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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건설업계, 중동 진출 러시···관건은 분쟁 관리

부동산 건설사

건설업계, 중동 진출 러시···관건은 분쟁 관리

등록 2023.02.26 11:00

장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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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중동 건설시장 성장률 14.4% 전망···글로벌시장서 비교불가 1위 일처리 방식 다르고 일정차질도 다반사···"분쟁 예방‧대응 프로세스 필요해"정부, KIND 등 기관 통해 해외투자 지원 확대 방침···GCC와는 FTA 추진

사우디아라비아가 추진 중인 미래형신도시 '네옴시티' 프로젝트의 '더라인' 조감도. 사진=네옴사우디아라비아가 추진 중인 미래형신도시 '네옴시티' 프로젝트의 '더라인' 조감도. 사진=네옴

국내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서 건설업계의 시선이 '오일머니'를 내세운 중동지역으로 향하고 있다. 정부도 국내외 기관을 통해 해외진출을 적극 돕겠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중동지역이 고질적인 공사비 지급지연 문제를 비롯한 분쟁이 잦았다는 점에서 철저한 예방과 사후 대응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업계에 따르면 건설업계는 최근 중동 건설 시장 진출을 모색 중이다. 국내 건설 시장이 고금리와 원자재‧인건비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는데 반해 중동시장은 고유가에 힘입어 대규모 프로젝트를 연이어 발주하고 있어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올해 중동지역 건설시장 성장률을 14.4%로 전망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치다. 다른 지역은 아프리카(8.2%) 중남미(7.4%) 아시아(4.5%) 북미‧태평양(2.6%)로 중동보다 낮다.

원희룡 국토부(왼쪽)과 살레 빈 나세르 알 자세르 사우디 교통물류부 장관은 지난해 11월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크라운플라자 RDC호텔에서 열린 원팀코리아 로드쇼에 참석했다. 사진=사우디아라비아 공동취재단원희룡 국토부(왼쪽)과 살레 빈 나세르 알 자세르 사우디 교통물류부 장관은 지난해 11월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크라운플라자 RDC호텔에서 열린 원팀코리아 로드쇼에 참석했다. 사진=사우디아라비아 공동취재단

이미 가시적인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지난해 6월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 철도터널 공사를 수주했다. 정확한 공사비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업계에선 현대건설이 매출액(약 18조)의 2.5% 이상이라고 공시한 것을 미뤄 각사의 지분을 합쳐 1조원이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물산은 올해 초 사우디 국부펀드(PIF)와 모듈러 제작시설을 짓는 내용으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정부도 각종 지원정책으로 힘을 실을 전망이다. 지난해 11월 발족한 '원팀코리아'를 통해 해외수주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원팀코리아는 국토부, 공공기관, 대형 건설사, 주요 IT기업 등 22개 기업이 참여하는 해외건설 수주지원단이다. 정상회담이나 장관급 회담 등 순방외교도 적극 추진한단 입장이다.

2013년부터 열고 있는 글로벌 인프라 협력 콘퍼런스(GICC)에서도 지속적으로 해외투자의 물꼬를 트고 있다. GICC는 국내에 해외 주요 장·차관 등 고위급 인사 등을 초청해 국내 기업과 인적교류를 진행하고 신규 프로젝트 정보도 교환하는 행사다.

자료=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자료=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GCC(걸프협력회의)와 FTA(자유무역협정)도 추진하고 있다. GCC는 사우디아라비아를 필두로 ▲UAE ▲카타르 ▲쿠웨이트 ▲바레인 ▲오만 등 중동 산유국이 회원국으로 참여하고 있다. 우리나라와는 2009년 3차 협상 이후 논의가 중단됐다가 지난해 3월 협상이 재개됐다.

자금지원도 아끼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2020년 조성한 1조5000억원 규모의 펀드도 해외 인프라 개발 투자에 쓰일 예정이다.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를 통해서는 PPP사업(민관협력투자개발사업)을 통해 세금 감면과 함께 자금을 지원한다. 안진애 국토부 해외건설정책과장은 "중동 현지에 국내기업을 지원하는 부서를 만들어서 지원할 계획"이라고 했다.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의 민관협력투자개발사업 구조도. 자료=KIND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의 민관협력투자개발사업 구조도. 자료=KIND

다만 전문가들은 중동에서 이익을 거두기 위해선 분쟁에 대비한 예방책과 사후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국내기업이 중동지역에서 소송 등 분쟁으로 인해 공사비 지급이 지연되거나 오히려 손해를 보는 일이 잦았기 때문이다.

특히 추가 공사를 해야 하거나 설계변경 등 공사기간이나 공사비에 영향을 주는 문제를 처리할 때 국내보다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설계변경 등을 이유로 공사비나 공사기간이 달라지면 우선 현장에서 일을 처리하고 나중에 법적‧행정적 절차를 처리하는 관행이 있다. 하지만 해외에선 이렇게 일처리를 하면 추후에 추가 공사비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윤영원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중동 등 해외에선 28일 내에 변경되는 부분에 대한 상세내역을 첨부해 계약 상대방에게 고지를 해줘야 한다"면서 "근거자료가 부족하거나 국제 중재기관에서는 거의 효력이 없는 증언만 있어서는 패소하기 쉽다. 문제가 표면으로 드러나기 전에 '예방'과 '준비'가 필요한 이유"라고 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분쟁을 대비하기 위한 데이터 관리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각종 자료가 전자화되면서 양이 방대해진 만큼 적절한 근거자료를 정리, 추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이재성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파트너는 "건설업계는 해외 분쟁에서 느끼는 가장 큰 어려움으로 '방대한 자료의 양'(43%)을 꼽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최근에는 관련 의뢰가 들어오면 필요한 주제와 시기에 해당하는 자료를 뽑아내서 관리하는 '디지털 포렌식' 기법을 대응책으로 제시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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