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삼성물산 UAE 해저 송전망 사업 지원하고 GS에너지 '신사업 확보' 위해 1조원 투입하기로 환율 상승에 건전성 지표 하락···체력 유지 숙제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희성 수출입은행장은 이달 3일 '취임 100일'을 맞았다. 지난 7월26일 방문규 전 행장(현 국무조정실장)의 뒤를 이어 공식 행보에 돌입한 윤 행장은 경제위기를 타개할 돌파구를 마련한다는 포부와 함께 임기를 시작한 바 있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를 위해 글로벌 공급망 교란에 적극 대응하고, 중소기업의 신산업 참여 등에도 은행이 앞장서야 한다는 게 그의 첫 주문이었다.
특히 윤 행장은 1976년 은행 설립 이래 처음으로 배출한 내부 출신 CEO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기도 했다. 1988년 수출입은행에 입행한 이후 국제금융부장, 자금시장단장, 혁신성장금융본부장 등을 거친 만큼 적임자라는 평가가 많았다. 실제로도 그는 국제금융에 대한 폭넓은 식견과 소통능력을 지닌 것은 물론, 임직원으로부터 높은 지지를 받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렇다보니 윤 행장은 취임 초기부터 여러 분야에 걸쳐 왕성한 행보를 이어왔다.
한국전력공사와 삼성물산 등이 수주한 UAE 해저 초고압직류 송전망 건설·운영 사업에 수출입은행이 프로젝트파이낸싱(PF) 방식으로 총 12억달러를 지원하는 게 대표적이다. 이는 중동·북아프리카 지역에서 우리 기업이 처음으로 시도하는 해저 초고압직류 송전망 사업인데, 은행은 입찰 단계부터 적극적인 금융지원 의사를 표시하며 기업을 조력했다.
또 수출입은행은 GS에너지의 신사업 확보도 돕기로 했다. GS에너지의 블루 암모니아 생산 프로젝트와 해외 LNG 복합발전소 건설, 해외 LNG 도입 사업 등을 위해 2025년까지 1조원의 금융을 지원하는 게 골자다. 무엇보다 양측의 협업은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기에 저탄소 산업구조 기반을 다지고 ESG 역량을 강화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수출입은행은 윤 행장 취임 이후 해외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먼저 8월엔 싱가포르 법인을 열고 본격적인 영업에 돌입했다. 이 법인은 현지 정부, 투자은행, 국제금융기구 등과의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우리 기업의 일감 확보에 주력한다. 세계은행그룹(World Bank Group) 산하 국제금융공사(IFC)와 '신흥국 인프라 펀드' 투자협약도 맺었다.
아울러 수출입은행은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으로 탄자니아의 '국토정보 인프라 개선사업'과 '주민증 시스템 확장 사업(2차)'에 총 1억3500만달러(약 1920억원)의 차관을 제공한다. 국가 토지정보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ICT장비·기술을 공급하는 프로젝트에 간접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우리 기업의 아프리카 사업 기반을 공고히 한다는 복안이다.
향후에도 윤 행장은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글로벌 위기에 맞서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을 키우고 중소기업 등 취약부문으로 자금을 공급하는 작업에 신경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일단 수출입은행은 원자재 수급불안정 등 대응 프로그램에 대한 지원 규모를 기존 15조원에서 20조원으로 상향하고, 중소·중견기업 대출 비중을 50% 이상으로 유지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연말까지 200억달러 규모의 외화도 확보해 배터리·선박·방산 등 부문에 집중 투입한다.
이 가운데 은행의 체력을 유지하는 것도 윤 행장의 과제다. 올해 여신 잔액이 늘었는데, 환율까지 상승하면서 건전성 지표가 악화되고 있어서다. 국정감사 중 제시된 수출입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14.1%(6월말)로 6개월 전보다 0.7%p 떨어졌다. 은행 신용위험 가중자산 내 외화 비중이 70%에 달해 연말엔 BIS비율이 13%를 밑돌 수도 있다.
이와 관련 윤 행장은 "올해 여신잔액이 121조원으로 증가하고, 원·달러 환율이 1400원 이상으로 오르면서 은행의 BIS비율이 하락하고 있다"면서 "자기자본 확보의 일환으로 4분기 중 3000억원 이내의 신규 후순위채를 발행할 계획이며, 이를 통해 BIS비율을 0.2%p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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