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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바이오 물류에 진심인 쿠팡, 함양 물류센터 왜 접나

유통·바이오 채널

물류에 진심인 쿠팡, 함양 물류센터 왜 접나

등록 2023.04.18 14:27

신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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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대구 풀필먼트센터. 사진=김민지 기자 kmj@newsway.co.kr쿠팡 대구 풀필먼트센터. 사진=김민지 기자 kmj@newsway.co.kr

경상남도 함양군에 추진됐던 쿠팡 물류센터 건립이 없던 일이 됐다.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린다. 함양군은 쿠팡이 일방적으로 사업 철회를 통보해왔다고 주장한다. 쿠팡은 함양군이 당초 약속했던 합의사항을 이행하지 않으며 상호 신뢰가 깨졌다는 설명이다.

업계에선 실제 함양군의 토지매매 계약 등 인허가 절차가 3년 가까이 지연됐고, 보조금 지원 정책 무산으로 쿠팡이 건립을 불가피하게 철회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전국 지자체와 협업으로 30개 지역에서 100개 이상의 물류 인프라를 구축한 쿠팡이 지자체와의 약속 불이행과 소극 행정으로 투자를 백지화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지난 2019년 4월 함양군과 업무협약을 맺고 720억원을 들여 함양군 신관리 3번지 일대에 연면적 7만5710㎡ 규모의 물류센터를 짓기로 했다.

완공 목표는 2023년이었다. 300명 이상의 신규 채용 및 영호남과 수도권 등을 잇는 물류 허브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지역경제 활성화 측면에서 파급 효과가 클 것으로 예측돼 지역 주민의 기대도 컸다.

하지만 사업은 수포로 돌아갈 처지에 놓였다.

쿠팡은 물류센터 건립 추진 중단의 원인은 "함양군의 소극 행정과 약속 불이행 때문"이라고 밝혔다. 토지매매 소유권 이전 문제가 해소되지 않으며 건립에 차질을 빚었다는 설명이다.

실제 앞서 쿠팡은 함양군과 체결한 업무협약을 한 차례 해지한 바 있다. 당시 함양군이 쿠팡에 제공하려던 토지 중 일부가 물류센터 건립이 불가능한 토지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통상 기업이 각 지역에 시설물을 짓기 위해선 토지를 직접 매입하지 않고 지자체가 토지소유권을 확보한 뒤 기업에 파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부동산 업계 한 관계자는 "함양군에서 처음부터 소유권을 100% 가지고 있어야 업무협약을 체결한 기업에게 즉시 토지를 매매해 공장이든 물류센터를 지을 수 있다"며 "문제는 (함양군이) 쿠팡과 업무협약을 체결했지, 실제 부지를 확실하게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함양군은 이후 사업부지에 대한 환매권을 해소했다고 쿠팡에 전했고, 이후 양측은 2020년 11월 재투자 협약을 다시 체결했다. 문제는 함양군이 추가 매입했다고 한 토지에서 또 소유권 문제가 일어난 것이다.

이후 이를 해결하기 위해 또 6개월 가량의 시간이 소요됐고, 지난해 4월에야 양측은 46억원 규모의 토지매매 계약을 체결했다고 알렸다. 그러며 쿠팡은 토지계약 시점 1년 내 건축계획 신고를 해야한다는 내용을 계약서에 삽입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쿠팡은 이날까지 건축계획을 신고해야하지만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토지 문제와 더불어 당초 함양군이 업무협약 체결 당시 지원하기로 했던 보조금 마저 지난 1월 지원할 수 없다고 공식적으로 전했기 때문이다.

쿠팡측은 "함양군이 제공하려던 토지 중 일부가 물류센터 건립이 불가능한 토지로 확인되며 토지 매매가 상당기간 지연됐고, 결국 사업추진 일정도 3년 지연된 것"이라며 "이에 물류센터 건립을 더 이상 추진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올해 2월부터 수차례에 걸쳐 함양군에 충분히 알렸다"고 설명했다.

반면 함양군은 홈페이지를 통해 물류센터 건립 무산 소식을 알리며 "쿠팡으로부터 일방적인 해지 통보를 받았다"며 쿠팡에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군은 그동안 지구단위 계획을 수립하고, 전략환경영향 평가 등 신속한 인허가 처리를 위해 기관과 협의해왔다고 설명했다. 투자협약서에 따른 모든 사항을 성실하게 이행했다는 주장이다.

함양군 측은 "이러한 노력과 협의에도 불구하고 쿠팡이 사업철회를 통보했다"며 "물류센터 조기착공을 기다려온 군으로서는 당혹스럽다"고 전했다.

양측의 계약은 이날로 종료된다. 군은 쿠팡에 공식적으로 사업을 해지하겠다는 공문을 보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 또한 상위 지자체인 경상남도와 끝까지 이야기해보겠단 입장이다.

이렇다 보니 함양군이 물류센터 유치를 위해 여러 노력을 기울였으나 기업 투자에 필요한 본질적인 지원책이 미비했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빠른 착공과 준공을 위한 발 빠른 행정, 적극적인 지원금 제도의 활용, 무엇보다 합의사항에 대한 이행이 수반되지 못했다는 점 탓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조선업 불황 등으로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된 경남 창원부터 대구, 광주, 대전, 제주도 등에서 이커머스 업체들이 원활하게 물류센터를 운영할 수 있었던 배경은 지자체의 적극 행정에 있을 것"이라며 "함양군의 안일함이 이번 결과를 초래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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