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대주주 교체 후 前 CEO 돌연 해임최근 1년간 10여회 걸쳐 경영권 분쟁 법적 공방2년 연속 감사보고서 '퇴짜'···상폐 가능성 높아
회계연도 기준 2년 연속(2021~2022)으로 회계법인이 감사보고서에 대한 비적정 의견을 내면서 상장폐지 사유가 재발한 가운데 이번에는 임기를 9개월여 남긴 사내이사이자 전직 대표이사를 해임하겠다고 나서서 상당한 진통과 후폭풍이 예상된다.
이즈미디어는 오는 7월 18일에 임시주주총회를 열겠다는 공시를 지난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했다. 임시주총 2호 의안에는 사내이사인 명주성 전 대표의 해임안이 상정돼 있다. 명 전 대표는 오는 2024년 3월 말까지 사내이사 임기가 남아있는 상태다.
이날 주총에서는 명주성 전 대표 해임안 외에 김선기 피스트글로벌 대표, 김호석 이즈미디어 상무, 강승민 이즈CCM 각자대표, 테리우성노 어바인에셋LLC 이사, 강용돈 어바인아시아 이사 등 5명에 대한 사내이사 신규 선임안도 상정됐다.
실적 개선 성과 낸 前 CEO, 주인 바뀌자마자 해임
명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3월 이즈미디어에 영입됐고 그해 11월부터 이즈미디어에서 대표로 일했다. 명 전 대표는 지난해 회사 매출을 505억원까지 끌어올리며 2021년보다 매출 규모를 12.99% 늘렸다.
영업손익과 순손익은 흑자 전환을 이루지 못했지만 적자 폭을 줄이는 데는 성공했다. 이즈미디어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2021년보다 143억원 줄어든 11억2771만원이었고 연간 순손실은 134억원 줄어든 64억5725만원으로 집계됐다.
명 전 대표의 경영 성과만 놓고 보면 상당히 긍정적인 편이다. 명 전 대표에 앞서 일했던 CEO들이 회계 전문가 출신이었기에 명 전 대표는 회사의 체질을 전반적으로 개선한 성과형 CEO였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사회는 명 대표 선임 1년 2개월이 흐른 올해 1월 18일 돌연 대표에서 해임했다. 이사회는 명 전 대표를 해임한 뒤 정복헌 어바인아시아 대표를 새 대표로 선임했다.
보통 회사 임원에서 물러날 경우 일신상의 사유로 스스로 사임했다고 밝히는 것이 통상적인 일이다. 해임이라는 단어는 좀처럼 공시 보고서에 등장하지 않기도 한다.
그러나 이즈미디어는 명 전 대표에 대해 '해임'이라는 단어를 썼다. 사전에 등재된 단어 '해임'은 맡고 있던 지위와 임무를 강제로 그만두게 한다는 뜻을 갖고 있다.
명 전 대표가 옛 최대주주인 TPA리테일 계열 인물인 만큼 강제로 내쫓은 뒤 현재 최대 주주인 어바인아시아 측 인사들로 이사회를 채우겠다는 뜻이 내포된 것으로 보인다.
2년 새 최대 주주 네 차례 변경···손바꿈 때마다 파열음
명 전 대표의 석연찮은 해임 배경을 살펴보려면 이 회사의 복잡한 과거 사연을 짚어봐야 한다. 이즈미디어는 최근 들어 최대 주주 손바뀜이 잦았고 내부의 사연도 복잡했던 회사 중 한 곳이다.
현재 이즈미디어의 최대 주주는 어바인아시아다. 지난해 11월 최대 주주에 오른 어바인아시아는 아이리스 콩코르디아 펀드가 100% 출자한 경영 컨설팅 회사다. 명 전 대표는 2021년부터 지난해 초까지 최대 주주였던 TPA리테일 출신 인물이다.
이즈미디어는 2020년 말까지 조용하게 운영되던 기업이었다. 원래 이 회사는 홍성철 창업주가 2002년 회사를 세웠다. 최초 설립 당시에는 지분율이 60%에 달했으나 유상증자와 액면분할 등을 거치면서 2017년 코스닥에 상장 당시 34.7%까지 지분율이 줄었다.
중견기업으로서 잘 나가던 이즈미디어는 2021년부터 갑자기 혼란을 겪게 된다. 홍성철 창업주가 지난 2021년 초 TPA리테일 측으로부터 235억원을 받고 돌연 지분을 판 뒤 회사를 떠났기 때문이다.
새 주인이 된 TPA리테일은 초호화 사외이사진을 꾸렸다. 이 당시 이사진에는 이원준 전 롯데그룹 부회장, 오성목 전 KT 사장, 민병덕 전 국민은행장, 하금열 전 SBS 사장, 문성훈 전 위츠모빌리티 대표, 랜디 저커버그 전 페이스북 최고 마케팅책임자 등이 이름을 올렸다.
