적으로 예외를 인정한 셈이지만, 허가 과정에서 별도 심사를 받아야 하는 등 이전보다 까다로워진 절차로 인해 일정 부분 영향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 일각에서는 향후 중국의 반도체 시장 위축에 따른 여파나 미국 정부 심사 과정에서의 기술 유출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큰 반도체 소비 시장이다 보니 아무래도 중국 시장이 위축되면 우리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이 있지 않을까 걱정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한국 기업을 공격할 의도는 없는 것 같아서 일단 다행이기는 하지만 미국 허가 과정에서 영업비밀이 유출되지 않도록 정부와 기업이 잘 협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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