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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정치권에 줄대는 '금융 올드보이'

오피니언 데스크 칼럼 차재서의 뱅크업

정치권에 줄대는 '금융 올드보이'

등록 2022.11.11 17:53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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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orter
연말 인사를 앞둔 금융권의 풍경을 보면 정권이 바뀌었음을 다시 한 번 실감할 수 있다. 주요 금융회사 CEO 후보 하마평에 나란히 등장하는 정당과 유력 정치인, 전직 금융인의 이름을 듣고 있으면 말이다.

일례로 BNK금융의 경우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빈대인 전 부산은행장 등이, 기업은행은 정은보 전 금융감독원장이 CEO 후보로 거론된다. 또 우리금융 안팎에선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 '라임 사태'로 중징계를 받은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을 대신할 것이란 소문도 있다.

떠도는 뒷얘기까지 붙이면 정치권이 특정 인사에게 힘을 실어주고, 회사도 코드를 맞추기 위해 정부의 의중을 살핀다는 진부한 서사가 완성된다.

금융권에서 친정부 인사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게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올해 유독 그 소문 하나하나에 신경이 쓰이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워낙 익숙한 인물이 많고, 정부도 최대한 자기 사람에게 자리를 만들어주고자 힘을 쓰는 것처럼 비춰져서다. 정부 인사에서 대통령 측근이 요직을 차지한 것이나 자격 논란에 휩싸인 유재훈 전 예탁결제원 사장이 예금보험공사 CEO를 맡게 된 것만 봐도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짐작할 수 있다. 그야말로 '친정부 금융 올드보이'의 귀환이 속속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아울러 후보군에 오른 인물 대부분은 대선 국면에서 공개적으로 현 대통령을 지지하며 정치색을 드러내기도 했다. 속된 말로 '줄을 잘 섰다'고 오해받을 수 있는 일이다.

당연히 금융사 직원의 반발은 상당하다. 이른바 '낙하산 인사'가 자신들의 대표로 앉아 직원과 회사에 막대한 손해를 끼칠 수 있다는 인식이 짙다.

단순히 그 사람이 인맥으로 손쉽게 기회를 얻었다는 데 대한 박탈감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다. 누군가의 힘을 등에 업고 요직에 오른 인물이 회사와 자신의 임무에 충실할 수 있겠냐는 의구심 때문이다.

보통 '낙하산'으로 지목되는 인물은 공통된 행동 양식을 보인다. 정부 눈치를 보거나 자신을 지키는 데 급급해 정작 조직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는 게 대표적이다. 정부가 지시했다는 이유로 임직원을 외면한 채 기관이전을 검토하는 등 과제 이행에만 몰두하는 CEO의 모습을 여러 번 목도하지 않았던가. 은혜 갚을 사람이 많으니 자연스럽게 회사에 불필요한 비용과 부담을 떠안기는 것은 물론이다.

그래서 그들의 뒷모습은 그리 아름답지 않았다. 정부가 지목하는 기업을 부당지원하고 관료 친인척에게 채용특혜를 준 사실이 밝혀져 구속되거나 물러난 사례가 비일비재했다. 정부가 특정 기업을 지원하도록 압박했다고 폭로했다가 자리에서 내려오는 등 곤욕을 치른 정책금융기관 수장도 있었다.

게다가 낙하산 인사의 발탁은 경영에도 결코 긍정적이지 않다. 현장 경험이 부족한 것은 물론, 조직이나 산업에 대한 이해도 역시 떨어질 수밖에 없어서다.

따라서 정부가 지금부터 금융권 인사 개입을 멈추고, '금융 올드보이'도 줄서기를 지양해야 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특히 정부도 우리 금융시장을 정확히 진단해 보다 높은 수준의 역량을 갖춘 인물이 기업을 이끌도록 독려할 필요가 있다. 고금리·고물가·고환율 3고 현상, 주요국 통화긴축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비롯된 경기침체 등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으며,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로 중소형 금융사가 도산 우려에 직면한 현 상황을 제대로 들여다보라는 얘기다.

어떤 자리든 인사가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데 과연 반대할 사람이 있을까. 시장이 엄중한 상황인 만큼 정부와 금융회사 모두 소수의 이익을 위해 그릇된 판단을 내리지 않길 기대한다. '지금은 정권이 금융지주 회장, 행장 인선 과정에 개입하지 않고 각 회사 내부의 승계프로그램이 정상 작동된다는 안정감을 국내외 시장에 보여줘야 할 시점'이란 금융노조의 성명을 옮겨 적는다.

그리고 금융당국 수장도 '금융회사 인사에 정치적 외압은 없을 것'이라는 등의 의미 없는 발언은 피해주셨으면 한다. 외면하기엔 눈에 보이는 게 너무나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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