사외이사 중 단연 주목을 받은 사람은 랜디 저커버그였다. 그는 페이스북 창립자 마크 저커버그의 친누나로 알려진 인물이다. 2021년 당시 이즈미디어는 랜디 저커버그를 앞세워 미래 신사업을 적극적으로 펴겠다는 마케팅을 벌였고 주가는 4만4000원대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랜디 저커버그의 존재는 사실상 껍데기에 불과했다. 사외이사 선임 후 이사회에 일체 불참했고 석 달 뒤 사외이사에서 물러났다. 대체불가능토큰(NFT) 사업 총괄 기타 비상무이사로 자리를 옮겼지만 기대했던 수준의 성과를 내지 못하고 지난해 7월 일신상의 이유로 돌연 사임했다.
2021년 야심 차게 선임했던 사외이사들도 모두 회사를 떠났다. 하금열 전 사장이 선임 2개월 만에 물러났고 오성목 전 사장과 이원준 전 부회장도 2021년 11월 중도 하차했다. 문성훈 전 대표도 2021년 12월 사임했고 민병덕 전 은행장도 2022년 6월에 물러났다.
초호화 이사진들이 일제히 회사를 떠난 것은 원치 않았던 최대 주주 손바뀜과 연관이 있다. TPA리테일은 지난 2021년 11월 이즈미디어 운영자금 60억원 조달을 위해 보유하던 주식 중 91만3062주를 담보로 케이엔제이인베스트대부로부터 대출받았다.
문제는 대출 당시 담보권 실행 조건이 붙었고 하필 그 조건이 들어맞았다는 점이다. 당시 TPA리테일은 이즈미디어 주가가 1만1830원 밑으로 떨어지면 담보권이 실행된다는 조건을 붙였다. 당시 이즈미디어의 주가는 1만9000원이었으나 직후부터 주가가 꾸준히 떨어졌다.
급기야 지난해 2월 말 주가가 담보권 실행 조건 하한선 아래로 떨어졌고 채권자 측이 TPA리테일 측 담보 주식에 대한 반대매매를 행사했다. 이어진 반대매매 탓에 TPA리테일의 지분은 감소했고 결국 지난해 4월 최대 주주가 채권자인 케이엔제이인베스트대부로 바뀌었다.
지난해 9월에는 최대 주주가 한 번 더 바뀌었다. 재미 한인 사업가로 알려진 최재훈 최컨설팅 대표가 전환청구권을 행사하면서 이즈미디어의 새 주인이 됐다. 그리고 지난해 11월 어바인아시아가 전환청구권을 행사하면서 현재까지 최대 주주 자리에 올라있다.
이렇듯 이즈미디어는 불과 1년 8개월 사이에 네 차례나 최대주주가 바뀌었다. 불행 중 다행으로 본업이었던 초소형 카메라 모듈(CCM) 검사장비 사업의 매출이 호조를 나타내면서 지난해 말 기준 매출이 2021년 말보다 12.9%, 2020년 말과 비교해 무려 129.68% 늘었다.
다만 2020년과 2021년 회계 결산 결과 자기자본의 절반을 넘는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이 발생하며 관리종목 지정 우려가 커졌고 설상가상으로 2021년 감사보고서에 대해서는 회계법인이 의견 거절을 통보했다.
감사보고서에 대한 회계법인의 비적정 의견 통보는 상장폐지 사유에 해당한다. 결국 지난해 3월 23일 거래를 끝으로 이즈미디어의 주권 거래는 중단됐다. 한국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는 오는 8월 31일까지 개선계획 이행내역 등을 반영해 추후 상장 폐지 여부를 가릴 계획이다.
'해임 통보' 명주성 전 대표, 법적 대응 여부가 관건
문제는 이번 주총 이후에 또다시 이즈미디어 안팎에서 분쟁이 벌어지지 않겠느냐 하는 우려다. 자진 사임이 아닌 해임으로 명 전 대표의 거취가 결정됐다는 것은 명 전 대표의 의중보다 현 대주주의 의중이 강력하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즈미디어의 최근 공시 보고서 현황을 보면 불과 1년여 만에 경영권 분쟁이나 주권 발행 등과 관련해 총 16개의 소송 관련 보고서가 공시됐다.
이 회사의 세 번째 최대 주주였던 이경수 케이엔제이인베스트대부 대표는 이즈미디어를 상대로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경영진 직무 집행적이지 가처분, 회계장부 열람·등사 가처분, 전환청구권 행사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을 잇달아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에 냈다.
또 명 전 대표도 이경수 대표와 이즈미디어 회사를 상대로 지난해 11월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을 냈다. 그러나 이 대표가 낸 전환청구권 행사 정지 가처분과 명 전 대표가 낸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은 모두 기각됐고 현재는 경영권 분쟁 소송 건이 없는 상태다.
이제 관건은 명 전 대표의 행보다. 명 전 대표가 임기 중 해임에 대해 부당함을 주장하면서 현 최대 주주인 어바인아시아나 이즈미디어 현 이사진·경영진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지난해 명 전 대표가 소송을 걸었다가 패한 사례도 있는 만큼 조용히 물러날 가능성도 있다. 무엇보다 24.58%의 지분을 쥔 어바인아시아의 현재 지배력이 공고하기에 현실적으로 판세를 뒤집기 어렵다는 한계도 고려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은 이즈미디어 측이 이사회를 통해 추후 확정할 주주총회 세부 의결사항 내용에 따라 명 전 대표와 이즈미디어의 행보를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뉴스웨이 정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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