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Q 재고자산 총액 83.2조원···전년比 39%↑경기 위축과 수요부진으로 재고자산 급증높은 재고 수준에 판매 속도 덩달아 둔화기업들 비용 부담 상승·수익성 악화 우려
기업들이 공급망 차질에 대비해 축적해온 재고가 최근 글로벌 경기 위축과 수요부진 등의 영향으로 급증한 것으로 풀이된다. 내년에도 경기 침체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며 재고 관리에 대한 부담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LG전자의 올해 3분기 재고자산 총액은 83조1919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보다는 38.53%, 전 분기보다는 12.95% 증가한 규모다.
기업별로 보면 삼성전자의 올해 3분기 재고자산 금액은 전 분기(52조922억원)보다 10.04% 늘어난 57조3198억원이었다.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38.51% 증가한 수치다.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 재고자산 50조원을 처음으로 돌파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가 보유한 전체 자산 가운데 재고자산이 차지하는 비율도 전년(9.7%)보다 2.5%포인트(p) 상승한 12.2%가 됐다.
SK하이닉스의 상황도 녹록치 않았다. SK하이닉스의 9월 말 재고자산은 14조665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64.47%, 전 분기보다 23.46% 증가했다.
삼성전자의 재고자산이 늘어난 것은 글로벌 경기 위축에 따라 TV와 스마트폰, 반도체 등 수요가 줄어든 영향으로 분석된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력사업인 반도체의 공급 과잉 심화가 크게 한 몫 했던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거시경제 상황 자체가 좋지 않고 소비자 구매 여력이 많이 떨어진 상태"라며 "반도체 분야는 시장 상황이 나아지고 전방산업이 활발히 돌아가야 재고 증가 추세가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도 주요 사업부인 냉장고·세탁기·에어컨 등을 담당하는 생활가전(H&A)사업부와 TV(HE)사업부, 전장(VS)사업부 등의 올해 3분기 재고자산이 늘어났다.
LG전자는 올해 3분기 재고자산 규모가 지난해 말보다 14.90% 늘어난 11조2071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2분기보다는 15.72% 증가했다.
LG전자는 완성품 재고자산이 가장 크게 늘었다. 올해 상반기 5조4101억원에서 3개월 만에 13.12% 증가한 6조1201억원을 기록했다. 재고자산은 시중에 바로 팔 수 있는 제품과 상품, 생산과정에 있는 반제품과 재공품, 원재료 및 저장품 등으로 나뉜다.
기업들의 재고 수준이 높아지자 재고자산회전율도 덩달아 줄었다. 회전율은 낮을수록 재고에서 매출로 바뀌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의미에서 중요하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4.5회였던 재고자산회전율이 올해 3분기에는 3.8회로 떨어졌다. SK하이닉스는 3.2회에서 2.4회로 줄었으며 LG전자는 6.5회에서 5.8회로 내려갔다.
제품을 적기에 공급하기 위해선 기업이 일정 수준 이상의 재고를 보유해야 하지만 재고자산이 지나치게 늘어나면 업황 변동에 취약해지고 기업 활동의 유연성이 떨어져 경영상 비효율성을 초래할 수 있다.
최근처럼 경기침체 우려와 인플레이션으로 수요가 둔화되는 상황 속에서 재고를 줄이지 못한다면 기업의 비용 부담은 늘어나고 수익성은 악화될 수 있다.
이에 기업들은 생산라인 가동률을 낮추는 등 재고 정상화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TV 등 영상기기 생산라인 가동률을 올해 1분기 84.3%에서 3분기 75.4%까지 낮췄다. 스마트폰 생산라인 가동률도 같은 기간 81.0%에서 72.2%로 조정했다.
LG전자 역시 수요 둔화에 따른 재고 관리를 위해 냉장고(123%→113%)와 세탁기(90%→88%), 에어컨(118%→103%) 등 주요 생활가전 제품의 3분기 가동률을 전 분기보다 낮췄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시황 불안정에 따라 지난 2분기만 해도 '검토' 수준이던 투자 축소를 단행키로 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3분기 실적 발표와 함께 내년 투자 규모를 올해 투자액보다 약 50% 줄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또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은 제품 중심으로 생산량을 줄여 나가기로 했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앞으로 이러한 불황은 2년 정도 더 이어질 전망"이라며 "기업들은 재고자산을 줄이거나 투자를 줄여 현금비축을 증가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 인력 고용 증가폭을 줄이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윤서영 기자
yunsy@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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