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정 대응' 예고한 임종룡···우리은행 '대장동 의혹' 정면돌파

검사실·법무실 투입해 '은행 내부조사' 착수

임종룡 "문제 치유해야···관련자 엄중 처벌"

(왼쪽)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우리은행 종로4가 금융센터에서 열린 '전통시장 소상공인의 금융사기 예방을 위한 중기부 업무협약 체결 및 장금이 1호 결연식'에서 현판식을 마치고 악수하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e-mail]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대장동 의혹'에 대해 철저한 진상 규명을 지시했다. 하나은행에 이어 우리은행까지 검찰과 감독당국의 수사선상에 오르면서다. 취임 초부터 무거운 숙제를 떠안은 임 회장이 사안을 조기에 풀어내고 그룹 내부의 분위기를 바로잡을지 관심이 쏠린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그룹 차원에서 우리은행에 대한 내부 조사에 착수했다. 검사실과 법무실 전문요원을 투입해 관련 업무가 적정한 절차에 따라 처리됐는지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이는 우리은행이 '대장동 의혹'에 휩싸인 데 따른 행보다. 박영수 전 특별검사는 2014년 우리은행 이사회 의장 시절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 등이 대장동 개발사업 공모를 준비할 당시 우리은행의 컨소시엄 참여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청탁 대가로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이에 검찰은 지난달 30일 우리은행 본점을 압수수색했고, 금융감독원도 3일부터 현장점검을 이어가고 있다. 금감원은 약 일주일간 점검을 거쳐 사실 관계를 파악하고 문제가 확인되면 검사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대장동 컨소시엄 참여를 추진한 것에 대한 의사결정 중 문제가 없었는지, 부당한 대출이 이뤄졌는지 등을 들여다볼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외적인 압력으로 대규모 대출에 대한 의사결정이 왜곡된 게 아니냐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면서 "의사결정에 관여한 자가 누구인지, 지금도 그 기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이 있는지를 점검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 같은 국면은 이제 막 경영행보에 돌입한 임 회장의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감독당국의 검사로 확대되지 않도록 조율하는 게 급선무라는 진단이 나온다. 검사 전환 시 구성원이 동요하는 것은 물론, 대응에 신경을 쏟아야 하는 만큼 신사업 확보와 조직 혁신 등 우리금융의 목표 달성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어서다.

따라서 임 회장으로서는 자체 조사로 문제를 발견할 경우 금감원이 수긍할 만한 수준의 징계 조치와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놔야할 것으로 보인다.

임 회장은 이날 우리은행 종로4가 금융센터에서 열린 중소벤처기업부와 금감원의 전통시장 상인 금융 환경 개선 협약식 직후 "사실관계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고, 면밀히 들여다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문제가 있으면 당연히 치유하고, 관련자 또한 엄정히 처벌해야 한다"며 강경 대응을 예고하기도 했다.

다만 업계는 이번 사태가 우리금융에 부담을 안길 정도로 커지진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표면적으로 우리은행이 대장동 사업에 관여하진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우리은행은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됐으나 도시개발사업 자본금 출자 관련 내부 규정으로 인해 최종적으로는 컨소시엄에 합류하지 못했다. 검찰 압수수색이 이뤄진 불과 일주일 만에 금감원까지 움직인 것에서도 이러한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압수수색 과정에서 특별한 내용을 찾지 못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흘러나온다.

금감원 측은 향후 조치에 대해서는 우리금융과 협의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복현 원장은 "검사에 착수한 만큼 언급하기 조심스럽지만 신용 공여 관련 의혹으로 인해 문제점이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우리금과 협의해 좋은 방향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