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 계열 분리 3년 만에 대기업 지정 재계서열 44위···M&A 등으로 그룹 확장매그나칩 이어 HMM도···지갑 열지 주목
'탄탄대로' 출범 3년 만에 대기업 올라선 LX
LX그룹은 지난 2021년 5월 LG상사(LX인터내셔널), LG하우시스(LX하우시스), 실리콘웍스(LX세미콘) 등 LG그룹 산하에 있던 계열사를 자회사로 편입하며 출범했다. 당시 LG는 전자·화학·통신 및 배터리, OLED, 전장 등 성장동력을 강화하고 LX는 성장 잠재력을 갖춘 사업회사들을 주력기업으로 육성해 기업가치를 극대화하기로 했다.
같은 해 구본준 회장은 장남인 구형모 전무(현 LX MDI 대표)와 ㈜LG 지분을 매각해 계열분리 요건을 충족시켰다. 공정거래법상 계열분리 요건인 동일인 관련자 지분 3% 미만을 충족시키기 위해 기존 지분 7.72%를 2.04%까지 줄인 것이다. 구광모 LG 회장도 특수관계인과 보유 중이던 LX그룹 지주사 LX홀딩스 지분(32.32%)을 구본준 회장에게 전량 매각한 바 있다.
홀로서기 이후 3년이 지난 올해 LX그룹은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였다. 지난달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대기업 기준인 '공시대상기업집단'과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신규 지정되면서다. LX그룹이 자산총액 10조원 이상의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기준을 넘기면서 공시대상(자산총액 5조원 이상)과 상호출자제한 등 두 가지로 나뉘는 대기업 집단 규정을 충족했기 때문이다.
2023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현황에 따르면 LX그룹의 재계 서열 순위는 44위로 이는 쿠팡(45위), 이랜드(46위), 한국타이어(47위) 등보다 높았다. 계열사는 LX세미콘 등 총 15개 사이며 공정자산 총액은 11조2730억원으로 집계됐다. LX그룹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25조2732억원, 1조3457억원으로 계열 분리 이전과 비교해 각각 57.7%, 234.3% 증가했다.
승부사 구본준, 매그나칩에 HMM까지?
재계에선 구본준 회장을 '승부사'로 평가한다. 대표적인 예로 LG그룹 부회장 시절인 2018년 오스트리아 자동차 전장부품 회사 ZKW 인수가 대표적이다. LG M&A 역사상 최대 규모인 11억유로(약 1조4500억원)가 투입된 거래로 M&A에 소극적이라는 평가를 받은 LG그룹의 인식을 뒤바꾼 이례적인 일이었다. LX그룹에서도 구 회장의 승부사 기질은 이어졌다.
LX인터내셔널은 작년 3월 국내 시장점유율 2위의 유리 제조 기업 한국유리공업 지분 100%를 5904억원에 인수했고 4월에는 친환경 에너지 기업 포승그린파워의 지분 63.3%를 950억원에 사들였다. 또 LX판토스는 북미 지역 물류 회사 트래픽스에 지분 투자(311억원)를, LX세미콘은 국내 차량용 반도체 설계 회사인 텔레칩스 지분(10.9%)을 취득하기도 했다.
적극적인 투자로 자산총액은 3년 만에 3조원 이상 증가했으나 '몸집' 부풀리기는 현재 진행 중이다. 조(兆) 단위 투자 비용이 거론되는 기업들을 인수하는 데 있어 LX그룹이 물망에 오르면서다. LX그룹이 인수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진 기업은 차량용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용 팹리스(설계) 기업인 매그나칩과 국적선사 HMM 등이다.
지난해 5월 LX세미콘은 매그나칩 매각 주관사인 미국 JP모건에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 매그나칩은 2004년 하이닉스반도체 비메모리 부분이 분사하며 출범했으며 본사와 생산시설은 국내에 있으나 주요 주주는 미국계 헤지펀드들로 미국 뉴욕거래소에 상장됐다. 다만 경기불황을 이유로 M&A가 미뤄지고 있으며 몸값은 1조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매그나칩 인수는 구본준 회장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구 회장은 1998년 LG반도체(현 SK하이닉스) 대표를 맡으며 반도체를 '미래 먹거리'로 키우려 했으나 당시 정부가 IMF를 이유로 국내 사업의 통폐합을 추진하면서 반도체 사업을 현대에 넘긴 바 있다. 이에 못다 한 반도체 사업의 '꿈'을 매그나칩으로 재도약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HMM 매각은 현재 진행 중이다. 현재 최대 주주인 산업은행은 HMM 경영권 매각과 관련한 자문단까지 구성을 완료한 상태다. 인수 후보 기업으로는 LX, 현대차, 포스코 등이 거론되고 있다. 다만 문제는 영구채와 구주 등을 고려하면 거래 규모가 10조원 수준까지 치솟는 몸값이다. M&A를 위해 5조원 이상 투자한 사례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등 손에 꼽힌다.
채권단이 인수자 부담을 덜어내기 위해 일정 기간 영구채를 처분하지 않거나 주식 일부를 단계적으로 처분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그럼에도 대주주인 산업은행(20.69%)과 한국해양진흥공사(19.96%)의 지분 가치만 고려해도 4조원에 달해 여전히 부담이 높은 상태다. 작년 말 기준 LX홀딩스, LX인터내셔널 등 상장사의 현금성 자산은 2조원 수준에 불과하다.
업계 관계자는 "계열사인 LX판토스가 물류업을 영위하고 있어 HMM 인수가 가능하지 않겠냐고 거론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HMM 인수 후보군과 관련해 몇몇 기업이 이름만 올릴뿐 구체적으로 관심을 나타낸 기업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뉴스웨이 김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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