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업계 매출 곤두박질···1·2위 자리 모두 내줘스위스 듀프리, '공항 면세점' 매출 발생 비중 ↑글로벌 경쟁력 강화 위해 '한국 정부 지원' 절실
업계는 듀프리가 국내보다 다소 회복세가 빠른 유럽 등에서 면세사업을 운영하고 있고, 매출 대부분이 공항면세점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점 등이 이번 순위변동에 주된 원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와 반대로 국내 면세업계는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공항면세점 비중이 현저히 낮다. 듀프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규제 완화로 부진했던 실적을 단기간에 반등시키는 동안 국내 면세업계의 회복은 더딜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5일 영국 면세전문지 무디 데이빗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면세점 순위는 듀프리가 9조3890억원의 매출을 거두며 롯데를 제치고 2위에 올랐다. 2020년부터 국내 면세업계를 밀어내고 '세계 1위' 타이틀을 거머쥐고 있는 CDFG의 매출은 10조원대를 기록했다.
중국과 스위스가 치고 올라올 동안 국내 면세점 매출은 부진했다. 특히 국내 면세산업은 2016∼2017년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인 '사드' 사태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코로나19가 발생하며 직격탄을 맞았다. 국경이 닫히며 국내 면세점들이 의존해오던 중국 따이공(보따리상)들의 이동이 사라진 탓이다.
실제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관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면세점별 매출액 현황'을 살펴보면 롯데는 2019년 9조3539억원에서 지난해 5조3469억원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신라는 6조5873억원에서 4조3505억원으로, 신세계는 4조4783억원에서 3조6668억원으로 감소했다.
국내 면세업계의 실적이 악화일로를 걷는 동안 정부의 강력한 지원에 힘입어 위기를 기회로 만든 곳도 있다. 바로 CDFG다. 하이난 지역 면세특구 지정, 내국인 대상 면세 쇼핑 한도 상향 등 중국 정부의 지원을 통해 CDFG는 막강한 경쟁자로 급부상했다. 현재 CDFG의 매출은 국내 1위인 롯데와 비교하면 2배가량 차이난다.
이 때문에 면세업계는 국내 면세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라도 정부의 정책 지원이 꼭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 지원을 통해 충분히 글로벌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산업이라는 점이 중국을 통해 증명됐기 때문이다. 이중에서도 면세 한도 상향과 특허수수료 책정 방식, 과도한 송객수수료 등의 우선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면세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면세사업자들이 어느 국가보다도 시내면세점과 온라인면세점 인프라 구축이 잘 돼있지만 막상 내국인이 구매 혜택을 볼 수 있는 건 화장품과 식품, 주류정도에 그친다"며 "명품 등 가격이 어느 정도 나가는 상품을 구매하려면 한도가 좀 더 높아져야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매출에 연동해서 납부하는 특허수수료도 경쟁력 악화의 주된 요인 가운데 하나"라며 "영업이익이 나지 않고 있는 상황인데, 사업자당 연간 몇 백억 원의 특허수수료를 납부하고 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또 다른 면세업계 관계자는 "과도한 송객 수수료와 같이 구조적인 문제 해결이 급선무"라며 "송객 수수료와 관련된 업계 내부의 자정화 된 노력도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글로벌 면세점 순위가 뒤바뀐 가운데 국내 면세업계는 올해 위상을 되찾기 위한 고군분투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면세 '큰 손'으로 불리는 중국인 관광객이 단체로 한국을 찾기 시작한다면 한국 면세점 쇼핑에 대한 수요 증가로 반등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평가다.
일각에선 국내 면세업체들의 브랜드 유치 경쟁력 하락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업계는 올해 하반기부터 항공 노선 정상화로 관광객 증가와 매출 회복세가 전망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을 것이란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규모 시내면세점 시스템이 한국 면세사업자가 갖는 경쟁력"이라며 "빅브랜드를 모두 보유하고 있는 만큼 다시 돌아올 단체 관광객들을 유치하는 데 힘쓴다면 코로나 이전의 위상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스웨이 윤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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