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바이오로직스·SK바사 등 변이주 대응 및 콤보 백신 개발화이자, '코비드 사업부' 신설하고 차세대 백신 임상 박차전문가 "엔데믹에도 새 백신 플랫폼 필요···미래 대비한 투자"
21일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식약처 승인을 받아 임상시험 중인 국내 코로나 백신은 ▲유바이오로직스의 '유코백-19' ▲SK바이오사이언스의 'GBP510' ▲셀리드 'AdCLD-CoV19-1 OMI' ▲진원생명과학 'GLS-5310' ▲아이진 'EG-COVID' ▲큐라티스 'QTP104' ▲에스티팜 'STP2104주' 등 7개 품목이다.
이 중 SK바이오사이언스의 'GBP510'(스카이코비원 멀티주)은 지난 6월 말 국산 1호 백신으로 허가를 받아 상용화에 성공했다. 하지만 최초 코로나 바이러스인 우한주에 한해 품목허가를 받은 것과 글로벌 빅파마보다 늦은 시기에 출시했다는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 완제 생산을 잠정 중단했다.
실제 국내 기업들이 우한주 대응 백신 개발에 나서는 동안 백신 선발주자인 화이자·모더나 등은 현재 우세종인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대응 '2가 백신'(개량백신)을 발 빠르게 시장에 내놓으며 입지를 공고히 했다. 게다가 엔데믹(풍토병화) 전환으로 백신 수요가 떨어지고 있어 후발주자들이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HK이노엔, 제넥신 등 일부 기업들은 사업성 악화 등을 이유로 올해 임상시험을 중단했다.
수익성 확보가 불투명하지만 일부 기업들은 우한주는 물론 변이 바이러스를 포함하는 백신 개발을 지속하고 있다. 바이러스 변이에 따른 새로운 백신 니즈가 아직 존재하고, 다른 백신에 응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유바이오로직스는 우한주에 대응하는 '유코백-19'을 콩고민주공화국(DRC)와 필리핀에서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또 추가접종(부스터샷)용으로도 지난 7일 국내 임상 1/2상 승인을 받아 준비 중이다.
유바이오로직스는 우선 우한주 대응 백신을 개발하고, 이를 기반으로 변이주 대응백신 및 콤보(혼합백신) 개발에도 나선다는 방침이다.
회사 관계자는 "우한주에 대한 임상 3상을 성공적으로 완료해야 변이주 대응백신 및 콤보백신의 빠른 임상(임상 생략 또는 간소화 등) 진행이 가능하다"며 "이미 임상3상을 완료한 국내외 회사들에 비해 늦은 감은 있지만, 코로나 백신 시장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독감백신 시장이 노약자층을 중심으로 매년 존재하는 것처럼, 코로나도 변이주 백신 또는 콤보백신 형태의 시장이 계속 존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유바이오로직스는 SNAP(항원디스플레이기술)과 EuIMT(면역증강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냉장보관이 가능하고, mRNA백신과 다른 합성항원 대비 가격경쟁력이 있다"며 "경쟁력만 갖추고 있다면 공공시장 및 중저소득국 타겟으로 진출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그러며 "어떤 변이가 생길지 모르기 때문에 모태 바이러스인 우한주 대응 제품을 개발하는 전략도 나쁘지 않다"며 "실제 미국에서 우한주로 4번 접종한 사례와 중간에 변이주 백신접종한 사례들을 비교한 논문이 나왔는데, 우한주 4번 접종 사례의 방어효과가 확인되기도 했다. 또 변이주 자체가 수율도 낮고, 항원제작도 어려워 원가가 높기 때문에 글로벌 회사들도 이 부분을 많이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유바이오로직스는 유코백-19 개발에 사용된 플랫폼 기술 검증으로 파이프라인 확대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회사 측은 "유코백-19 개발에 사용된 바이러스 백신 플랫폼 기술의 완성을 통해 RSV(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 HZV(대상포진바이러스), HPV(인유두종바이러스), 알츠하이머 등 프리미엄 백신의 개발을 가속화할 수 있는 최고의 레퍼런스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넥스트 팬데믹에 대응한 변이주를 포함하는 다가(多價) 백신, 독감 등과의 콤보 백신, 광범위하게 바이러스를 예방하는 범용 백신 등으로 추가 개발에 나섰다.
바이오기업 셀리드는 최근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AdCLD-CoV19-1'에 대한 임상 2b상을 조기 종료하고, 추가접종 용도로 개발 중인 'AdCLD-CoV19-1 OMI'에 집중키로 했다. 아이진의 경우 현재 개발하고 있는 메신저 리보핵산(mRNA) 기반 코로나19 백신 'EG-COVID'를 기초접종이 아닌 부스터샷으로 개발 중이다.
