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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 적자 실적 받아든 한화투자증권···'숫자의 달인' 한두희 어깨 무거워졌다

증권 증권·자산운용사

적자 실적 받아든 한화투자증권···'숫자의 달인' 한두희 어깨 무거워졌다

등록 2023.02.01 07:01

정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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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자본 1조원 이상 증권사 중 유일하게 '순손실'2016년 이후 6년 만에 年 순손익 다시 적자로 전환WM·트레이딩 부진에 토뱅·두나무 투자 손실 악재한화생명서 투자 성과 냈던 한두희 역량에 큰 기대

적자 실적 받아든 한화투자증권···'숫자의 달인' 한두희 어깨 무거워졌다 기사의 사진

자기자본 규모가 1조원을 상회하는 국내 주요 증권사 중 유일하게 연간 순손익 부문에서 적자를 본 한화투자증권이 결국 CEO 교체라는 강수를 뒀다.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둔 '숫자의 달인' 한두희 신임 대표의 어깨가 한층 더 무거워지게 됐다.

한화그룹은 지난 1월 31일 한화손해보험, 한화투자증권, 한화자산운용, 한화저축은행 등 그룹 내 일부 금융 계열사에 대한 CEO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를 통해 권희백 한화투자증권 사장과 한두희 한화자산운용 사장이 자리를 서로 맞바꾸게 됐다. 권 사장은 2017년 3월부터 몸담았던 회사를 6년 만에 떠나게 됐고 한 사장은 한화맨 생활을 시작했던 친정으로 3년여 만에 돌아오게 됐다.

한화그룹 측은 권 사장과 한 사장의 자리 맞교환에 대해 "급변하는 금융 시장 상황에 빠르게 대응하고 새로운 경영 전략을 견인할 적임자를 배치하는 인사"라고 설명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한화투자증권의 실적 악화와 이번 인사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CEO 인사 발표 전날인 지난 1월 30일 한화투자증권은 지난해 경영 실적을 발표했다. 한화투자증권은 지난해 2조1143억원의 연간 누적 매출을 올렸으나 자산관리 부문과 트레이딩 부문의 부진 탓에 영업이익이 438억원에 그쳤고 순손익은 476억원의 손실로 전환됐다. 연간 기준으로 순손익이 적자로 전환된 것은 2016년 이후 6년 만이다.

자기자본 규모가 1조원 안팎 되는 증권사는 금융투자업계에서 대략 20개 정도 된다. 투자자들에게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는 증권사들은 이 목록에 들어간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한화투자증권이 주요 증권사 중에 유일하게 순손익 부문에서 적자를 봤다는 점이다. 지난 31일까지 2022년 결산 실적을 낸 증권사 중에 한화투자증권보다 자기자본 규모가 큰 다올투자증권이나 SK증권도 적게나마 이익을 봤다.

한화투자증권은 30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던 지난해 1분기를 제외하고는 경영 성적표에서 통 재미를 보지 못했다. 2분기 93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고 3분기에는 38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4분기의 손실 규모는 더 컸다고 볼 수 있다.

개별재무제표로 봐도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액은 2조591억원이었고 영업이익은 633억원이 집계됐지만 순손익은 개별재무제표에서도 163억원의 손실이 잡혔다.

연간 매출액이 2조원을 상회하는 한화투자증권이 이처럼 큰 손실을 본 화근으로는 전반적인 증시의 불황 여파도 있겠지만 그동안 투자했던 곳에서 기록한 손실이 꼽힌다.

한화투자증권은 그동안 토스뱅크와 두나무 등 미래 핀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투자를 단행해왔다. 하지만 토스뱅크가 지난해 1분기부터 내리 적자를 보고 두나무의 기업가치도 하락하는 바람에 한화투자증권으로도 불똥이 튀었다.

토스뱅크의 1~3분기 누적 순손실은 1719억원에 달한다. 토스뱅크 지분 10%를 쥐고 있는 한화투자증권은 적지 않은 지분법 손실을 봤다. 두나무도 가상자산 거래량의 감소 영향으로 기업가치가 급락하면서 한화투자증권의 기타포괄손익이 다소 줄어들게 됐다.

기타포괄손익은 순손익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재무 항목은 아니다. 하지만 회사 입장에서 야심차게 투자했던 부문에 대해 적잖은 손실을 봤다는 점에서 뒷맛이 개운찮다.

무엇보다 토스뱅크와 두나무에 대한 투자는 권희백 사장의 치적으로 꼽히던 성과 중 하나였다. '투자의 귀재'라는 별칭을 안겨준 성과가 도리어 악재로 돌변하면서 권 사장의 입지에도 큰 혼란이 왔을 것이라고 금융투자업계 안팎에서는 분석하고 있다.

이제 업계는 권 사장의 후임인 한두희 사장의 역량을 주목하고 있다. 한 사장은 한화투자증권 공채 출신인 권 사장과 달리 외부에서 영입된 인사다. 삼성그룹 재무팀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한 그는 여러 운용사를 거친 후 2015년 한화투자증권 상품전략실장으로 영입됐다.

그는 한화투자증권에서 일하면서 그룹 내에서 손꼽히는 '재무통'으로 발돋움했는데 당시 한화투자증권 사장이던 여승주 한화생명 사장의 눈에 들었다.

이후 여승주 사장의 부름을 받아 한화그룹의 금융 네트워크 중 최정점에 있는 한화생명으로 자리를 옮겨 투자사업 부문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올렸다. 지난 2021년 부임한 한화자산운용에서는 취임 직후부터 ETF 시장 안팎의 역량을 크게 키우면서 주목을 받았다.

오랫동안 '숫자의 달인'으로 불려온 그가 다시 돌아온 첫 둥지 한화투자증권에서 보여줘야 할 성과는 재무제표 속 음수를 양수로 되돌리는 일이다. 전략적 투자의 안목이 남다른 인물로 평가받는 인물이고 그룹의 신뢰도 두둑한 만큼 분명한 성과가 필요한 시점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한화투자증권의 실적 악화는 그룹 차원에서도 상당한 내상이 됐을 것이기에 재무적 역량이 뛰어난 한두희 사장을 구원투수로 출격시켰다고 볼 수 있다"면서 "한화투자증권에서 입지를 다진다면 그룹 내 역할도 더 무거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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