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 경영권 품는 카카오···지분 39.9% 확보에 1조4000억원일부 주주 "현대백화점 시총보다 비싼 게 말이나 돼?" 반발무모하다던 로엔 인수 땐 1조8700억원···"아깝지 않잖아"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과거 이사회조차 '무모한 결단'으로 평가하던 '로엔엔터테인먼트' 인수 사례를 언급하며, 현재의 가치만으로 판단하면 안 된다고 조언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하이브는 전날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인수 절차를 중단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이로써 SM 경영권은 카카오의 손에 들어가게 될 전망이다.
하이브가 이런 결단을 내린 건 지나친 '출혈'이 우려돼서다. 앞서 하이브는 지난달 10일 SM 주식 25.0%(약 595만주)를 주당 12만원에 사들이는 공개매수에 나섰다. 그러나 SM 주가는 금세 12만원을 넘기며, 실패로 돌아갔다. 카카오도 지난 7일 SM 주식 35%(약 833만주)를 주당 15만원에 매입하는 대항 공개매수에 돌입했는데, 하루 만에 주가가 공개매수가를 상회했다.
올해 초 이 회사 주가가 7만원대에 머물던 것을 고려하면, 두 회사의 경영권 쟁탈전이 비정상적인 주가 상승을 야기한 것이다.
하이브가 또다시 대항 공개매수를 하려면 15만원이 넘는 공개매수가를 제시해야 하는데, 이 경우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고 봤다. 하이브는 "우리 회사는 SM 경영권 인수 절차를 중단하기로 최종 결정했다"면서 "보다 합리적인 제3의 답을 찾는 게 현명한 기업운영이라 판단했다"고 했다.
대신 사업적인 측면의 실익은 챙겼다. 하이브는 "카카오와 합의에 도달해 현재 양사의 플랫폼 운영에 대한 협업안이 나온 상황"이라고 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카카오의 공개매수가 끝나는 시점인 오는 26일께 공개될 전망이다.
이런 소식이 알려지자, 카카오 주주들이 반발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SM 경영권에 너무 큰 돈을 쓰는 게 아니냐는 얘기다. 카카오는 SM 주식 39.9%를 확보해 안정적으로 경영권을 가져오려는 구상인데, 여기에 들어가는 금액만 1조4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산 4.9%(약 117만주·1443억원)와 공개매수로 취득할 35%(1조2500원가량)가 더해진 수치다.
실제 카카오 종목토론방을 보면 '카카오가 승자의 저주에 빠질 것'이란 글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한 주주는 "하이브와 진작에 협의했으면, 공개매수가격을 이렇게까지 올리지 않아도 됐을 것"이라고 꼬집었고, 또 다른 주주는 "엔터주를 현대백화점 그룹 시가총액보다 더 주고 산다는 게 말이나 되느냐"고 비판했다. 이날 기준 현대백화점 시가총액은 1조2497억원이다.
다만 업계 전문가들은 현재가 아닌 미래의 가치로 판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 2016년 SK텔레콤에서 카카오로 편입된 멜론 운영사 '로엔엔터테인먼트'다. 당시 카카오는 1조8700억원이라는 통 큰 베팅을 통해 이 회사를 품었다. 이사회 멤버들조차 '무모한 M&A'라고 비판했다는 후문이다.
결과론적으로 이 회사는 카카오가 콘텐츠·엔터테인먼트 사업에 성공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발판이 됐다. 특히 멜론은 음원 유통 점유율 35%로 업계 1위를 유지하며, 회사의 '캐시카우'(수익창출원) 역할을 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막강한 K팝 영향력(IP)을 가진 SM은 카카오의 IT 역량과 더해져 시너지가 날 수 있다"며 "특히 카카오 입장에선 난제로 꼽히던 글로벌 진출에 한발 더 나아갔다는 데서 큰 의미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애널리스트도 이날 'K팝, 드라마, 웹툰 모두 가진 자'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카카오는 SM 경영권 인수에 성공함으로써 카카오엔터 기업가치를 격상시킬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향후 SM과의 합병을 통한 우회상장 등 카카오엔터 IPO와 관련해 선택지를 넓힌 점도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뉴스웨이 임재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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