이미 시장을 선점한 글로벌 제약사들도 코로나 백신 개발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한국화이자제약은 최근 코로나19 전담 부서인 '코비드(COVID) 사업부'를 신설했다. 현재 화이자는 상용화된 코로나 백신 '코미나티주' 외에도 면역원성의 범위를 넓히고 긴 시간 약효를 지속시킨 차세대 코로나19 백신(임상 2상), mRNA 기반 독감 백신(임상 3상), 독감과 코로나를 동시 예방하는 콤보 백신(임상1상) 등을 개발 중이다.
한국화이자제약 관계자는 "백신 개발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요구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혁신적인 백신과 치료제 공급을 통해 환자들의 삶을 변화시키는 혁신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투자와 연구개발 노력이 필수적"이라며 "코로나 바이러스는 계속 진화하고 있기 때문에 백신과 치료제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개발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화이자는 코로나 바이러스 외에도 언제든, 어떤 형태로든 팬데믹이 발생할 수 있다는 예측 하에 새로운 감염병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백신‧치료제 연구개발 등에 노력을 다하고 있다"며 "특히 mRNA 플랫폼은 코로나19라는 영역에 한정돼 있지 않기 때문에 향후 다양한 질환영역에서 질환의 예방, 치료를 위한 새로운 옵션을 제공할 수 있도록 연구를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백신 개발의 가치가 '넥스트 팬데믹'에서 발휘될 수 있다며 꾸준한 투자를 강조한다.
김우주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백신혁신센터장(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대한백신학회장)은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가 계속 나오고 있다. 엔데믹으로 간다고 해서 유행이 끝난 것은 아니"라며 "언제 터질지 모르는 2차전에 대비해야하는 시점이다. 지금까지 나온 백신들도 완전한 제품은 아니기 때문에 더 나은 백신 개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센터장은 "화이자, 모더나 등 큰 제약사들이 mRNA 백신을 빠르게 개발해 위너가 됐지만, 변이가 나올 때마다 새로 개발해야 하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지속성이 떨어지고, 젊은 사람들에게서는 심근염 등의 부작용이 나타난다는 한계가 있다"며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백신 개발이 필요하다. 코로나가 사라진다고 개발을 접는 건 백신회사라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백신 개발에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필요한 만큼 장기적인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센터장은 "백신은 어느 날 맨 땅에서 솟아 나오는게 아니다. 수십년간 신약개발하고 시판한 경험이 있는 회사도 어려운 게 백신 개발인데 요행을 바라다보니 용두사미로 가는 것"이라며 "화이자, 모더나 등 몇몇 회사들을 제외한 제약사들이 백신 개발에 성공하지 못한 데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국내 기업 중에서 10년 이상 백신을 개발한 몇 안 되는 기업들도 코로나 백신 개발엔 적극적이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이어 "다만 작은 제약사가 정부 지원 없이 백신 개발을 지속하기는 어려움이 있다. 평상시에 미리 연구를 해야 하는데 위기가 없을 때 투자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니 개발이 쉽지 않은 것"이라며 "백신은 중장기적인 묻지마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가 화이자‧모더나 등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고유의 원천기술 확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정부의 백신 개발 지원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보건복지부는 1조원 규모 K-바이오 백신펀드의 내년 예산을 올해 500억원보다 400억원이 감액된 100억원으로 편성했다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일자 다시 500억원으로 증액해 국회에 제출했다.
정부가 집행하는 코로나19 백신·치료제 개발 임상지원 사업 집행률도 저조하다. 국회 등에 따르면 2020년~2021년 확보 예산 2156억원 중 실제 집행된 예산은 올해 9월 기준 약 560억원에 불과하다. 개발 역량이 부족한 국내 기업들이 임상에 속도를 내지 못한 탓이다. 이마저도 백신 개발에 뛰어든 기업들이 나눠 가졌다.
김 센터장은 "SK바이오사이언스가 스카이코비원 상용화에 성공한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성과다. 하지만 우리 정부의 비용 지원은 없었다. 국제민간기구인 CEPI(전염병대비혁신연합)의 금전적 지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며 "지난 정권에서는 2025년까지 글로벌 백신시장 5위에 들겠다고 'K-글로벌 백신허브화' 프로젝트를 가동했는데, 오히려 지원비는 줄고 있다. 찔끔찔끔 보여주기식 지원으로는 성과를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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