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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쿠팡 김범석 의장의 '9회말'을 기대하며···

오피니언 데스크 칼럼 신지훈의 유통피아

쿠팡 김범석 의장의 '9회말'을 기대하며···

등록 2023.03.06 07:40

수정 2023.03.06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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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orter
"지금의 쿠팡을 이끈 건 김범석 의장의 '집착'이다."

쿠팡 현직에서 쿠팡 창업자이자 쿠팡Inc 김범석 의장을 바라본 한 직원의 평가다.

그를 겪어본 직원들은 "그의 기대치를 채워줄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김 의장의 야망과 열정에 대한 집착에 모두가 혀를 내두를 정도라는 것이다. 그럴 것이 미국에 주로 머무는 김 의장이 낮과 밤도 구분없이 일에 매진한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의 끊임없는 고민의 결과물이 지금 쿠팡이 하는 모든 사업이다.

김 의장의 업무에 몰입하는 능력도 상상을 초월한다고 한다. 철저한 계획에 따라 움직이며, 꽂히는 건 반드시 해내고야 마는 성격이란다. 고루한 말마따나 '안되면 되게 한다'는 식이다. 그 과정에서 틀어지는 것도 쉽게 받아드리지 못해 내부에선 그가 불같은 성격을 지닌 것으로 유명하다. 그의 측근에서 일을 하는 직원들은 적잖은 오해를 하기도 한다지만 그런 그의 성격이 지금의 쿠팡을 이끌었다는 데에도 딱히 부정하진 않는다.

모두가 쿠팡식 비즈니스가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입을 모을 때에도 그는 직원들에게 '사람들의 입에서 쿠팡이 없었더라면 어떻게 살았을까'라는 말을 듣도록 하겠다고 했는데, 집착에 가까운 그의 열정이 결국 진짜 그런 세상을 만들었다.

결과는 숫자로 나타났다. 최근 쿠팡의 국내 물류센터는 전 국민이 거주하는 지역의 80% 수준까지 배송이 가능하다.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쿠팡의 활성고객(제품을 한 번이라도 산 고객) 수는 1811만5000명이며, 1인 평균 고객 매출은 40만원(294달러)을 기록했다. 또 와우 멤버십 유료 회원 수는 1100만명으로 처음으로 1000만명을 넘어섰다.

실적은 더 드라마틱하다. 김 의장의 '계획된 적자' 전략은 이제 '계획된 흑자'였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지난해 매출은 26조5917억원(205억8261만 달러·연 환율 1291.95원)으로, 전년(21조646억원) 대비 26%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적자 규모는 1447억원(1억1201만달러)으로 전년(1조7097억원)대비 무려 92% 감소했다. 분기로는 3분기 로켓배송 시작 후 8년 만에 첫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4분기까지 2개 분기 연속 흑자를 내기 시작했다.

김 의장을 바라보는 업계의 시선도 변하기 시작했다. 그의 전략을 폄훼하기 바빴던 오프라인 유통 대기업들이 빠른 배송에 사활을 걸기 시작했고, 온라인 커머스 강화를 위해 수조원을 쏟아붓기 시작했다. 급기야 일각에선 쿠팡의 신화는 지금이 시작이라는 평까지 나온다.

그 사이 김 의장은 새로운 야망을 꺼내보였다. '테크기업'이라던 수식어를 떼어내고 '유통기업'으로 거듭나겠단 포부를 내비쳤다. 그는 지난 2일 실적발표 후 컨퍼런스 콜을 통해 "쿠팡의 유통시장 점유율은 아직 한자리 수에 불과하다"며 앞으로 더욱 성장 잠재력이 높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마트와 롯데가 이끄는 오프라인 중심의 국내 유통시장에서 주도권을 가져오겠다는 목표다.

김 의장은 쿠팡 초기 직원들에게 "우리의 도전은 야구로 치면 이제 겨우 1회 초에 불과하다. 야구는 9이닝까지 가봐야 한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현재의 쿠팡이 몇이닝을 소화 중인지는 김 의장 본인만이 알 길이다. 다만 그가 계획한 흐름대로 흘러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김 의장이 그린 경기의 끝이, 그의 집착이 어떠한 결말을 만들지 더욱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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