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TX 지하 60m 통과 두고 주민반발전문가 "지상에 영향 크지 않을 듯"셋으로 갈린 주민단체 파열음 지속상호비방에 소송전까지 갈등 심화
업계에 따르면, GTX-C노선의 시공 우선협상대상자인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노선설계와 관련해 은마아파트 우회안을 제출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17일 조합과 국토부에 밝혔다.
하지만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원회는 GTX노선의 지하통과를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토부에 항의방문을 하는 등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 12일부턴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자택 앞에서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아파트 외벽에 '이태원 참사사고 은마에서 또 터진다'라는 현수막을 걸어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일각에선 주민들의 시위가 오히려 현대건설을 돌아서게 만들었단 말도 나온다. 현대건설 내부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최근 은마아파트 주민들이 시위활동을 벌인 것이 오히려 현대건설로 하여금 우회안 검토를 접게 만든 것으로 안다"면서 "안그래도 적정성 검토 등에 1~2년의 시간이 더 걸리는데다, 추가 비용도 많이 드는데 굳이 비난을 들으면서까지 협상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라고 했다.
은마아파트 추진위원회 관계자는 "설계속도를 낮추면 충분히 우회안을 만들 수 있는 것으로 아는데 국토부와 시공사가 시간과 비용을 이유로 이를 거부하고 있다"면서 "언제 붕괴될지 모르는 아파트 밑으로 터널 공사를 한다고 하는데 불안하지 않을 주민이 있겠나"라고 했다.
다만 전문가들과 건설업계에선 GTX 공사로 인해 아파트에 안전문제가 일어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건설사 임원 출신 건설기술사 L씨는 "주민들 입장에선 불안함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과학적으로 지하 60m 대심도에서 진행되는 터널공사와 철도 운행은 지상에 거의 영향이 없다"면서 "실제로 도심지 아파트 중 지하로 지하철이나 고속철이 지나곳이 많은데, 건물의 내구도와 관련해 어떤 문제도 발생하지 않았다. 수서고속철도가 지나는 자운동 레미안포레가 대표적"이라고 했다.
무엇보다 업계에서는 주민들이 GTX 문제에 매달리는 동안 본질인 재건축 사업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CM업계 관계자는 "조합에서 처리해야하는 인허가와 심의 절차만 20가지가 넘는다. 이 일에만 매달려도 착오를 빚고 계획이 반려돼서 수정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지하권이 인정되지 않는 대심도 터널 문제에 추진위원회 등 집행부와 주민이 매달려 있으면 조합과 정관 수립, 협력업체 선정 등 다른 문제가 뒤로 밀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은마아파트는 내부적인 갈등도 여전히 심각한 상태다. 은마아파트 주민들은 현재 은마반상회·은마사랑모임‧은마소유주협의회 등 3개의 주민단체로 갈라져있다. 지난해 9월 집행부가 해산된 뒤 올해 2월 은마반상회 측 주민들이 새로운 추진위원회를 구성했지만, 추진위원장의 자격시비 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추진위원회 측은 이르면 내년 3월까지 조합설립을 마친다는 입장이다. 서울시의 은마아파트 관련 정비 계획안에 따르면 1979년 준공한 은마아파트는 28개 동 4424가구에서 최고 35층 33개 동 5778가구로 재건축된다. 은마아파트 추진위원회는 조합설립 후 곧바로 중대변경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추진위원회 관계자는 "(아파트 75%, 상가 50%) 동의율 확보가 쉽지 않겠지만 지난달 19일 서울시 도시계획심의위원회에서 정비구역 지정과 경관심의 안이 통과된 만큼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문제는 최고 층수 49층으로의 중대변경이 쉽지 않다는 것. 은마아파트는 2010년 조건부 재건축 안전진단을 받았지만 2017년 당시 박원순 서울시장이 35층 층고제한 규제를 도입하면서 사업이 답보했다. 이후 35층으로 낮춘 수정안을 제출했고, 몇 번의 수정을 거쳐 이번에 심의를 통과했다.
유천용 도시계획기술사회 회장은 "심의위원이 물갈이 될 정도로 다 바뀌지 않는 이상 보류를 했던 내용으로 결정사항을 뒤집기는 쉽지 않겠지만 오세훈 시장이 재개발‧재건축에 전향적으로 나선다면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면서도 "다만 계획 변경을 시도하는 동안 사업지연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했다.
주민단체 간 갈등도 풀어야할 숙제다. 특히 현 추진위원장인 C씨의 자격을 두고도 논란과 갈등이 적지 않다. 일부 주민들은 서로 고소·고발까지 진행했다. 은마아파트 주민 A씨는 "C씨는 아파트 1채의 0.01%의 지분만 가지고 있다"면서 "아파트 1채도 받기 어려운 소형 지분의 공동소유주가 주민들을 위한 재건축을 추진할지 걱정이 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C씨는 사실관계와 다르다고 주장했다. "전형적인 흠집 내기에 불과하다. 현재 공동지분을 가지고 있는 집은 가족의 소유로 (본인은) 세입자가 아닌데도 다른 단체에서 비방을 이어가고 있다"면서 "2025년경 이주와 2030년 전 입주를 목표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업계에선 자칫 은마아파트에서도 공사 중단 사태를 맞았던 둔촌주공과 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본다. 업계 관계자는 "은마아파트를 지켜보면 지속된 주민갈등을 타개하기 위해 외부의 일을 끌어들이는 등 둔촌주공의 모습을 답습하고 있다"면서 "만약 GTX 문제가 정부나 시공사의 업무방해죄 고소 등으로 이어질 경우 사업은 사업대로 지장을 빚고 불필요한 비용까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뉴스웨이 장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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