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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강대강 치닫는 건설 노사···문제 시작점 '구조적 병폐'는 나 몰라라

부동산 건설사

강대강 치닫는 건설 노사···문제 시작점 '구조적 병폐'는 나 몰라라

등록 2023.02.06 19:46

장귀용

,  

한승재

  기자

덤핑수주에 장비·인력 돌려막기 관행···비용·안전문제 '주범' 지적갈수록 부족해지는 인력‧장비···별도수당 받는 '갑' 노조 탄생시켜서로 안전사고 책임 떠넘기기 바쁜 노사···정부는 노조 때리기 집중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

"최저가입찰제는 공사비를 깎고 공사기간을 줄이는 '덤핑수주'를 양산했습니다. 건설업체에서는 촉박한 일정과 빠듯한 예산을 맞추기 위해 무리를 하게 되고, 노조는 이를 빌미삼아서 업체로부터 '월례비' 등 금품을 받았습니다."

건설업계에서 사용자측과 노조 간 대결 구도가 강대강(强對强)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정부는 양대 노조를 비롯한 노조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등 사용자측에 힘을 싣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노사가 돈을 주고받으면서 규정위반 등 각종 문제를 덮어온 것이 병폐를 키웠다면서 노사정이 대결에 치중하기보단 산업구조 자체에 대한 혁신에 나서야한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사측 vs 노조, 힘겨루기 본격화=경찰청은 지난해 12월8일부터 오는 6월26일까지 '건설현장 갈취·폭력 등 불법행위'에 대해 특별단속을 벌이는 중이다. 일선 경찰서에선 노조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이는 등 강도 높은 조사에 들어갔다. 건설현장에서 소속 노조원을 채용하도록 강요하고 월례비와 노조전임비 등을 명목으로 금품을 요구한 혐의다. 월례비는 현장에서 빠르게 업무를 수행하는 명목으로 급여 외에 지급해온 관례상 수당을 말한다.

정부가 노조에 대한 압박을 본격화하면서 건설현장의 당사자인 노사(勞使) 간 갈등도 커지고 있다. 노사 모두 각자 단체행동을 이어가면서 서로에 대한 비난의 수위를 높여가는 모양새다. 양측 모두 서로의 불법행위로 인해 안전사고가 일어나고 불필요한 비용이 증가했다고 주장한다.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은 19일 서울경기북부건설지부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압수수색을 비판했다. 사진=민주노총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은 19일 서울경기북부건설지부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압수수색을 비판했다. 사진=민주노총

노조측은 정부의 압수수색과 단속활동이 전형적인 '노조 때리기'라고 주장한다.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은 압수수색을 당한 지난달 19일 서울경기북부건설지부 사무실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사측을 비판했다. 채용요구에 대해선 노조가 일용직노동자의 근로환경을 개선하는 대리자로 활동했던 것이고 월례비 등은 사측이 무리한 일정을 맞추기 위해 별도로 비용을 지급한 것이란 입장이다.

장옥기 민주노총 건설노조 위원장은 "정부는 건설자본이 저질러 온 불법행위와 이에 따른 안전사고는 제대로 수사하지 않고 대부분이 일용직 노동자인 노조원들이 노동조합을 통해서 고용을 보장받는 것을 불법으로 몰고 있다"고 했다.

건설단체총연합회는 6일 경기 화성 푸르미르 호텔 대회의장에서 노조규탄 성명을 발표했다. 사진=장귀용 기자건설단체총연합회는 6일 경기 화성 푸르미르 호텔 대회의장에서 노조규탄 성명을 발표했다. 사진=장귀용 기자

반면 사측은 노조의 부당한 금품요구가 극에 달했다는 입장이다. 16개 건설협회로 구성된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건단연)는 6일 노조 규탄 성명을 내고 노조의 불법행위에 대해 법적인 대응도 불사하겠단 뜻을 밝혔다. 앞으론 노조 뿐 아니라 조합원 개인에 대한 소송까지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상수 건단연 회장은 "노조에서 자신들의 조합원을 채용하도록 강요하고 이를 들어주지 않으면 중장비로 현장 입구를 막고 고성방가를 하거나 크고 작은 꼬투리를 잡아서 신고하는 등 공사를 방해하는 행위를 일삼아 왔다"면서 "그나마 예전엔 현장에 민주노총이나 한국노총 둘 중 하나만 들어와서 한 곳에만 월례비를 지급했다. 그런데 지금은 두 곳이 모두 한 현장에 들어와서 각자 월례비를 요구하는데다 중소 노조까지 판을 치는 상황"이라고 했다.

◇규정 어길 수밖에 없는 산업구조···돈거래로 쉬쉬한 '노사'=업계에선 건설 노사의 갈등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건설업의 특수성을 먼저 알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건설업계관계자는 "건설현장에선 날씨나 민원 때문에 작업이 미뤄지기도 하기 때문에 현장사정에 따라 법적근로시간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아무 현장이나 가서 트집을 잡으려면 수백에서 수천가지가 나올 것"이라고 했다.

이런 점 때문에 전문가들은 상호간 비난이나 책임공방보다는 규정 위반 사례를 돈거래로 입막음 해온 잘못된 관행을 비롯한 산업구조 자체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변수가 많은 건설업의 특성을 고려해 넉넉한 예산과 공사일정을 확보하도록 법적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

갈수록 전문기술인력이 줄어들고 장비가 노후화되는 것도 '갑' 노조의 탄생과 노사 갈등을 키웠다. 건설근로자공제회에 따르면 지난해 건설현장 인력 수요는 약 175만4000명이었지만 공급인력은 약 154만명에 그쳤다. 타워크레인 등 건설 중장비는 20년 이상 된 노후 장비의 비중이 20%에 달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업이 속칭 '노가다'라는 인식이 만연하면서 젊은 층이 유입되지 않고 있다. 중장비의 경우 노후가 심한 장비가 많지만 그나마도 없어서 대기를 해야 하는 실정"이라면서 "이처럼 건설업계가 인력과 장비 수급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자연스럽게 장비와 인력을 거느린 거대 노조의 힘이 강해지게 된 것"이라고 했다.

가장 낮은 비용을 제시한 업체에게 일감을 주는 최저가입찰제가 작업환경을 악화시킨다는 지적도 있다. 최저가입찰제가 사업성을 고려하지 않고 극단적으로 싸게 입찰하는 '덤핑수주'로 이어져서 손해를 줄이기 위해 무리한 공사를 하게 된다는 것.

대형건설사 현장소장 출신의 한 관계자는 "업계엔 비용이나 공사기간을 극단적으로 줄이는 수주관행이 만연해 있다"면서 "이런 현장에서 손해를 보지 않으려면 법적으로 금지된 주말작업이나 동시작업을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면서 "규정을 어겨서 작업을 하다 보니 불필요한 비용을 지불하게 되고 안전사고 위험도 커지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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