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율 12.13%→3.74%로 줄여···전문 경영인 체제 도입직원 사망에 무너진 '올드보이'···최수연號 네이버 출범글로벌 섭렵 위해 자회사 효율 극대화···경영 성과에 관심
지분율 줄여온 이해진 GIO···자녀 경영 세습 원천 차단
이해진 GIO는 창업 초창기부터 '총수 없는 기업' 형태를 추구해왔다. 오너의 입김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기업 환경보다는 느리더라도 다양한 의견이 오고 갈 수 있는 조직환경에서 최적의 의사결정이 나올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 GIO는 투자유치 및 합병, 주식교환 등을 거치며 자신의 지분을 희석하는 방식으로 세습 꼬리 떼기에 나섰다. 1999년 12.13% 수준이었던 이 GIO의 지분율은 2003년 7.76%로 줄었고, 이후에도 매년 꾸준히 지분율을 줄여나가 지난해 기준 3.74%를 보유하고 있다. 이 GIO는 최대주주 국민연금공단(8.03%), 블랙록(5.05%)에 이어 3대 주주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자신의 지분을 희석해온 결과, 이 GIO는 경영 세습에 관한 문제로부터 자유로워졌다. 50%에 이르는 증여·상속세와 현재 최대주주가 아닌 점 등을 고려하면 사실상 승계가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2017년 이사회 의장, 2018년 사내이사직을 내려놓으면서 세습과 관련한 사안은 모두 차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GIO가 경영에서 물러난 이후, 네이버는 의사결정 체계는 전문 경영인 중심으로 바뀌었다. 2018년 회사 초창기부터 성장을 이끌어 온 멤버 중심의 최고경험책임자(CXO) 체제가 도입됐다.
한성숙 전 CEO, 최인혁 전 COO(최고운영책임자), 박상진 전 CFO(최고재무책임자), 채선주 CCO(최고소통책임자)를 중심으로 이뤄진 이 체제는 C레벨의 막강한 권력 하에 대부분의 의사결정을 단행했다.
CXO 체제의 네이버는 사내 독립기업(CIC)었던 네이버파이낸셜 등을 분사시키고, 최대 실적을 쓰는 성과를 이뤘지만 그리 오래 유지되진 못했다.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서 조직쇄신 목소리가 일었기 때문이다. 결국 지난해 3월 최수연 대표와 김남선 CFO를 사령탑에 앉히며 새 리더십 시대를 열었다.
직장 내 괴롭힘에 연루된 최인혁 COO는 네이버파이낸셜 대표직과 COO직을 모두 내려놓고 네이버에서 떠났으며, 한성숙 대표는 하위 부서인 유럽사업개발 대표를 맡게 됐다. 박상진 CFO는 재무분야 경험과 역량을 인정받아 네이버파이낸셜의 사령탑을 맡게 됐으며, 채선주 CCO는 사내이사직을 유지하며 대외·ESG 정책 대표직을 맡기로 했다.
新리더십 체제의 네이버···자회사 효율 극대화에 집중
네이버는 포털, 커머스 등 그룹 모태가 된 핵심 사업은 직접 운영하고, 전문성과 집중력을 요하는 사업군은 분사시켜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본사 사업을 지휘하는 최수연 대표는 서치플랫폼, 커머스 사업을 내수에서 '글로벌' 시장으로 넓힘으로써 자신의 능력을 입증해야 하는 과제를 지니게 됐다.
이를 위해 최 대표가 낙점한 것은 커머스 사업이다. 미국 특수목적법인 Proton Parent를 설립하고 미국 C2C (개인 간 거래) 패션 플랫폼 '포쉬마크'를 인수했다. 총 인수 가격은 약 1조5000억원이다. 포쉬마크 가용 현금에 대한 대가 등을 포함해 네이버가 투입한 비용은 약 13억1000만 달러(약 1조6700억원)다.
최 CEO가 포쉬마크 인수에 나선 것은 C2C 시장이 차세대 커머스 시장의 격전지가 될 것이라 내다봤기 때문이다. 사용자 간 다양하고 희소한 제품을 생산하고 거래하는 특성을 지닌 C2C 시장이 향후 온라인 패션 소매 시장의 성장을 이끌 것이라고 본 것이다.
네이버의 저돌적인 움직임에 사업 자회사들도 역량 강화를 위해 팔을 걷어 올렸다. 현재 네이버의 핵심 자회사는 네이버클라우드(지분율 100%), 웹툰엔터테인먼트(67.52%), 네이버파이낸셜(89.2%), 스노우(82.96%) 등이 꼽힌다. 이들 자회사들은 최근 리더십을 교체하거나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는 등 움직임에 나섰다.
네이버클라우드는 지난해 12월 기존 김유원·박원기 공동대표 체제에서 김유원 단독대표 체제로 탈바꿈했다. 김 대표는 NHN, 네이버 등에서 데이터 관련 사업을 총괄해온 데이터 전문가다.
김 대표가 이끄는 네이버클라우드는 올해 흡수하는 네이버웍스, 클로바CIC, 파파고, 웨일의 시너지를 통해 글로벌 기술법인으로서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공동대표 자리에서 내려온 박 대표는 APAC(아시아태평양) 사업개발 대표직을 맡아 글로벌 사업 확장에 주력할 예정이다.
지난해 박상진 대표 체제로 바뀐 네이버파이낸셜은 스마트스토어 및 대형 가맹점 추가로 외부 결제액을 올리며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1조3279억원, 영업이익 961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7.2%에 달한다.
올해는 네이버로부터 증권·부동산 서비스 등 경제 관련 서비스 사업을 양도받아 더욱 사업 역량을 강화할 방침이다. 소비자가 여러 회사에 분산된 자신의 금융 정보를 제공받아 통합 조회할 수 있는 '마이데이터'를 기반으로 쇼핑, 부동산, 증권 등 네이버 생태계의 다양한 서비스를 연결할 방침이다.
미국, 일본 등 글로벌 웹툰 시장에서 성과를 보이고 있는 '웹툰엔터테인먼트'는 미국 증시 상장을 준비 중이다. 웹툰엔터테인먼트는 국내에서 웹툰 서비스 중인 네이버웹툰(100%)과 일본에서 웹툰 서비스를 개발·운영하는 라인 디지털 프론티어(100%)를 보유하고 있다. 구체적인 상장 시점은 밝히지 않았으나, 매출 성장세를 유지하면서 상장 시점까지 손익분기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업계에선 네이버의 새 리더십 체제는 '총수 없는 기업'으로서의 가능성과 한계를 보여주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그간 네이버는 올드 세대를 중심으로 큰 성장을 이뤄온 만큼, 새 리더십 체제가 어떤 성과를 보여줄지는 업계 최대 관심사다"라며 "최근 이뤄진 포쉬마크 인수를 두곤 평이 갈리는 상황인데, 아직 결과에 대해선 속단하긴 이른 단계다. 다수의 자회사와 효율화에 집중하고 있는 만큼 '팀네이버'가 어떤 성과를 보여줄 지 우선은 지켜볼 때"라고 설명했다.
뉴스웨이 배태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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