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집 줄이는' 롯데카드, 쪼개기 매각 본격화···다음 타깃은 해외법인

완전 자회사 로카모빌리티 먼저 매각 진행 중

이후 롯데파이낸스베트남도 매각 가능성 있어

베트남 금융사업 라이선스 원하는 인수자 다수

군살 떼면 롯데카드 3조원→약 2조원까지 줄 듯

그래픽=박혜수 기자 hspark@

로카모빌리티를 필두로 롯데카드의 계열사 쪼개기 매각이 본격화했다. 높은 가격으로 인해 새주인 찾기에 난항을 빚자 대주주 MBK파트너스 차원에서 몸집 줄이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선 롯데카드가 완전 자회사 롯데파이낸스베트남까지 분리 매각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3일 여신업계에 따르면 롯데카드 대주주(59.83%)인 MBK파트너스는 '로카모빌리티' 매각을 위한 본입찰을 지난 6일 실시했다. 본입찰 결과 맥쿼리자산운용 한 곳만 입찰에 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카모빌리티는 롯데카드가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로 2010년 롯데그룹이 약 1500억원으로 이비카드를 인수하면서 출범한 곳이다. 롯데그룹은 이비카드와 마이비 등 교통카드 업체 두 곳을 인수하며 로카모빌리티로 교통카드 시장 점유율 2위를 차지했다. 현재 로카모빌리티는 조좌진 롯데카드 대표이사가 지휘봉을 잡고 있으며 매각가는 최대 4000억원까지 거론되고 있다.

당초 로카모빌리티 입찰 예상자는 맥쿼리자산운용, 카카오페이, 쏘카 등 3곳이었다. 하디만 쏘카와 카카오페이의 본입찰 참여가 무산되면서 맥쿼리 측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카카오페이가 마지막까지 로카모빌리티 인수를 고심할 것으로 보여 최종 결과 예측은 시기상조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이와 함께 롯데카드가 지분 100%를 보유한 '롯데파이낸스베트남'도 분리도 매각 수순을 밟을 것으로 점쳐진다. 현재 베트남 금융시장은 파이낸스사 신규 인허가가 제한적인 상황이라 신규 진입 자체가 어렵다는 점에서 라이선스(licence)를 희망하는 인수자들이 다수인 것으로 파악된다.

롯데파이낸스베트남은 롯데카드가 지난 2017년 베트남 현지 소비자금융 회사인 '테크콤 파이낸스'와 지분 양도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출발했다. 이후 2018년 3월 베트남 중앙은행의 승인을 받은 뒤 준비 과정을 거쳐 같은해 12월 정식 출범했다.

롯데카드는 당시 인수했던 테크콤파이낸스가 부실 자산이 없는 우량한 재무구조를 가지고 있었다고 소개했다. 인수 후 롯데카드는 시스템 투자와 영업점 확충 등 모든 부분을 구축했으며, 지난해말 롯데파이낸스베트남에 272억원 규모의 증자를 단행하고 할부금융, 신용카드, 대출 등 현지법인의 영업자산의 확대에 따른 운영자금과 향후 신규사업 진출을 위한 여력을 다졌다.

롯데파이낸스베트남은 소비자금융 사업을 시작으로 현재 신용대출, 할부금융 상품을 운영하고 있다. 2019년 4월에는 '롯데파이낸스 비자(LOTTE FINANCE VISA)' 카드, '롯데파이낸스 비자 플래티넘(LOTTE FINANCE VISA Platinum)' 카드 2종을 출시하며 본격적인 신용카드 영업을 개시했다. 2020년 10월에는 캐시카드도 라인업으로 추가해 판매 중이다.

BNPL(Buy Now Pay Later·선구매 후결제) 서비스는 현재 베트남 시장에서는 각광받고 있는 서비스 중 하나다. 베트남에서 디지털 페이에 익숙한 MZ 세대는 전체 인구의 약 47.2%에 달하며, 떠오르는 소비 주도층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에 롯데카드는 지난해 선구매 후결제 서비스인 '페이레이터(Pay Later)'를 출시했다.

최근에는 베트남 이커머스 기업인 '티키(Tiki)'와 함께 BNPL(Buy Now Pay Later) 서비스 출시를 위한 전략적 제휴 조인식을 체결하고, 올 하반기 중 출시하기로 했다. 티키는 2000만명 이상의 고객을 보유한 베트남 대표 이커머스 업체로 '베트남의 쿠팡'으로 불린다. 다양한 상품과 빠른 배송을 강점으로 베트남 전자상거래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그 결과 올해 3분기 현지법인 총자산은 1626억원으로 지난해 동기(1028억원)대비 58% 확대했다. 롯데카드는 롯데파이낸스베트남 실적이 지난 9월 순이익 기준 월흑자 전환에 성공한 뒤 올해 4분기 누적 흑자 턴어라운드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롯데카드가 로카모빌리티와 롯데파이낸스베트남 부분 매각을 완료하면 롯데카드 통매각 가격이었던 3조원은 2조원 수준으로 낮아질 전망이다. 여기에 여신업황이 악화될 전망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롯데카드 최종 매각가는 더 조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계열사 쪼개기 매각은 기존 매각가를 낮출 수 있는 방안으로 보인다"며 "다만 완전자회사 등 계열사 외 롯데카드 자체를 영업권별로 분리 매각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