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열린 이사회서 SK에코플랜트 거래안 보류M17 건설 계획안 보류 이어 두 번째 보류 안건이사회 중심 경영 지속···투명성 차원에서 긍정적
지난해부터 이사회 안건심의 과정에서 부결, 보류 안건들이 속속 나타나며 사외이사들의 목소리가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30일 SK하이닉스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 23일 제10차 이사회를 열고 'SK에코플랜트와 거래안'을 안건으로 상정했으나 사외이사 반대로 보류됐다.
SK하이닉스 측은 "공장 건설 건이 보류된 것은 아니다. 이천·청주 단지 내에 SK에코플랜트가 진행하고 있는 공사가 많은데 이번 안건은 상시적인 단순 인프라 건설 내용"이라며 "공사 범위 등을 좀 더 검토해보자는 의견이 있어 보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 이사회는 이날 회의에서 이사회 규정 개정(안)도 수정 가결로 처리했다. 이는 이사회 안건을 부의하는 등의 과정을 현실에 맞게 개정하는 내용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는 조만간 홈페이지를 통해 내용을 공개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 이사회는 작년 처음으로 이사진들이 안건에 반대표를 던지며 부결 안건이 나오기 시작했고 올해도 보류, 조건부가결, 수정가결 등이 속출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이사회는 지난 6월 열린 회의에서도 M17 건설 계획안을 보류시켰다. 운영 계획 등을 포함한 제반 사항에 대해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이사회 전원이 보류 의견을 낸 것이다.
이후 SK하이닉스는 M17 대신 이미 부지를 보유하고 있는 M15X 건설을 우선 진행하기로 결정하고 향후 5년간 공장건설과 생산설비 구축에 총 15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이 외에도 이사회는 지난 3월 'SKHMS A 현물출자' 안건과 4월 '수펙스추구협의회 협약서 당사자 변경 및 운영 비용 거래' 안건도 조건부가결하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현물출자의 경우 이전에 솔리다임 이사회의 승인을 받는 조건, 수펙스추구협의회 운영 비용 거래 관련해서는 부담 기준, 비용 등에 대해 재검토하기로 결정했다.
SK하이닉스 이사회는 지난해에도 재단법인 숲과 나눔 기부금 출연 안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부지 분양 계약 체결 안건에 대해 이사회 전원이 반대표를 던져 눈길을 끌었다.
이 같은 SK하이닉스 이사진들의 적극적인 의견 표출은 SK그룹이 '지배구조 혁신'에 집중하며 이사회 역할 및 역량을 강화한 결과로 해석된다.
SK그룹은 지난해부터 CEO 평가와 보상을 각 사 이사회에서 결정하고 있다. 올해는 이사회의 전문성과 역량 강화를 위해 사외이사 후보군 구성과 이사회 업무 지원 포털 시스템 도입, 디렉터스 서밋 개최 정례화 등을 시행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SK그룹은 사외이사가 이사회 안건을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경영정보 등을 제공하는 포털 시스템을 구축했다. 내년부터 SK㈜와 SKC 이사회에 포털 시스템을 시범 도입한 뒤 다른 관계사로의 적용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하영구 SK하이닉스 이사회 의장은 지난달 열린 'SK 디렉터스 서밋 2022'에 참석해 가장 기억에 남는 사외이사 활동에 대해 "1월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인사보상위원회를 8번 정도 진행했다"며 "CEO 평가, 보상 등에 대한 부분이 워낙 중요하고 해결하기 쉽지 않다보니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송민경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기업 이사회는 천편일률적으로 찬성하는 경우만 있어서 사외이사 감시 역할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이사회에서 안건이 부결되고 이를 외부에 공개한다는 것은 투명성 차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과거에는 이사회에서 통과가 되지 않을 것 같은 안건들은 애초에 올리지 않거나 최고경영진 차원에서 결정하는 케이스가 많았다"면서 "최근 이사회에서 다양한 논의가 이뤄지는 것은 주주들에게 이사회가 책임 있게 돌아간다는 인식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뉴스웨이 이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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