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린푸드, '건강식'에서 '건기식'으로 B2C 외연확장 6조원 규모 건기식 시장···"홍삼 시작으로 제품군 확대"국내시장 점유율 '정관장' 70%···차별화·해외판로 관건
24일 특허청 따르면 현대그린푸드는 지난달 30일 '현대홍삼', '현대홍삼 더 데일리' 등 홍삼 관련 상표 10건을 출원했다. 홍삼 진액을 비롯해 홍삼 음료, 홍삼 젤리 등 홍삼 제품 전반을 아우르는 상표다.
현대그린푸드 측은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사업을 검토하고 있다"며 향후 홍삼 사업 진출 가능성을 시사했다.
현대그린푸드가 홍삼 사업에 뛰어들려는 이유는 수익 다각화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현대그린푸드의 매출 비중은 단체급식 39.6%, 식자재유통 30.4%, 일반유통 18.8%, 외식 9.7%, 제조 1.5% 순이었다. B2B(기업 간 거래) 부문인 단체급식과 식사재유통 사업이 전체의 70%를 차지하는 구조다.
현대그린푸드는 B2C(기업·소비자 간 거래) 영역을 확장해왔다. 주력인 단체급식 사업 실적이 위축돼서다. 2017년 이후 주요 거래처(현대중공업·현대자동차그룹 등) 식수가 감소했고,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늘고 등교 일수가 줄며 또 한 번 타격을 입었다. 여기에 2021년 대기업 '단체급식 일감 개방'으로 국내 사업엔 다소 제동이 걸렸다.
이에 현대그린푸드는 수익성 제고를 위해 '케어푸드' 중심으로 건강식 사업에 집중했다. 케어푸드는 노인·환자 등을 위한 기능성 식품을 말하는데, 과거 병원 급식 등을 통해 축적된 노하우가 토대가 됐다.
지난 2020년엔 케어푸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833억원을 투입, 자체 제조 공장 '스마트 푸드센터'를 본격 가동했다. 이 공장은 B2B와 B2C 제품을 동시 제조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형 시스템'이 도입된 게 특징이다. 소품종 대량생산과 다품종 소량생산이 모두 가능하다.
단체급식과 외식사업 부문에 식자재를 더 원활하게 공급하는 동시에 가정간편식(HMR)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개발·생산해 B2C까지 채널을 다각화한다는 전략이었다.
실제 현대그린푸드는 2020년 케어푸드 브랜드 '그리팅'을 론칭한 이후 건강 관련 사업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그리팅은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120% 신장했고, 자체 온라인몰인 그리팅몰 가입자 수는 20만명을 돌파했다.
올해는 '메디푸드'(환자를 위한 기능성 식단)를 출시하는 등 제품 카테고리를 넓히고, 작년 말 10%대였던 외부 채널 매출 비중을 25%까지 올려 소비자 접점을 늘린다는 구상이다.
건강식 사업은 현대그린푸드 매출에서 1% 이하 비중을 차지하며 아직 미미한 수준이지만, 성장세가 가파르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지난해 다른 사업이 0~30% 성장률을 보일 때 그리팅이 포함된 제조 사업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8.1% 증가했다.
현대그린푸드가 홍삼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다면 건강식에서 건강기능식품까지 영토를 확장해 수익성은 한층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그린푸드는 지난해 '건강기능식품유통전문판매업' 영업신고를 끝냈다. 전문제조업자가 생산한 건기식을 '현대그린푸드' 상표를 달고 유통·판매할 수 있다는 뜻이다. 현대그린푸드가 향후 건기식 사업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게 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계열사인 현대바이오랜드가 건기식 원료 사업을 하고 있다는 점도 호재다. 현대백화점그룹은 2020년 현대바이오랜드(당시 SK바이오랜드)를 인수하며 현대바이오랜드의 주력 사업 중 하나인 건기식을 통해 헬스케어 부문을 확대한다는 방침이었다.
현대바이오랜드 측이 원료 개발 역량과, 제조 시설을 보유하고 있어 현대그린푸드가 홍삼 사업에 진출한다면 시너지 도모가 가능하다. 현대백화점·현대홈쇼핑 등은 유통 채널로 활용할 수 있다.
현대바이오랜드가 지난해 미국 건기식 브랜드 '퓨리탄프라이드'를 국내 공급하며 유통 사업에 진출했을 때도 현대백화점에 매장을 오픈한 바 있다.
현대그린푸드는 홍삼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건기식 제품군 확대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상표명에 '현대'를 넣은 것은 고급스러운 이미지가 중요한 홍삼 특성상 인지도가 높은 기업명을 넣어 제품 신뢰도를 높이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건기식 시장은 코로나19 이후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건기식 시장 규모는 6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코로나19를 기점으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확산하면서, 팬데믹 이전인 2019년(4조8936억원)에 비해 24.7%나 증가했다.
특히 건기식 카테고리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제품은 홍삼으로 나타났다. 홍삼이 외국에서 웰빙 푸드로 주목받으며 수출이 늘고 있는 만큼 해외 진출까지도 노려볼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업계에선 현대그린푸드가 홍삼 사업에서 성공하기 쉽지 않다는 말이 나온다. 진입이 너무 늦었다는 지적이다. 국내 홍삼 시장은 KGC인삼공사의 '정관장'이 70%가량을 점유하고 있는 사실상 독점적인 구조다. 나머지 30%를 두고 농협홍삼 '한삼인', 동원F&B '천지인', CJ제일제당 '한뿌리' 등 여러 업체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전체적인 건기식 시장은 성장했는데 홍삼 비중이 매년 줄어들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4년 전 640억원에 불과했던 단백질보충제 판매량이 2배 넘게 성장하는 등, 다른 건기식 제품의 성장세가 뚜렷하다.
예전엔 건기식을 찾는 소비자가 무조건 홍삼을 먹었다면, 최근엔 비타민과 유산균, 오메가3, 단백질 등 다양한 건기식에 대해 소비자 이해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에 정관장은 다양한 제품 출시로 20·30세대를 공략하고, 핵심 국가인 미국과 중국에 연구개발(R&D) 센터를 세우는 등 해외 매출 비중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중국 오프라인 매장 수를 10만개까지 늘릴 계획이고, 현지 업체와 업무협약도 맺었다.
CJ웰케어도 최근 아마존을 통해 건기식 제품 판매에 나서는 등 북미 시장에 진출했다. 향후 '한뿌리'도 아마존 브랜드 스토어에 추가 입점 예정이다.
현대그린푸드는 다양한 사업장과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어 홍삼 사업에서 초기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데 큰 이점이 있다. 31개 오프라인 유통 채널과 40개 온라인 채널이 있다는 점도 긍정적 요소다.
현대그린푸드가 최근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하며 충분한 실탄을 보유한 것도 빠른 점유율 확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대그린푸드가 홍삼 사업에서 성공하기 위해선 특정 타깃을 겨냥해 국내 공급망을 강화하고, 다른 제형이나 새로운 공법의 제품을 내놓는 등 '차별화' 여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해외 판로 개척은 필수적이다. 그러나 정관장이 세계 인삼시장에서도 점유율 42%로 10년 연속 매출 1위 기록을 세우면서, 녹록지는 않은 상황이다.
국내 홍삼 시장은 국내산 '6년근' 인삼을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 인삼 재배에 소요되는 기간을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는 질문에 현대그린푸드 관계자는 "소싱을 통해 인삼 농가 네트워크를 확보할 수 있어 문제 될 것은 없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유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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